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문조사 결과 중 눈에 띄는 것은 일본 대중문화를 즐기는 10대와 20대 층에서는 적극적인 개방을, 연령이 높은 층에서는 여러 종류의 부정적 측면을 제기했다는 것이다. 이미 음성적으로 유통되는 비디오와 음반, 인터넷을 통해 일본 대중문화를 맛보았던 10대와 20대의 적극적인 개방 요청은 당연해 보인다. 자신이 좋아서 즐기는 것인데 무슨 큰 문제가 있으랴 하는 생각일 것이다. 연령층이 높아질수록 대체로 일본 대중문화 내용의 퇴폐성, 선정성에 대해 많은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조금만 생각해 보면, 합법적으로 일본문화가 유통될 경우 수입심의와 등급심의를 거쳐 어느 정도 걸러지기에 선정성과 퇴폐성을 내세워 개방을 늦추자는 주장은 설득력을 얻지 못한다. 일본 대중문화의 내용은 오히려 글로벌하다고 칭송을 받을 정도로 창의성과 다양성을 지니고 있으며, 다양한 인구층이 즐길 수 있는 충분한 목록을 지니고 있다.

또한 정부는 3차 개방 발표문에서 국내 업계의 의견 조사결과를 첨부했다. 이에 따르면 국내 업계에서는 일본 대중문화 개방속도가 전반적으로 '다소 늦은 편'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한다. 영화 부문 조사 대상업체로 총 10개가 선정되었는데 그중 9개 회사가 조금 늦은 편이라고 답했고, 1개 회사가 적절한 편이라고 답했다. 그리고 6개 업체가 2000년 이내에 완전 개방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했고, 1개 회사가 2001년 완전 개방을, 3개 회사가 2002년에 완전 개방할 것을 주장했다. 시네마서비스, 우노기획, All That 시네마가 완전 개방 시기를 2002년으로 늦추자고 답했고, SKC, 한아미디어 등 수입을 주로 하는 쪽에서는 2000년 안에 완전 개방하자는 입장을 드러냈다. 영화 전문잡지인 <씨네 21>과 <스크린>은 올해 안에 일본 영화를 완전 개방하는 것을 지지하는 것으로 의견표시를 했다.

그러나 정부가 실시한 국내 업계 설문조사의 규모와 대상을 보면 국내 업계를 대변할 만큼 공신력을 확보하고 있지 못하다. 영화, 비디오, 공연, 음반 등 각 부문별로 규모면에도 대표성 있는 회사를 대상으로 했다고 하지만 10개 내외에 불과하고, 이 또한 일본 대중문화 개방에 관여한(일본문화 수입 등) 실적이 있는 회사 위주로 실시되어 편협하다는 지적을 면할 수 없다.

(2) 산업적·경제적 파급

정부는 3차 개방에 따른 국내 산업적 영향을 그다지 크게 보고 있지 않은 듯하다. 3차 개방 발표문에 의하면 완전 개방(3차 개방이후 전면개방)시 일본 대중문화가 전 분야에 걸쳐 약 8∼10% 정도의 점유율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같은 판단은 1, 2차 개방에 대한 평가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한 예로 일본영화 개방에 따른 영향 분석을 보면, 98년 1차 개방 이후 그해 하나비, 가케무샤 두 편이 상영되었고 점유율은 0.4%에 불과했고, 1, 2차 개방이 혼재된 99년에는 우나기, 나라야마부시코(1차 대상), 러브레터, 링(2차 대상)이 상영되어 3.2%의 점유율을, 철도원, 사무라이픽션, 감각의 제국 등 10편 상영된 2000년 상반기에는 점유율이 9.8%을 기록했다고 밝혀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또한 완전 개방 시 8∼10% 정도의 시장점유율을 제시한 이면에는 일본 대중문화 개방이 국내 대중문화 시장의 크기를 키워주는 효과도 있기 때문에 그렇게 큰 영향력으로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말한다. 실제로 1988년 허용된 헐리우드 영화 직배 허용 이후 한국 영화시장의 규모가 6∼7% 확대되었음을 그 예로 든다. 그리고 그 점유율 또한 미국의 직배 영화나 국내 영화를 잠식하는 것이 아니라 유럽과 중국, 그리고 미국의 비직배 영화들을 잠식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크게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고 결론을 내린다.

3차 개방으로 인해 일본 대중문화가 차지할 시장점유율과 국내산업 수익 감소분의 예측은 다음과 같다.

[후속 개방 시나리오별 경제적 효과 예측]

[개방 시나리오별 부문별 영향 예측(단위:억원)]

정부는 나아가 이 같은 손실분이 우리 대중문화 산업의 일본 진출로 메워질 수 있다고 낙관하고 있다. 우리 시장의 6~10배에 해당하는 일본 시장에 대한 접근이 개방정책 탓에 용이해질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일본 영화시장의 0.3%, 비디오 시장의 0.7%, 음반 시장의 0.2%만 확보하면 손실분은 충분히 보상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 산업에 미칠 부정적 효과에만 집착할 것이 아니라 대일 수출 노력을 기울일 절호의 기회로 보는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태도를 보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이것이 정부가 3차 개방을 단행한 핵심 근거이다.

[계속]

(*필자 양기환은 스크린쿼터문화연대 사무처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