<빌리 엘리어트> but, 그러나.

구라파의 영화구라

<빌리 엘리어트> but, 그러나. :::

박용하 | 2001년 03월 13일
조회 3514

많이 본 사진 같지?

빌리 엘리어트는 많은 미덕을 가진 영화이기는 하다. 미덕이 많은 영화이나.. 아쉽게도 난 그렇게 재미있게 보지 못했다. 옆에 여자가 있어서 그런가도 생각했으나, 그거보다는 너무 도식적인 냄새를 맡았기 때문이다.

대처수상 재임시절의 영국 탄광촌- 영국민들에게 있어서 대처수상은 '철의 여인'이라는 닉네임처럼 강인하고 추진력있는 정부만의 상징은 아닌듯 싶다. 대처 수상 재임시절의 영국은 탄광촌 광부들에게는 죽지 못해서는 몇년이였을 것이다. 또한 아일랜드 해방군(I.R.A)에게도 대처수상은 별루 환영받는 인사는 아닐 것이다. 이 작품에서 탄광촌 광부들은 브레스트 오프의 광부들과는 다르게 좀 과격하다.

그들에게 남겨진 것은 파업을 지지하여 사용자측에게 얼마나 많은 노동자들을 안잘리고 일하게 만드느냐라는 문제뿐이였다. 여기서 머 그 많은 쟁가에서 불리워진 '동지'들을 말하는 입들은 많아졌고, '동지'들이 하나라도 급한 시점에서 '배신'을 하는 노동자들에게 던져지는 계란과 욕설세례는 더욱더 가열차진다. 빌리의 아버지, 형 그리고 빌리는 각기 이 파업이라는 사태에 대해서 다르게 생각하는 세 사람이다.

아버지와 형은 탄광촌 광부로 파업에 참여한다. 아버지는 평생을 살아온 직장으로의 의미이고, 형은 앞으로 평생을 가야할 직장이기도 하면서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 아버지가 체념이라는 감정을 많이 배운 연배의 노동자라면 형은 머 같은 세상을 디스코 레코드와 마리화나로 달래고 그것도 듣지 않는 들끓는 마음이라 적극적으로 파업을 주도한다. 도망치고 도망쳐서 막다른 골목에서 두들겨 맞고 연행되어도 훈방조치되면 되돌아가 스크럼을 짜고 전경과 밀고 당긴다.

이 영화에서 음악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물론 감독이 그런 생각을 했는지는 잘모르겠으나, 나는 영화 전반에 깔린 음악이 좀 너무오버하고 있지 않나 싶다. 영화 도입부에 빌리의 작지만 활기차고 약간은 길이가 점 길어 지루한 감도 주는 도약부분의 음악은 지나치리만큼 우리의 부교감신경을 '즐거움'쪽에 맞춰야한다고 주문을 걸고 있는 것만 같았다.

빌리는 이러한 아버지와 형과는 다르다.

아버지는 아내가 죽은 후 매달리는 것이라고는 자식들의 안녕뿐이다. 그는 자식들이 강인하게 한명의 성인으로 커가기를 바라는 평범한 이땅의 아버지이다. 넥스트의 '아버지와 나'에서처럼 '다정스레 뺨을 부비는 법을 배우'지 못한 그는 빌리의 오디션비용을 감당키위해서라면 배신자소리를 듣고서라도 작업장으로 들어가고자하는 사람이다. 그에게 있어서 중요한건 이제 자신의 삶이라기보다는 자식들의 행복이다. 마치 알을 낳고 그 알이 부화하면 자신을 먹이로 내준다는 어느 거미의 이야기처럼.

형은 마리화나와 레코드에 집착하면서 영국 변두리 탄광부 인생을 자조하는 듯 보이나 자신의 직장, 자신의 고향이 파괴되는 것을 보지못하는 뜨거운 피의 젊음이다. 그는 세상을 변혁하고 싶어한다. 거창한 표현이지만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전경들과 스크럼짜고 대치하는 일과 파업불참가자들에게 욕설을 하고 닭장차에 계란세례를 하는 것 이외에 별다른게 없다. 그러나 그는 포기하지 않는다. 탄광에서의 노동은 자신의 삶이며 세계이기 때문이다. 그는 성충초기이다.

빌리는 아버지를 숙주로 삼아 자신의 꿈을 키우는 번데기로 묘사된다. 그는 형의 생활태도를 이해하지 못하나, 점차 형을 닮아가게 된다. 오디션에서 제대로 추지못한 자신의 모습에 화를 내기도 하면서 껍질을 벗기를 시도하는 그에게 있어 왕립발레학교에서 날아온 합격통지는 번데기가 고치를 완전히 틀었다는 전보와 같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번데기는 늘 꿈을 꾼다.

성장기 순으로 본다면 빌리, 형, 아버지 순으로 그들은 삶을 꾸려간다. 그리고 마지막 남자들로 이뤄진 백조의 호수 공연에 도약장면은 결국 한 세대를 간격으로 벌어지는 인류의 사이클이라고 볼 수 있다. 빌리는 성충이 된 것이다.

발레라는 소재의 초점을 맞추는 거나, 남성성 대비 여성성의 승리라는 걸로 초점을 맞추는 거보다 이렇게 파악하는게 훨 낫지 않나 싶다. 이 영화는 결국 세대간의 호흡, 결국 살아가야한다는 이야기를 하는 거 같은데.. 아쉽게도 이런 이야기는 이제 좀 진부하지 않나? 희생하는 아버지, 기대에 부응하는 자식.. 그리고 갈등의 해소. 울음. 감동. -.-

아 성실히 살아야할텐데..

ps. 되도록 평론처럼 안쓸려고 노력했는데.. 다쓰고 읽어보니, 왠지 성의없어 보이는군.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