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은 밝히시는 게 훨씬 기분 좋게 리플을 달을 수 있었던거 같은데.. 우선 저는 칼럼을 쓸 때
가장 기본적으로 스포일러성 이야기가 안들어가는 것을 원칙으로 삼습니다. 글을 쓸 때 아직 개
봉중이였던 작품이였고 그렇기 때문에 구체적인 항목 하나하나마다 도마에 올려놓고 씹을(?) 생
각은 없었습니다.

가장 이 영화가 재미가 없게 다가온 이유는 스토리의 진부함입니다. (이렇게 쓰면 누군가는 '하늘
아래 새것이 어디있냐'는 식으로 반박하실지 모르겠는데, 저는 새것은 없을지 몰라도 잘짜여진 글
은 있다라고 믿는 편입니다) 스파이더맨이 워낙 잘 알려진 대중적인 작품을 원작삼아서였는지 몰
라도 이번편에서 스토리라는 것은 정말 어이없을 정도로 단순합니다. 그러한 단순한 플롯의 전개
를 통해서 '박진감'을 획득하려고 하였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것마저 실패했다고 봅니다. 우선 이
야기는 단 한가지로 압축됩니다. 유전자조작을 통한 슈퍼거미에게 물린 한 평범한 학생이 군사무
기를 제조하는 회사에서 임상실험도중 이중인격자가 된 그린고불린을 막아낸다는 것이 전부이지
요. 물론 여기서 곁가지로 여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렇지만 이것이 곁가지 이야기로 머
물지 않고 얽히고 설키게 되는데 그것이 어떤 새로운 의미로 다가오지 못합니다) 이 커다란 스토
리만을 놓고봅시다. 이야기 속에서 그린고블린과 스파이더맨의 대결은 아주 예측이 쉽습니다. 그
린고블린은 스파이더맨의 친구아버지로 등장하고 그의 가장 절친한 두사람에게 위해를 가하며 협
박합니다. 같이 손을 잡고 세계를 정복하자고. 그러나 그 위해라는 것도 어떤 박진감을 끌어내지
못합니다. 아이들이 탄 케이블카를 인질로 삼아 양자택일을 권하지만 스파이더맨은 둘다 구출을
하게 되지요. 이러한 스파이더맨의 행동은 다리 위에 평범한 시민들의 도움과 열화와 같은 응원
을 얻게 됩니다. 홍길동 이야기보다 나을 게 없습니다. 이건 뉴욕테러당시 소방관들을 영웅시한
언론들의 모습과 다를바 없습니다. 이게 '현실성'이 있는 이야기입니까?(현실적일 수 없다, 당연히
만화니까라고 반론하셔도 좋습니다. 그렇지만 스토리라는 기본적인 측면에서 이 이야기가 반전이
없는 맹맹하다는 점에서는 비난받아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고공점프장면도 그렇습니다. 팜플렛과 각종 프로에서 광고되는 것과는 다르게 실제 영화에서 보
여지는 고공액션은 그리 박진감넘치지 않습니다. (별로 그렇지 못하다는 것을 확인못하시겠다면
스타워즈와 비교해서 보시기 바랍니다. 아니면 맨인블랙에서의 자동차씬이나 미이라를 보셔도 괜
찮겠네요) 박진감은 실제상황과 유사할 때 느껴지는 위기감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주인공 스파이더맨이 나라는 몰입을 하고 그 몰입 속에서 자신의 몸이 몇 십미터 빌딩 사이를 거
미줄 하나로 버티며 날라다닐 때 위험스러움, 출렁거림을 느끼게 될 때 박진감을 느낍니다. 그러
나 스이더맨은 전혀 두려움이나 흔들림없이 날라다니는데다가 몸의 무게감 또한 현저히 떨어집니
다. 이것은 아무래도 CG 작업상의 문제인 듯 보이는데 그런 자세한 기술적인 문제까지는 저도
아는 바가 없어서 말씀드리지 못하겠군요. 적어도 줄에 자기 전체를 건다라는 긴박감, 팽팽한 긴
장감이 없다는 점이 박진감을 떨어뜨리는 최대의 적이 되겠지요.

그리고 각 캐릭터들의 개성없음도 문제입니다. 다른 영웅들과 다르게 정체성에 대해서 고민한다
고 떠들어대는 것과 다르게 스파이더맨의 고민은 신파조로 시작을 해서 공리주의적으로 결론을
맺습니다. 삼촌의 죽음이 자신 탓이라는 깨달음으로 모든 범죄를 자기가 막아내겠다라는 결론.
(넓게 나아가 테러사건으로 아프간을 침공한 미국의 논리와 크게 다를바 없다고 보여지는데 그것
에 대한 이야기까지는 말지요) 정체성에 대한 고민? 그것이 스파이더맨에게서 보여지나요?

다시 이 글에서 가장 문제 삼았던 '재미'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가봅시다. 님들과 저사이의 차이를
보여준 '재미'라는 개념은 대체 무엇인가요? 저는 재미는 예상외 생각지도 못한 스토리의 반전이
나 스타일의 변용이라고 봅니다. 화양연화에서 보여지는 스타일의 변화같은 것도 저는 '재미'의
한 요소로 치부합니다. 그러한 점에서 볼 때 스파이더맨은 1. 식상한 결론과 반전하나 없는 맹숭
밍숭한 이야기 2. 박진감 하나 없는 액션신 3. 알맹이하나 없는 상징들 이라는 점들 때문에 전혀
재미가 없다고 봅니다.

제글에서 구체성이 결여되어 있다고 지적하신 점은 감사하나 글의 구체성을 지적하기에 앞서 영
화에 대해서 님들은 어떠한 점이 재미있었는지를 먼저 밝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마지막으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