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일상
글: 김관식
2001년 05월 13일
작년에 내가 가장 많이 했던 것들은 레코드 가게에 들러서 음반을 사들이던 것과, 영화관에 가서 닥치는 대로 웃기고 유치한 영화를 골라보고 친구들과 커피를, 혹은 핫 쵸컬릿을 마시는 일이었다. 올해, 내가 가장 하지 않는 일은 역시 음반을 사들이는 것과 영화를 보러 극장에 가는 것이다. 사람은 변하는 것일까? 여전히 내 귀에는 폼나는 헤드폰이 걸려있고 지하철에서 옆자리에 앉은 사람은 내가 듣는 노래가 무엇인지 다 알고 있다. <친구>를 보고 나온 나는 자주 경상도 사투리로 이야기하고 있으며, <멕시칸>에서 브래드 피트가 끼고 나왔던 선글래스를 사고 싶어 안달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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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평론하는 방법을 가르쳐 준다고 하는 수업 시간에 몇 년이고 지나 버린 영화를 가지고 오늘을 이야기하는 교수님을 만났다. 그 당시, 모든 평론가들이 그 영화를 가지고 했던 뻔한 이야기들, 그래서 이제 그런 이야기들이 너무나도 평범하게 내 주위에서 일어나고 있는 요즘, 어째서 그 분이 그 영화를 '비평'하는 거리로 삼았는지 의심이 되었다. 몇 년 전에 새로웠던, 혹은 약간은 충격적이었던 소재를 가지고 여전히 충격적인 일이라고 서슴없이 말하고 있는 그의 논지에서, 또는 자신이 그 영화를 비평하는데 사용했던 이론적인 범위 내에서만 그 영화를 생각해보라고 친절하게 선을 그어주는 그가 왜 '비평'이란 것을 하고 있는지 도무지 그 이유를 찾아볼 수 없었다. 옆에 앉아있던 친구가 말했다. 작년에도 다를 건 없었는걸.
어째서 나는, 혹은 우리는 영화에서 무엇을 보고 있는 것일까? 어째서 영화를 보러 극장에 들어가고 있는 것일까?
내가 새로운 음반들을 사들이지 않고 버나드 버틀러의, 혹은 제프 버클리의 노래를 듣고 따라 부르는 것은, 작은 카메라를 들고 다니면서 내 일상을 놓치지 않으려는 마음과 같다. 아무리 많은 영화를 봐도 내 마음에 남는 것은 여전히 내 일상이며, 그런 시각을 벗어나 틀에 박히고 이론적인 필요에 의해서만 음악을 들으려는, 또는 영화를 바라보려는 것에는 여전히 닭살이 돋아나기 때문.
나의 하루는, 조금은 촌스러운 음악이 흘러나오고 투박한 친구들과 함께 자판기 커피를 뽑아 마시고, 가끔 어디서 주워들은 어려운 이론들을 가지고 농담하며 영화를 혹은 음악을 즐거운 문화가 아닌 따분한 학문으로 만들고 있는 사람들을 조소하는 것. 그래서 평론가들에게 별점을 조금만 받은 영화들이라도 내가 좋으면 떳떳하게 보고 좋은 영화였다고 말하는 사람들과 또 다시 평론가들이 외면하는 영화를 보러 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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