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한 상영관 도입에 관한 문제 제기

영화강의실

제한 상영관 도입에 관한 문제 제기 :::

김윤아 | 2000년 08월 26일
조회 1031

지난 8월 11일 문화관광부의 '영화진흥법 개정안 입법 예고' 발표는 두 번이나 입법이 좌절된 '완전등급제와 등급외 전용관의 도입'이라는 핫이슈에 관해 정부가 고심 끝에 내어놓은 새 안이란 점에서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러나 많은 영화인들은 새로운 입법 예고안이 애초 영화심의 위헌판결의 의의-표현의 자유 확대-에 역행하고 있다고 우려한다.

이 글은 그 동안에 진행된 등급외전용관(제한상영관) 도입을 둘러싼 논점들을 정리하고 문제 제기를 함으로써 생산적이고 현실 가능한 실질적 논의들을 함께 끌어내어 보자는데 목적이 있다.

1. 제한상영관 도입에 관한 논의들

제한 상영관 설립에 관한 논의들은 크게 그 도입을 찬성하는 입장과 반대하는 입장으로 대별된다. 정치계는 당론에 따라 뚜렷한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으며, 언론계는 대체로 설립 찬성으로 기울며, 음대협이나 청보위 같은 시민 단체들은 반대의 입장을 개진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누가 찬성이고 반대냐를 가리는 일이 아니다. 우리의 당면 과제는 표현의 자유와 청소년 보호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제한상영관의 도입에 앞서 필수적으로 해결해야할 문제가 많다.

문광부는 '등급외 전용관' 이라는 이름을 '제한 상영관'으로 바꾸면서 제한 상영 등급 영화는 "성과 폭력 등의 묘사가 지나쳐 청소년에게 유해한 영화로서 일반 영화 상영관에서의 상영이 곤란한 영화"로 규정했다.

여기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제한상영관의 정의에 대한 이해가 제각각 다르다는 점이다. 보수적인 성향을 가지고 제한상영관을 반대하는 일부에서는 제한상영관을 포르노상영관과 동일한 것으로 간주한다.
한편에서는 작품성 있는 영화들이 영화적 맥락에 대한 고려 없이 단지 노출 정도가 심하다는 이유로 제한상영 등급을 받거나 정권, 등급위원의 구미에 맞지 않는 영화들이 제한상영관으로 가게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다시 말해 등급 보류 조항을 삭제한 제한상영관 안이 오히려 실질적인 검열 강화를 초래하고 그 결과 영화 창작에 대한 의욕을 저해하는 결과를 빚을 것이라는 견해이다.

이러한 견해를 정리해보면

1) 제한상영관 = 포르노상영관화--> 저질영화, 저질문화 양산
2) 제한상영관 = 실질적인 검열 강화-->영화 창작의욕 저해 심화

2. 경제적 관점에서 본 제한상영관

게다가 제한상영관에서 상영될 영화를 제작, 수입, 배급할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는 영화 제작자나 배급업자들의 경제적인 측면의 고려가 있어야 한다. 어떤 영화들을 제한 상영할 것인가. 쉽게 생각해 볼 수 있는 영화는 최근 논란의 초점이 되었던 <거짓말>이나 <둘 하나 섹스>, <노랑머리> 등의 영화들과 소위 예술 영화로 분류되지만 성 표현의 수위가 높아 여러 군데 삭제, 상영되었던 <감각의 제국>이나 <살로, 소돔 120일> 같은 영화들, 안개처리 하지 않은 <베티 블루 37.5> 등의 영화들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제한상영관에서 상영되는 영화들은 일체의 광고나 선전 활동을 할 수 없고 비디오 출시도 금지된다. 또 '다른 법령에 저촉된다고 인정될 경우 상영 등급을 분류하지 않을 수 있다'는 입법 예고의 내용은 이 기준에 의해 등급을 받지 못하는 영화에 대한 사형 선고나 마찬가지이다. 과연 비디오 시장을 포기하고 제한상영관에서 상영하는 소프트코어 포르노 영화를 만드는 제작자가 있을까? 누가 누구를 위해 제한상영관을 운영할 것이며 어떤 사람들이 제한상영관의 영화를 보러 갈 것인가?

3. 문제는 등급 분류 기준의 공정, 투명성 확보

앞서 제기한 산적한 문제들은 결국, 보다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등급 분류 기준의 마련과 등급위의 전문성과 공정성으로 이어진다. 더욱이 이번에 발표된 제한상영관에 대한 입법 예고는 등급위의 판단에 따라 제한 상영 등급마저 받지 못하고 상영 기회 자체를 박탈당할 수 있는 영화가 발생할 수 있다. 억울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서 구체적이고 일관된 등급 분류 기준과 이 등급위 위원의 전문성 확보 등 제도적인 보완이 절실하다. 등급 분류의 주체인 등급위에 대한 신뢰와 권위의 확보만이 등급 분류의 공정성과 투명성에 관한 시비를 불식시킬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전제 하에서만이 제한상영관의 도입 취지는 실효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필자 김윤아는 동국대 멀티미디어 연구소 제한상영관 프로젝트 수석연구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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