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중문화의 개방이 국내 문화산업에 끼칠 영향력은 정부가 제시한 수치상의 근거들 이상일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대중문화는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시장규모와 그에 따른 산업 규모를 가지고 있다. 상술한 바 3차 개방은 영화, 극장용 애니메이션, 비디오, 대중가요 공연, 음반, 게임, 방송 등 전 분야에 걸쳐 있다. 몇 분야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일본 대중음악의 시장규모는 연간 5조원대로 연간 10조원대인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세계 대중음악 시장규모 연간 45조원 추정)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의 시장규모는 일본에 10%인 4,000억원 대에 불과하다.

또한 일본영화의 시장규모는 1.5조~1.9조원(1990년부터 1999년까지의 평균치)인 것에 반해(표4 참조) 한국의 시장규모는 3,000억원대에 불과하다. 이와 관련, 영상등급위원회에서 발간하는 영상등급 2000년 4월호에 발표된 '일본 영화산업계 시장동향'을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일본의 영상산업의 전체 시장규모는 99년 기준 약 500억 달러(60조원)중 영화, 비디오, 애니메이션, 게임, 음반 부문의 경우 약 200억 달러(약 20조원)로서 우리나라 영상산업의 시장규모 17억 달러(2조원) 수준에 비해 10배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로서 2000년 일본 영상시장의 경우 극영화 부문 2310억엔, 애니메이션 부문 1600억엔, 비디오 부문 5000억엔, 음반 부문 6000억엔, 게임 부문 1조엔 등 250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영화산업 부문의 경우 99년 기준시 일본영화 시장규모는 전체 흥행 수익 면에서 1828억엔(약 18억 달러) 정도로 미국의 63억 달러에 비해 3분의 1이며 우리나라의 2500억원(2억 달러)에 비해 약 9배에 달한다. 시장점유율 또한 극장용 애니메이션의 인기 히트로 외화 대비 45%를 차지할 정도이다.(중략) 일본 영화계는 한국영화계 뿐만 아니라 전세계 시장에서 유럽권 영화를 제치고 헐리우드를 위협하고 있는 막강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만화영화 포켓몬의 경우는 지난 99년 11월 13일 미국 현지에서 하루 동안에만 120억원의 흥행수입을 올렸는데 이 수입은 월트디즈니사가 갖고 있는 라이온킹의 67억원을 단번에 경신한 것이어서 일본의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 신문은 "미국 어린이의 56%가 포켓몬을 관람하겠다는 여론조사가 나와 전후 미국시장에 진출한 일본영화 중 최대의 히트작이 될 것이라며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이런 여파로 인해 타임즈는 연말 특집호에서 '올해의 최고 히트상품'으로 만화주인공 포켓몬을 선정하는 등 일본 대중예술계의 위력적인 여파를 인정해 주고 있다.

위인용에서 알 수 있듯이 개방과 관련한 가장 민감한 사안 중 하나는 역시 극장용 애니메이션이다. 저패니메이션의 위력은 세계가 인정하고 있다. 매년 일본영화 흥행 TOP 10의 절반 이상이 애니메이션이며, 원령공주의 경우 97년 일본 흥행 1위로서 1000만명의 관객동원을 기록했다. 원령공주가 국내에서 상영될 경우 타이타닉을 능가하는 파괴력을 가질 것으로 예견된다. 또한 현재 개봉 대상작인 25편 중 다수가 100만명 가까운 관객동원이 예상되고 있는 실정이다.

애니메이션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캐릭터 산업의 경우 일본이 미국과 전세계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사실만으로 볼 때도 그 파급력은 상상하고도 남는다. 97년 기준 세계 캐릭터 시장은 100조원대로 미국 50조원, 일본 20조원, 한국 6000억원(국내 문화산업 전체 약 16조원의 3%)으로 국내 캐릭터 산업의 90%를 미국, 일본의 유명 캐릭터가 차지하고 있다. 98년 99년 포켓몬스터가 세계 캐릭터 시장의 1위를 차지했으며, 국내에 진입한 포켓몬 캐릭터와 토토로 등은 이미 엄청난 수익을 올리고 있는 상태이다.

물론 시장규모와 산업적 우위가 문화적 우위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문화라는 것은 역사와 사회적 정서, 기호적 동질성 등 많은 변수와 코드를 가지고 있기에 문화의 우수성을 산업적 측면에서만 판단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산업적으로 인프라가 형성된 가운데, 많은 자본과 인력·시간이 투자된 문화는 상품가치성에 있어, 그렇지 못한 문화상품에 비해 경쟁력을 가지게 된다.

더불어 현재 일본문화 개방은 소프트웨어(콘텐츠)에 집중되어 있다. 하지만 일본문화의 국내에 대한 개방은 유통·배급 등 하드웨어적인 면(극장개봉, 비디오개봉, 공중파 유선방송 및 위성방송 공략, 애니메이션 캐릭터 사업 등)에서 일본의 대자본이 공세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농후하며, 이는 문화적 인프라가 취약한 한국 문화산업에게는 치명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1990년부터 1999년까지의 일본영화 산업 통계]

[일본영화 배급 편수 / ( )는 애니메이션의 제작 편수]

[1997년 일본영화배급수입 Best 10 (?=애니메이션, #=어린이용)]

[계속]

(*필자 양기환은 스크린쿼터문화연대 사무처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