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말코비치 되기> 너.. 너.. 존이야? 나.. 나..

구라파의 영화구라

<존 말코비치 되기> 너.. 너.. 존이야? 나.. 나.. :::

박용하 | 2001년 01월 06일
조회 4964

에구. 컬럼인지 칼럼인지.. 새로 뜨는 영화를 다뤄선지 갑작스레 내 평~생 어떠한 게시판에도 없었던 '조회수 100'이 넘어가는 관심을 받다보니.. 어느 일면으로는 당혹감도 느끼지만 어느 일면으로는 이 컬럼이 단지 허공에 대고 고래고래 소리지르는 짓거리가 아니라 같은 영화에 대해서 서로 얼마만큼 다른가와 얼마만큼은 같은가를 생각해보는 소통의 장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당. 에구 그럼 공부를 더 많이 해야하는 거라는 결론인데.. -.-;

존 말코비치 되기를 영화관에서 보려구 그랬었던 적이 있었다. ^^; 그렇지만 늘 그렇듯 별 쓰잘데기 없는 일들-기억도 안나는걸 보니 여자 꽁무니 쫓아다니느라 그런게 아닌가 싶다-로 인해 보지 못했다. 아~난 정녕 영화를 사랑하는 이는 되지 못하는게 아닐까? 쩝. 그리고 영화가 비디오로 출시된 이후도 한동안 보지못했다가 그제서야 보게된 이유는 영화 시놉시스 소개프로에서 보여진 독특한 소재(인간이 다른 인간으로 살아가는게 가능해진다는)를 이 좁은 위로 소화시키기에는 참 소화불량이 되지 않을까라는 섣부른 두려움 때문이였으리라.

그렇지만 헐리우드가 어떠한 곳인가? 불워스에서 주인공이 랩으로 주절주절대면서 말했던 그곳이 아니던가? '쓰레기같은 영화만 찍어대는 '곳이라고..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지는 않지만, 아무리 쌍큼한 소재라도 상업적으로 팔리지 않을 작품이라면 투자 하지 않는 방식이라는 생각은 한다. '존말코비치 되기'는 그런 의미에서 참으로 불행한 운명을 타고 났다. 헐리우드가 출생지가 아니였고 유럽 혹은 이란 어느쯤이였으면 지금보다 훨 의미있고 곱씹어볼만한 주제를 가진 영화로 인정받았을거 같은데..

'존 말코비치 되기'에서 가장 중요한 상징은 바로 인형술사이다.(너무 뻔한 설정이기는 하다. 다른 사람이 된다는 설정이라면 뭐 딱히 인형술사 빼고 무엇을 생각할 수 있을까?) 인형극사에서 길이 남을 인형술사가 되고 싶어하는 크레이그 슈왈츠(존 쿠삭 분)는 실제 현실 속에서는 야시런 인형극을 벌이다 한대 터지기나 하는 거리의 예술가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영화에서 등장하는 거리의 예술가들과 다르게 현실 삶에 임하는 어느 한 구석에서도 예술에 대한 구도적 열정보다는 일순 충동과 성적 욕망이 강한 평범한 인물로 그려진다. 그는 자의식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괴로운 일인지 침팬지에게 인형극으로 유명해진 인형술사를 보도하던 뉴스를 보고 토로한다. 이 장면은 후에 맥신과 함께 자신의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아무런 고민없이 즐거워하는 장면과 대비되는 장면이라 할 수 있다. 그는 현실 속의 자신으로 있을 때는 자의식으로 괴로워하다 쉽게 다른 사다리를 빌려쓰고 (영화 가타카에서 주인공이 빌려쓴 사다리와는 그 목적이나 방법, 방향에서 천차만별이다) 사람들의 인정을 받게될 때쯤에는 자의식이나 자아에 대한 고민을 접는다.

그는 생활고에 손이 빠른 사람을 구한다는 구직광고를 통해 7과 1/2층에 취직하게 되는데 다른 회사보다 이상스레 낮은 천장때문에 구부정하게 걸어다녀야하는 그곳에서 맥신이라는 섹시하고 악녀적인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는 여인에게 한눈에 반하고 만다. 그리고는 처절한 구애작전!! 그렇지만 그는 늘 퇴짜만 맞는다. 야망이 크고 현실적인 계산과 이해가 빠른 맥신(캐서린 키너 분)에게 지저분하게 머리를 그리고 인형극을 한다는 이 결혼한 유부남은 그리 매력적인 남자가 아니다. 지속적으로 맥신과의 사랑을 갈구하던 어느날 자신의 사무실에 존말코비치의 의식속으로 들어가는 통로를 발견한 크레이그는 이 사실을 맥신에게 알린다. 크레이그는 철학적으로 엄청난 발견을 하였다면서 이 사실은 세계에 커다란 문제로 다가올 것이라고 난리난리를 치지만 맥신은 당장 '존 말코비치 되기' 사업을 하자고 제안을 한다.

