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상분야 정책과제 #2 :::
영화인회의 정책위원회 | 2000년 08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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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디지털 영상시대를 맞아 방송과 영화(애니메이션)의 유기적인 관계 수립이 시급하고 방송쿼터제의 확대와 동제도의 효율적인 운용이 이루어지도록 관련 법규를 개정해야 한다.
(1) 현황
▶ 최근 멀티미디어 기술과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인해 이전에는 장르별로 분리되어 서로 무관하게 발전했던 문화산업의 각 영역들이 점점 더 수평적 통합의 과정 속으로 융합되어 가고 있으며, 소위 윈도우 효과가 강화되고 있다. 가령 한편의 영화는 이제 극장흥행에서 생명을 소진하는 것이 아니라 비디오와 공중파 방송, 케이블 방송 등으로 시간 차이를 두고 재상영됨으로써 보다 다양한 시간과 장소에서 다양한 층의 관객들을 만나기 시작하고 있다. 또한 캐릭터산업, 광고산업 등으로의 연관효과도 높아지고 있고, 영상과 출판, 영상과 음반 사이의 연계도 고도화되고 있다.
▶ 그러나 이에 반해 현실의 제도정책적 차원에서 보면 각 분야는 전통적 산업분류체계에 따라 구분되어 수평적 연관효과를 얻을 수 없게끔 분리되어 있다. 이에 반해 유럽에서는 헐리우드영화의 독점에 대응하기 위해 방송에서의 자국 및 유럽영화의무상영비율을 50-60% 이상으로 설정하고 있는 상황이며, 미국에서도 디지털기술의 발전에 비례하여 방송이 영화에 대해 차지하는 비중은 점점 더 커져가고 있다.
▶ 그동안 영화인 및 문화예술인들은 <한국영화의무편성비율>의 상향조정이 21세기 한국 방송영상산업의 활성화에 불요불급한 사항임을 건의해 왔으나, 이번 통합방송법 시행령 제정 시에는 이런 요구가 수용되지 않았다. 한국영화는 스크린쿼터에 힘입어 지난해에는 자국영화시장점유율면에서는 35%를 상회하는 놀라운 성과를 보였지만, 전체 시장규모가 적어 유럽이나 일본에 비해 제작편수는 절반에도 못미치고 있는 형편이며, 방송과의 피드백 부재로 전반적인 경쟁력이 크게 뒤지고 있는 있다. 이미 많은 학자들과 영상산업관계자들은 이런 추세가 개선되지 못할 경우 본격적인 디지털 방송, 인터넷방송, 위성방송 시대를 맞을 경우, 방송-영화의 피드백 부재가 우리 방송산업과 영화산업 양자 모두의 국제경쟁력을 회복불가능한 상태로 몰아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물론 그간 방송-영화의 상호관계가 밀접하지 못했던 관계로 방송계에서는 한국영화의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해 왔고, 방송산업의 미래전략을 세우는 과정에서도 그 비중을 고려치 못하는 관행이 지배적인 저간의 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는 우리 현대문화사의 특수한 사정에 기인하는 것이지 앞으로도 계속 그래야 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 조만간 디지털 방송, 인터넷방송이 급격히 확산되고 방송개방이 본격화될 경우, 현재 영화프로그램 편성에서 외국영화에만 의존해온 관행은 유지되기 어렵다. 인터넷방송과 외국방송에서 자막처리된 외국영화를 시청자들이 다양하게 접할 경우, 국내 지상파를 통한 외국영화방송의 이점은 삭감될 수밖에 없다. 이에 대비해 견실한 방송쿼터제가 마련된다면, 이는 방송국의 한국영화제작 역량을 향상시키며, 동시에 외부에서 제작된 한국영화의 편수를 더욱 다양하게 확보하여 다양한 컨텐츠를 제공 및 가공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수 있게 해줄 것이다.
▶ 앞으로 디지털, 인터넷 기술의 발전에 따라, 리얼타임 뉴스와 교양 프로그램을 둘러싸고 방송사와 신문사간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며, 쇼와 드라마 프로그램에서의 창의적 컨텐츠의 제작 및 보급이 방송 경쟁력의 관건이 될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방송드라마 제작관행으로는 그와 같은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제까지 방송국 피디들은 드라마 제작관행에 만족하지 못해 왔고 이 때문에 영화제작을 위해 방송국을 떠나는 유능한 피디들도 늘고 있다. 그러나 방송에서 한국영화의무상영비율이 상향될 경우 방송국이 직접 수준높은 영화를 제작함으로써 유능한 감독들의 이탈을 막아 조직관리의 측면에서도 이점이 있으며, 그 역량을 축적하여 드라마 제작관행을 개선함은 물론 수준높은 시리즈물을 제작하여 방송사의 경쟁력 전체를 제고해 나갈 수 있다.
