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와호장룡> 버리고 버려서는.. :::
박용하 | 2001년 01월 10일
조회 4576
영화 '와호장룡'에 대한 평들이 워낙 좋아서 (와호장룡을 안봤다면 웃긴 일인가? ^^;) 감독 이안에 대해서 난리가 났었고 무협영화에 대한 새로운 붐이 일어났다고들 난리가 났었다. '라이드 위드 데블'인가라는 영화는 '와호장룡'의 이안 감독이 만들었다는 광고문구가 비디오 박스를 자치하고 있었을 때만 해도 와호장룡이라는 영화는 별로 보고 싶은 영화가 아니였다.
학교에서 이제는 종이호랑이 역할을 맡으려는 소모임 세미나를 마치고 헛헛한 마음으로 돌아오는 길에 습관적으로 들렀던 비디오가게에서 별 기대없이 '와호장룡 있어요?'라고 하니 그 우리의 어리숙한 말투의 비디오가게 형님 - 아저씨라고 하기에 넘 순진해보이고 형이라고하기에 나이가 좀 들어보인다. 그렇다고 깍두기 머리에 덩치가 큰 것도 아니고 하여튼 형님 - 이 '아, 하나 있어요'라고 해서 별 생각없이 빌려본 영화는 참 잼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뭐 대단한 내용이 들어있다기 보다는 '인생무상'을 가르치는 잘만든 무협영화라는 생각이다. 줄거리를 간추려 말하자면 옥대인의 귀한 여식 용(장쯔이분)은 우연한 기회에 마적 호(장진분, 영화감독 장진과 이름만 같음)를 만난다. 호의 자유분방하고 솔직하며 진실한 마음에 티격태격하면서도 사랑하는 사이가 되어버린 용은 돌아오고 얼마 있다 집안에서 강제적으로 시키는 결혼을 해야할 지경에 놓인다. 리무바이(주윤발분)는 무당파 출신의 유명한 협객으로 400년 역사를 지닌 청명검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어느날 수련중에 슬픔이 가득한 빛에 둘러쌓이게 되는 희한한 경험을 하게 되는데 이 경험을 한 후 출문을 하고 강호에서 떠나기 위하여 청명검을 대인에게 전해주려고한다. 옥대인 이웃이였던 대인(이름까먹었음)에게 검을 맡긴 리무바이를 사모하고 있는 사제 수련(양자경분)은 용과 친분을 쌓게 되는데 용은 그날밤 청명검을 훔친다. 용이 범인임을 눈치챈 수련이지만 명예를 존중하여 말하지 않는다. 그러다 리무바이의 사부를 죽인 원수 파란여우가 감찰원을 죽이자 사태는 급박해지고 모든 것을 숨기고 결혼하게된 용은 호의 등장으로 결혼이 취소되자 돌려주었던 검을 다시 훔쳐서 강호를 떠돈다. 그러나 강호의 부정직함을 알게된 용은 크게 실망하고 수련과 결전을 펼치게 된다. 수련과 리무바이의 끈질긴 설득에도 청명검을 놓지 못하던 용은 파란여우에게서 구출된다. 파란여우를 결국 처치하게 된 리무바이지만 파란여우의 독침에 죽고 시간을 맞춰 해독약을 만들어내지 못한 용은 그 죄책감으로 무당산에 기거한 호를 만나서는 하룻밤 지새고는 아침에 운무로 뛰어든다.
사실 이 영화의 시나리오는 그렇게 대단한게 못된다. 기존 무협영화와 다른 점은 두쌍의 남녀가 '사랑'이라는 감정을 어떻게 처신하느냐라는 점을 보여주는 것에 가장 역점을 둔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무협영화는 인물들의 등장이 참으로 느/닷/없/다. 영화는 아니지만 우리나라 남자 고교생중 80%는 읽었을 대표적인 무협지 '영웅문'에서의 인물들의 등장처럼 대부분 무협영화의 주인공은 느닷없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는 용,호,리무바이,수련을 제외하고 뚜렷이 부각되는 인물은 없다. 심지어 파란 여우도 별 비중없이 처리된다.
 각 인물의 대척점에 속하는 인물이 있는 것은 전형적 무협영화에서 차용한 것으로 보여지는데 용과 리무바이가 그러하고 호와 수련이 그러하다. 용과 리무바이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감정 표현하는 점이 무척이나 솔직하지 못한 점이 닮았으나 사람을 대하는 태도는 전혀 다르다. 용이 거칠게 없다면 리무바이는 상대를 무척이나 배려하는 태도로 일관한다. 호와 수련은 사랑하는 대상에게 끝까지 헌신을 다하는 점에서 닮았으나 호가 매사를 즉흥적으로 처리하는 호방한 타입이라면 수련은 매사를 재고 따지며 차분히 행동하는 타입이다.
도에 대한 정의도 약간은 진부한데 무협영화가 따르는 전통적인 방식을 그대로 답습한다. 대부분 무협영화는 욕망과 변화를 갈망하는 인물은 그 소망을 다하지 못하고 죽는다. 소박하고 변화를 막고자하며 황실에 충성을 다하려는 인물은 산다. 만주인이라지만 고관의 여식인 용은 자유롭게 사는 것을 갈망하지만 결국 호의 소원인 같이 신장으로 떠나는 것을 죽음으로 성취하려고 한다. 수련의 약혼자가 자신을 위해 대신 죽었기에 절대로 수련을 사랑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 리무바이는 파란여우의 독에 절명되는 순간 자신의 인생이 모두 허비하였던 것임을 고백하며 죽는다. 지극히 보수적이다. 아니 이것은 어찌보면 오랜 전란과 기아 그리고 황실의 폭압을 겪었던 중국민중이 '변화'라는 '단어'에 보이는 냉소적인 시선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어떤 천자가 되건 크게 바뀌는 것은 없다는 어느정도의 체념일까?
무협영화가 모두 도교적이며 불교적인 교리로 결국 '인생무상'을 노래하는 것을 와호장룡에서도 여전히 그렇게 말한다. 리무바이의 입을 통해서 '손을 잡고 있으면 아무서도 잡을 수 없으나 손을 놓으면 무엇이든 잡을 수 있다'고. 그리고 빛에 쌓인 득도의 순간이 '그토록 슬픔이 가득한'기분은 처음이라는 식으로..
에구 쓰고보니 단점만을 나열한거 같은데 좋은 점도 무척이나 많다. 특히나 동양화 한폭을 그린 듯한 배경과 촬영은 정말 감독적이다. 특히 리무바이가 수련의 손을 잡을때 잡히는 손 주름은 감격이다. 저런 질감이 표현되는 조명을 알아내다니!! 꾸준히 사물을 정위치보다는 오른쪽이나 왼편에 배치한 것이나 동양화 화법에서 차용한 것으로 보이는 인물의 등장이나 퇴장-숲에서 말을 타고 달려오는 수련의 모습은 정말 잘찍었다-은 이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잡고있는 분위기, 바로 '부드러움'을 잘 살려주었다. 또한 누구나가 인정하는 와이어액션의 진보적 발전모습은 뭐.. 말하면 입아프고.. ^^
촬영과 조명, 배경선정이 영화에 얼마나 중요한지 가르쳐주는 영화였다. 에구 나두 날고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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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용하
좋아하는거: 당당함, 영화, 여자친구, 카푸치노.
싫어하는거: 소심함, 거짓말, 게으름, 그리고 온갖 '버릇'들
피하지 않고 세상을 사는 것, 이 방법만 알아도 살았던 보람이 생기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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