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 - CINELINe

구라파의 영화구라

축제 :::

박용하 | 2002년 05월 23일
조회 2820

세상에서 가장 부산한 축제가 무엇일까? 그것은 아무래도 생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나는 성년의 날의 부산함과 무슨무슨 창업식이나 '제1회'라는 것들을 좋아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요즘에 들어와서 흔하게 보는 '축제'라는 것이 변질되어 간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대학축제'가 딱 그모양이다.

1. 대학축제의 상업성

대학축제는 군사독재시절 기성문화의 반문화, 안티문화로 기능하였다. 대동제라는 이름을 고집하였고 고싸움이나 줄다리기, 막걸리 마시기, 풍물놀이들이 운동장과 잔디밭, 또 각 캠퍼스의 명성을 수놓았다고 한다(전해들은 것이니 믿지 않아도 상관없다) 그렇지만 이제 그들이 썰물빠지듯 나갔다. 이것은 학생운동권의 몰락이 야기하였을 수도 있으며 90년대 후반에 보여진 급격한 개인화, 대사회발언의 알레르기성 거부가 야기할 수도 있었다.

풍물동아리와 민중가요노래패, 고싸움이 빈자리를 이제는 도우미들이 챙긴다. 그들은 이 곳에 들어와서 음료수며 돈이며를 뿌리고 홍보효과를 내고 축제의 일원으로 당당히 참가한다. 심지어 학생회에서 나눠진 천막에서 사이트 광고가 붙어있다.

2. 돈없는 학생

분명 학생들은 돈이 없다. 그렇기에 돈이 되는 외부회사들의 지원을 받는 것은 행사를 진행하는 입장에서 옳은 것이다. 그렇지만 그들의 지원을 받아 그들의 재료를 가지고 하고 있는 축제라는 것의 알맹이. 그것이 과연 무엇일까?

영화시사회 몇편을 틀어지고 락가수 몇명을 들이고, 유명 대중가요스타를 불러오는 일? 그것이 진정 축제라고 할 수 있는가? 우리는 단지 주는 밥을 먹을 수 밖에 없는 수동적인 상태로 축제를 즐겨야하는가? 그것이 어떠한 의미가 있을까?

축제의 핵심은 자발성에 있다. 자발적이어야한다. 놀고 싶을때 노는 형식을 만들고 룰을 만들고 같이 놀 사람을 만들어야지 즐거운 것이다. 고무공하나만 있어도 즐거웠던 어린시절 경험이 있던 사람들은 알 것이다. 즐거움은 그렇게 빈약해도 스스로 할때 같이 할때 즐거운 것이다. 그렇지만 컴퓨터게임에 익숙해진 세대들은 스스로 게임을 만들 줄을 모르나보다. 아니 축제를 만들지 모르나보다.

3. 축제유감

학교 앞마당에서 설치는 늘씬한 도우미들'만' 있는 축제는 축제가 아니다. 단지 홍보경연대회이지.
락밴드 몇몇'만'이 소리지르며 해방감을 느끼는 축제는 축제가 아니다. 단지 락페스티벌일 뿐이다.

어느대학에서나 쓰는 '대동제'라는 이름을 바꾸든가 아니면 축제에서 자본을 몰아내라. 그 천민한 얼굴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