▶ 프랑스는 92년 방송쿼터 조항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TF1사에 3천만프랑(한화 약 47억원)의 벌금을 부과한 사례가 있듯 강력한 벌칙조항으로 강력한 통합영상정책을 현실화시켜 냈음에 비해 우리는 전혀 강제력을 발휘하지 못할 수준인 2천만원 이하의 과태료에 머물고 있다. 방송과 영화간 실질적인 협력관계가 구축되지 못하고, 또 매체를 구분하는 낡은 관행이 유지되고 있는 상황에서 아무리 좋은 법이라도 지켜질 수 있도록 강제력을 갖지 못하면 사문화된 법에 지나지 않다. 벌칙조항의 강화와 더불어 쿼터비율을 제대로 지키고 있는지, 벌칙조항의 운영결과 등을 평가, 감시할 수 있는 장치를 제도화해야 하는 것이 방송쿼터의 정착에 가져올 수 있다.
▶ 한편, 최근 영화진흥위원회에서는 년간 400편 이상의 우수한 단편영화들을 제작하고 있는 독립영화의 활황국면을 영상산업 전반의 인프라 구축의 계기로 인식하고 , 금년부터 독립영화전용관의 전국망을 구축할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바, 이 전용관들에서 상영되어 관객들의 테스트를 거친 다량의 우수 독립영화들을 의무상영편수에 포함시킬 경우, 년간 극영화 제작편수가 적어 질이 낮은 과거의 한국영화를 반복상영해야 한다는 부담을 가질 필요가 없게 된다(실제로 현재의 디지털 기술발전속도나 젊은 감독들의 수준을 볼 때 향후 독립단편영화들의 질적 수준은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나아가 이런 피드백과정에서 방송사는 우수한 저예산 독립영화들의 제작 활성화를 위해 영진위나 문화산업진흥위의 기금을 활용한 <저예산영화투자조합>을 결성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자체 제작 또는 외주제작 자본 조달에 도움을 얻을 수 있다.
▶ 물론 이런 직접적인 이점들 이외에도 방송-영상산업은 이제 문화와 경제가 상호침투되는 21세기 <문화경제>의 중추가 되고 있고, 이 때문에 자국의 방송-영상제작능력을 확고히 상향시키는 일은 전지구적 개방경제 시대의 경제주권을 지키는 일만이 아니라, 전지구적인 문화전쟁 시대에 문화주권을 지키는 일에 있어서도 관건이 되는 일임을 하루 속히 인식하지 않으면 안될 상황이다. 이런 모든 점들을 고려할 때, 21세기를 여는 현 시점에서 처음 시행되는 통합방송법 시행령에 한국영화의무상영비율을 상향조정하는 일은 방송과 영화계는 물론 우리의 국민경제와 민족문화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관철되어야 할 사항임이 분명하다.
(2) 정책과제
▶ 한국영화의무편성비율은 영화의 경우 지상파는 '20-40%'가 아니라 '40% 이상'으로, 다른 방송은 '30-50%'가 아니라 '50%이상'으로, 애니메이션의 경우 지상파는 '30-50%'가 아니라 '50%이상'으로, 다른 방송은 '40-60%'가 아니라 '60%이상'으로 상향조정되어야 한다.
▶ 이럴 경우 수입프로그램 중 특정국가물의 상한규정은 '60% 이내'가 아니라 '40%이내'로 하향조정되어야 한다.
▶ 또한 2천만원 이하의 과태료 조항은 실질적으로 강제력을 발휘할 수 있는 수준, 예컨대 현행 2천만원의 100배인 20억 수준으로 강화되어야 한다.
▶ 외주제작비율의 제고, 과태료 조항의 강화
▶ 금년 새로 제정된 시청자 참여프로그램 의무화에 대해 방송국측에서 강한 거부감을 갖고 적극적 시행을 꺼리면서 이를 축소, 무화시키려고 하고 있는 바 이에 관한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정책취지에 맞게 강화해야 한다.
4. 스크린쿼터제의 현행유지, 그리고 방송쿼터제와 스크린쿼터제의 효율적 운용이 이루어지도록 관련법규를 개정해야 한다.
