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살자..

구라파의 영화구라

열심히 살자.. :::

박용하 | 2001년 06월 12일
조회 2422

1. 열심히 살자와 착하게 살자

열심히 살자라는 말은 착하게 살자보다 훨씬더 처절함이 가득 묻어나오는 말이다. 사는 것은 생각해보면 그저 살아지기때문에 굳이 열심히 살 것인가 말 것인가의 문제는 살아가는 사람들, 각자 자신의 손에 달려있는 것이다.

빠삐용에서 빠삐용은 세월을 낭비한 죄로 단죄를 받는다. 12사도의 상징으로 보여지는 판관들 앞에서 그는 처절하게 묻는다. 왜 나여야만 하는가 왜 내가 단죄 받아야 하는가?

누군들 열심히 살고 싶지 않을까? 요즘 군대를 빠꾸맞고, 역시나 안좋던 나의 인간성이 만인들에게 공포되는 일을 겪으면서 다시 나에게로 돌아오는 질문은 그것이였다. '살아야 하는가? 열심히 살아야하는가?'

농담처럼 '차카게 살자'라는 깡패문신에 대해 이야기한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은 차카게 살지 못한다. 형님이 시키는대로 하면서 살게된다. 파이란의 최민식처럼 깍두기 형님들의 인생에서 '차카게'라는 수식어는 '개기지 말고'라는 서술을 내포하고 있다. 이 '차카게'에서 밀려나와 진짜로 '착하게' 살게 되면 강재(최민식분)와 같이 비참한 말로를 겪는다.

열심히 살자는 이 착하게 살자와 다르다.
열심히 사는 것은 사는데에 자신이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반성은 적다. 없는 것은 아니다. '열심히만'사는 것은 아니니까. 그렇다면 열심히 살아서 무엇을 하자는 말인가? 사람들의 골치아픔은 여기서 시작된다.

2. 열심히 살아서 무엇을?

군대를 막 제대하고 자동차 정비학원을 다니던 막내 외삼촌과 함께 시장 통닭집에서 통닭이 익기를 기다리면서 한 짧막한 대화가 기억에 남는다.

'삼촌, 삼촌은 꿈이 뭐에요?'
삼촌 담배 한모금 갖은 인상을 찡그리며
'.... '

'....'
담배 연기 내뿜으며
'내나이때에는 그런거 묻는 법이 아니야'

열심히 살아서 무엇을 해야하는가라는 질문에 누구나 쉽게 말할 수 있다. 자신의 꿈을 실현하여야한다는 정해지고 지극히 당연한 대답말이다. 돈을 많이 벌고 아이를 낳고 어미, 아비가 된다는 구체적인 대답보다 훨 영향력크고 딱부러지게 '내 꿈을 실현할꺼야'라고 대답하는 이들, 이들을 보면서 군대 제대한 이나 나이든 어미, 아비들은 그저 웃기만 할 뿐이다. 어느새 내 얼굴에 그와 비슷한 웃음이 떠다닌다.

사는게 만만한 일이 아니라는 것은 소문처럼 들어왔다. 군문제가 엉키고 설켜서 복잡해진 지금 공과 학원을 다니면서 보아온 삶의 언저리는 생이라는 거대무변한 넘이 지구라는 작은 행성, 그 지구안에 유라시아 대륙 극동쪽에 한 작은 반도, 그 반도 안의 절반, 그 절반 중에 점과 같은 서울 이라는 곳의 남자들을 몰아대는 참혹한 풍경을 보게 된다. 그들이 내보이는 모습은 쉬는 시간에 담배를 나눠피면서 나온배를 두들기며 웃으며 담소하는 모습뿐이지만, 한꺼풀 들어가 소소하게 들리는 대화를 주목하다보면 공황증이 밀려온다.

열심히만 살자라는
초라한 구호..

3.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

사람은 누구나다 이기적이다. 인정하기 싫고 글로 남기기도 싫은 명제기는 하나 사람이 이기적이라는 사실은 어느틈에 다들 인정해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다. 또한 꿈이란 욕망이란 것은 절대로 실현되지 않고 단지 계속적으로 미끄러지는 것 또한 어느새 유포된 새로운 진리이다.

그렇다면 열심히 살아야하는가 착하게 살아야하는가 열심히만 살아야하는가?

대답은 미뤄두고 파이란의 마지막 장면을 떠올려보자. 강재는 고향으로 돌아가려한다. 짐을 주섬주섬 챙기다 우연히 발견한 '파이란(장백지 분)' 촬영테입을 보고는 틀어본다. 백란같은 모습으로 수줍게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보며 울음과 설움이던 강재의 마음은 어느새 가슴벅찬 환희로 걸어간다. 그때 덮쳐진 가는 철사줄..

그렇지만 강재는 철사줄보다는 백란을 향해 손을 내짓는다.

바람이 불때도 우리는 살아야한다. 열심히 살아야한다. 열심히만 사는 게 아니라 열심히 살아야한다. 처절하지만 이것이 우리가 인간으로 태어난 사명쯤이 아닐까? 거창한 선언과 주절거림을 뒤로하고 돌아가 공부나 좀 더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