집에 돌아온 크레이그는 자신의 아내 로테 슈왈츠(카메론 디아즈 분)에게 이 사실을 알리는데 반신반의하던 그녀는 직접 들어가기를 청하고 존말코비치에게서 남성성이라는 것에 매력을 느끼게 된 로테는 남성이 되기를 강력히 욕구하기 시작한다. 이 대목은 분명 동성애에 대한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대표한다는 부분이 아닌가 싶다. 동성애 확산을 걱정하는 많은 사람들은 동성애라는 것이 후천적인 영향으로 생기는 것이다라는 기본적인 전제를 수정치 못하기 때문이다. 동성애에 대한 일천한 견해가 아닌가 싶지만 뭐 그런게 주가 도는 영화는 아니지만.. 존말코비치가 되는 경험을 통해서 맥신과 육체적 관계를 가진 로테는 맥신을 사랑하게 된다. 그/런/데 여기서 참 웃긴 것은 맥신의 태도다. 로테는 존말코비치의 몸에서 빠져나왔을때도 맥신을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맥신은 로테가 존말코비치의 몸에 있을때만을 사랑한다고 말한다. 이건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가?

로테와 크레이그가 사랑에 대해서 각각 플로토닉적 극단과 에로스적 극단에 있다면 그 중간에 놓인 평범한 인물을 대변하는 사람이 바로 맥신이다.

그렇지만 그는 결코 로테의 동성애적인 감정을 받아들이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자신을 육체적으로 사랑해줄 수 있는 크레이그를 받아들이지도 못한다. 아니 크레이그는 거부한다. 그에게는 맥신의 현실적 지위상승을 이뤄줄 재산도 뜯어먹을(?) 인물도 없기 때문이다. 처음에 존말코비치의 몸 속 제한시간-15분-만을 견디던 크레이그가 말코비치를 무의식의 어느 한구석으로 몰아넣고 완벽하게 말코비치를 조정하게 되자 맥신은 말코비치와 결혼한다. 존말코비치로 완벽히 변한 크레이그는 자신의 인형극으로 말코비치를 인형극의 대명사로 만드는데 성공하며 모든 이들에게서 인정을 받는다. 그리고 44세의 생일날-사실 말코비치의 의식을 들어가는 통로는 레스터 사장이 이미 수십년전에 알던 통로였다. 그는 오래전 그 통로를 발견하고서 사람의 몸을 이동하면서 살아간 사람이였다. 결국 단지 그에게 있어서 다른 사람의 의식속으로 들어간다는 것은 단지 생을 연장시켜 불멸의 삶을 사는 것 이외에 아무 것도 아닌게 되어버린게 된다- 맥신이 납치되고 레스터 박사의 일행의 요구대로 말코비치에게서 나오게 된다.

우리 함 영화초반을 떠올려보자. 영화 초반에는 크레이그가 자의식에 관한 이야기와 더불어 나약한 예술가가 할 수 없는 일, 즉 자신의 이야기를 남들에게 하고 그들에게 인정받으며 서로 상호간에 무엇이 더 나은가를 이야기할 수 있는 일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었다. 그러다 맥신이 등장하고 맥신의 등장으로 나약한 예술가의 정욕이 불질러지면서 극은 세속의 탈을 쓴다. 그러다 발견한 말코비치로 들어가는 통로, 가난한 예술가는 그 속에서 엄청난 삶의 의미를 찾을 가능성을 이야기하지만 맥신과 레스터,로테 그리고 결국에는 크레이그 자신까지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킬 수 있는 도구쯤으로 자아와 자의식이 존재해있는 말코비치를 정의내린다.

결국 이 영화에서 '다른 사람의 의식으로 들어가 다른 사람이 된다'는 기발한 발상은 전통적인 속담하나로 변한다. '사람을 수단으로 대하지 말라'는..

글의 처음에 인형술사가 가장 중요한 상징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말미에 이 상징은 초반의 상징과 전혀다른 희석된 모습으로 다가오게 된다. 인형조정의 주체에 대한 고민묘사가 덜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갑자기 등장한 동성간의 사랑이라는 문제가 주제에 물을 한껏탔기 때문이다. 초반과 종반에 가서 전혀 다른 비중으로 다가온 상징은 초반 주제와 종반 주제의식의 비중과 더불어 작품전체를 별 쓰잘데기 없는 주절거림으로 만들어버렸다. 차라리 '가타카'처럼 진부하지만 끊임없이 '인간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유의지'라는 말을 고장난 테잎처럼 반복하는게 훨 낫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가끔 좋은 재료 가지고 형편없는 요리를 만드는 경우가 있다. 말코비치의 경우가 그러한데, 무겁고 단단한 재료에 가볍고 유연한 소스를 치는 것은 기본이기는 하나, 그 소스가 상해있다면 재료마저 변질되어 요리가 꿀꿀이 죽보다 못한 걸루 될 가능성이 크다.

에구, 토요일 아침부터 주절주절 구라를 떨었더니 힘이든당.

모두 즐거운 주말되고 좋은 영화 한편 쌔리는 날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