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그냥 그런 이야기

구라파의 영화구라

[잡담] 그냥 그런 이야기 :::

박용하 | 2002년 07월 06일
조회 3496

글을 쓴다는 것이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글을 쓴다는 것, 한동안 사이버공간안에서 글을 쓴다는 것이 문학적인 의미로 새롭게 재평가 받아야한다는 이야기들이 분분하였다. 일명, 사이버 문학론의 대두라 할 수 있다.

분명 사이버공간에서의 글쓰기는 다른 공간에서의 글쓰기와 다른이질적인 특징들을 가지고 있다. 동시성이니 일회적이니 편집적 글쓰기이므로 지식 디자이너만 살아갈 수 있니라는 소리는 그만두고 그냥 평상시에 우리들이 인터넷을 이용하는 방법들을 떠올려보자.그러면 도서관에서 검색어로 '사이버'라고 치면 올라오는 수많은 연구서나 시사관련도서, 교양서들보다 훨씬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대부분 여가가 나면 컴퓨터를 자연스럽게 찾게 된다. 한참전에 이미 컴퓨터는 문서작업이나 기록을 보관하고 수치를 기록하는 리코딩만 하는 기계수준을 넘어섰다. 대부분 한국인은 인터넷을 한다. 스타크래프트도 인터넷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 네트라는 조건을 갖춰야하니까. 그 인터넷 속에서 대부분의 사람은 '일회성'을 경험한다. 게임이 끝나면 겜방에서 돈을 지불하고 일어나면 그만이고 게시판에 글을 남기면 대부분 아주 열심히 그 커뮤니티를 들어가서 답글을 확인하는 사람들이 아니면 그걸로 그만이다.

이런 일회적인 공간에서 가장 잘나가는 소재는 무엇일까? 그것은 영화와 연애이다. 다들 소문에 관련된 소재들이다. 영화는 그 성격상 매우 일방적이다. 생각해보자. 책과 다를바없다. 그런데 왜 영화라는 검색어를 치면 그토록 많은 사이트, 커뮤니티가 뜰까. 책과 다르게? 그 이유는 책보다 창작시 들이는 돈이 많아서이다. 그 많은 돈을 건져내고 손익을 남기기 위해서는 손님을 더 들여야한다. 그런 손님을 들이기 위해서는 더 영화에 대해서 '회자'가 되어야하고 기왕이면 많은 사람들이 영화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게시판이나 사이트, 전문지가 있으면 좋다. 한국에서는 이런 바람이 이미 꽤 오래전부터 불었다. 그리고 다른 어느 나라에서도 보기 힘든 주간영화지가 걸죽한 것만도 4가지이다.

영화에 평론이란게 가당한가라는 생각을 해본다. 뭐 대단한 사람들도 많이 있었다고 들었다. 그렇지만 그렇게 영화사적으로 정립된 평론가들은 '영화평론'이란 독립된 세계를 만든 것이지 영화계에 일조를 한 것은 아니다. 영화를 만들어가는 사람은 제작자와 감독, 그리고 일용직 노무자들보다 더 못한 대우를 받고 있는 스텝들이다. 관객들은 그걸 봐주는 거고. 그저 영화를 본 사람들이 이러저러한 이야기를 할 뿐이다. 그럼 이야기를 잠시 미루고 '연애'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스포츠신문 게시판이나 연예관련게시판에 들어가보면 수많은 소문들과 그 소문들보다 열배는 많은 성인관련홍보글들을 본다. 그곳에서 발생한 소문들의 진위여부를 따지는 건 그리 중요한 일이 아니다. 그저 그걸로 심심한 시간을 때우는 것, 그게 게시판을 들여다보는 사람들의 일반적인 심리다. 떠올려보라, 백지영에 관련된 소문이나 오현경에 관련된 소문들이 소문의 형태로 있을때 그것을 이야기하고 얼마나 어색했던 분위기, 심심했던 분위기가 일시에 사그라들었던가.

소문의 소용은 무용한 일상의 탈출, 아니 잠시 도피에 있다. 이런 도피가 만성이 된 사람도 있고 안된 사람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소문을 원하는 이들이 증가한다는데 있다. 소문은 아폴로같은 것이다. 처음 한두개는 맛있다. 달콤하고 새콤하며 먹는 재미도 쏠쏠하지 않은가. 그러나 그걸 끼니로 때우려고 생각해보라. 얼마나 물리는 일인가.

나는 이 공간에서 이야기를 한다. 대부분 영화에 관련된 이야기를 한다. 몇번 방향에 대해서 스스로 수정도해왔는데 요즘에 느끼는 것은 되도록이면 Review와는 다른 이야기를 하면서 '짧게' 가자는 것이였다. 그렇다고 평론처럼 되고 싶은 생각도 없다. 칼럼은 쓰고 싶은 바를 쓰면 되지 않겠는가. 소문과 평론의 중간쯤의 이야기를 한다. 다른 칼럼리스트들은 물론 나와다른 이야기를 한다. 어찌되었건 그 '이야기'를 통해서 살아가는 것이다.

그냥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추신> 서해교전때 순국하신 해군장병 전우들에게 추도의 뜻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