(1) 현황
▶ 지난 2년 동안의 문화정책 중 가장 큰 문제점의 하나는 한미투자협정 체결협상을 통해 촉발된 스크린쿼터투쟁에서 드러났듯이, 해외투자의 증대라는 단기적인 경제이익을 앞세워 장기적인 경제주권과 함께 문화주권 역시 쉽게 포기하려는 정부의 태도라고 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문광부는 초지일관 외통부의 주도에 대해 소극적이고 방관적인 자세를 취해 왔고, 여당 역시 이에 큰 책임을 지니고 있다. 99년에는 범영화인들과 시민사회단체의 연대투쟁으로 투자협상이 연기되었으나 최근 외교통상본부장이 갑자기 "미국측과 쿼터일수를 줄이기로 합의했다"고 일방적으로 발표하여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또한 일본대중문화 3차 개방이 국내 영화시장의 일본영화 점유율을 높여나감에 따라 40% 정도를 유지하고 있는 미국 직배영화와의 경쟁이 불가피하고 이는 곧 스크린쿼터 폐지·축소 압력을 높여나갈 것임에 분명하다. 21세기 영상정보시대의 '문화경제'(이미지경제)의 꽃이라 할 자국의 영상방송산업의 경쟁력 강화의 교두보인 스크린쿼터/방송쿼터를 포기하는 것은 곧 문화주권과 경제주권의 핵심내용을 동시에 포기하는 것을 뜻하는 바, 향후 문화정책의 핵심적인 향방이 여기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 또한 스크린쿼터제의 운용과 관련하여 한국영화 수급상황에 따라 문화부 장관이 20일 범위 내에서 감경해 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 영화진흥법 시행령 관련조항(제13조제2항)이 상황을 고려치 않고 관례적으로 매년 20일 감경을 해오고 있고, 최근 문화부가 99년 쿼터일수 10일 감경을 발표했다가 지난 7월 12일 자로 '10일 추가 감경'을 발표하면서 스스로의 말을 번복하는 것은 문화부의 공신력, 법적 신뢰를 추락시키는 것임과 동시에 스크린쿼터제를 무력화시키는 것에 다름아니다. '스크린쿼터 현행유지' 뿐만이 아니라 '스크린쿼터제의 효율적 운용'이 갖는 중요성을 간과한 데서 비롯된 것이 아닐 수 없다. 최근 3, 4년간 한국영화의 시장점유율이 평균 25%를 유지하고 있고, 99년에는 37%에 도달하는 등 한국영화의 성장이 눈에 보이고 있는 지금 관례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관련 조항을 삭제함으로써 실질적으로 쿼터 일수의 상향조정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2) 정책과제
▶ 스크린쿼터제는 99년의 사수투쟁과정에서 국회와 정부가 이를 유지하겠다고 대국민적 약속을 한 사항이며, 21세기의 문화경제주권 지키기의 관건이 되는 만큼, 한국영화산업이 안정적인 자생력을 갖고 방송쿼터제가 유럽과 같은 방식으로 강화, 안정적으로 운영될 때까지는 어떤 일이 있어도 현행유지되어야 한다.
▶ 최근 한국영화의 성장을 감안, 상황을 고려치 않고 관례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문화부 장관의 20일 범위 내 감경'(영화진흥법 시행령 제13조제2항) 규정을 삭제하여 실질적으로 쿼터일수의 상향조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5. 영화진흥위원회가 합의제 행정기구로서의 자율성이 보장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1) 현황
▶ 권위주의적인 관료적 기구로서 영화현장과 유기적인 연계를 맺지 못했던 영화진흥공사를 민간전문가들로 구성된 합의제 행정기구인 영화진흥위원회로 전환하면서 법규와 제도 및 인사정책 등 전반에 걸쳐 상당한 내용적 변화를 이루어내어 영화산업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한 영화진흥정책을 펼치도록 했다는 점은 중요한 성과다. 하지만 영화진흥위원회의 예산집행에 대한 승인권을 문화부가 가지고 있어 애초의 취지와는 달리 합의제 행정기구로서의 자율성이 보장되지 못하고, 업무 수행에 있어 차질이 빚어지고 있음은 시급히 해결되어야 한다.
(2) 정책과제
▶ 영화진흥위원회의 예산집행에 대한 감사권은 문화부장관이 갖되, 예산 집행의 승인권은 영화진흥위원회로 이관해야 한다.
▶ 최근 예고된 영화진흥법 개정안에서 <부위원장>을 현임기까지는 상임으로 하고 차기부터는 비상임으로 전환한다고 되어 있으나, 이는 영화전문가들로 구성된 영화진흥위원들이 운영관리의 주체가 된다는 애초의 영화진흥위원회의 구성 취지 자체를 망각하는 발상이다. 이럴 경우 운영체제는 과거 공사시절과 같이 사무국 중심의 행정이 되어 새로운 형태의 관료주의로 귀착될 위험이 크다. 상임부위원장 제도는 현행대로 유지되어 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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