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장 팀 버튼 다운 영화 <슬리피 할로우> :::
김관식 | 2000년 02월 0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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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팀 버튼의 영화에서 만날 수 있는 가장 큰 즐거움은 역시 초자연적인 것들에 대한 공상이었다. 지난해, 나를 가르치셨던 한 선생님께서 "상상은 상상력이라는 힘으로 표현될 수 있지만, 공상은 그렇지 않다. 공상력이라는 말이 없는 것이 그 증거이다."라는 말씀을 하셨던 적이 있다. 그렇지만 나는 굳이 팀 버튼의 영화에 상상이라는 말을 쓰고 싶지는 않다. 또, 그렇다고 해서 그의 영화를 비하하려는 의도도 아니다. 일단 말해두지만, 나는 팀 버튼의 열혈팬이다.
사실, 군대에 가는 날짜를 연기해야 하느냐, 마느냐의 같잖은 고민을 내게 안겨 주었던 팀 버튼의 97년 영화, '화성 침공'은 정말이지 기대 이하의 것이었다. 아니 어쩌면 그것은 수준 이하의 영화였는지도 모르겠다. 사회의 이런 저런 모습들을 꼬집고 있는 정치물에 가까운 느낌이 들기도 했었지만 너무나도 진부한 내용들과, 팀 버튼의 분위기라고는 다른 그의 영화들에 발가락만큼도 풍기고 있지 않았던...그저 영화 포스터에서 바글거리던 그 초록색 화성인인지 송충이인지 하는 녀석들만 기억에 남을 뿐이었다. 아마도 '크리스마스의 악몽'에서 그는 너무나도 많은 매력을 발산해 버려서 개인적인 기대를 너무나도 증폭시켜 놓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그리고 몇일 전, 팀 버튼의 새로운 영화가 개봉했다...
한 명, 또 한 명...밤마다 머리가 뒹군다...."슬리피 할로우"
 이런 뭣 같지도 않은 카피를 어떤 작자가 썼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영화사에서는 이 카피를 포스터에 과감하게 집어넣었고(정말 과감한 선택이다.) 팀 버튼의 새로운 영화 '슬리피 할로우(Sleepy Hollow)는 무시무시한 호러 영화(꼭 '하드 고어' 인척 하면서)로 개봉했다. 그리고 나는 온갖 호들갑을 떨며 극장으로 향했다....
이런...뉘앙스가 험악해 진다. 재미 없지만 일단 한마디로 영화를 말하자. 이 영화는 100% 보장받을 수 있는 팀 버튼표 영화이다. (이미 또 보기로 마음 먹었다.) 물론 소문이 난대로, 혹은 영화사에서 선전한 말처럼 이 영화는 유혈이 낭자한다. 처음 영화가 시작되면 꼭 피인척 하면서 한 방울, 한 방울 떨어지는 문서 밀폐용 밀납부터 시작해서 밤마다 나타나는 '크리스토퍼 워큰' 유령은 꼭 점찍어둔 사람만 골라서 목을 잘라 간다. 그것도 단칼에...피를 퍽퍽 튀겨가면서. 그러나 모든 것은 완벽하다. 전형적인 팀 버튼 동화(!)에서 나오는 어두침침한 하늘과 안개. 조니 뎁의 웃기고 있는 오버액션들. 부쩍 성숙해진 내 사랑(헉...) 크리스티나 리치....모든 것이 팀 버튼이 원하는 그대로 존재한다.
 역시, 이 영화에서 중요한 것은 범인이 누구인지, 결말이 어떻게 나는지 따위가 아니다. 이 영화가 유치하다고 욕하는 사람들은 그냥 무시해 버리자. 영화관을 나오면서 '내가 그럴 줄 알았어. 걔가 범인이라 그랬잖아' 따위의 대사를 지껄이는 인간은 역시나 이 영화를 볼 자격이 애초에 없었던 인간이다. 이 영화가 멋진 영화인 것은 범인이 누구냐에 관계없이 전설속의 유령, 'Horse man'이 영화 속에서 실제로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고, 동화스러운 캐릭터들이 실제와 가까운 고증보다는 우리의 상상 속에 자리잡고 있는 모습에 훨씬 더 가까운 모습으로 자리잡고 있는 마을, '슬리피 할로우'에서 살고있기 때문인 것이다.
이 영화는 원래 전해 내려오고 있는 슬리피 할로우 마을의 전설, 또는 목 없는 유령인 'the horse man'의 이야기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팀 버튼이 아니었다면 이 영화는 보나 마나 'tell me something'처럼 누가 범인인가에 중점을 두었을테고, 실제로 알고 보면 유령은 없었다는 식의 결론을 내렸을 확률이 더 클 것이다. 우린 항상 그런 영화들을 보아왔다. 유령은 없다는 것, 혹은 유령을 빙자한 누군가가 범인이었다는 것. 솔직히 그런게 더 재미없지 않은가? 어째서 이런 식의 공상들은 유치하다는 말로 비하되고, 이런 공상 자체만으로는 그 가치를 얻지 못해야 하는 것일까?
어디선가 이 영화를 보고 너무나도 유치하고, 진부한 영화라고 말하는 하는 것을 들었다. 꼭 끝까지 범인이 누군지 추측할 수 없어야 하고, 우리 기억 속에 존재하지 않는 신선한 캐릭터가 나와야만 좋은 영화인 것일까? 내가, 혹은 모든 팀 버튼의 팬들이 그렇겠지만..팀 버튼의 영화가 좋은 이유는 그의 영화가 다름 아닌, '동화'이기 때문이다. 물론 좀 더 깊이 생각해보면 그의 영화의 색깔이나 주제 같은 것들의 어두움에까지 도달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이전에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하는 것, 그것은 그의 영화에는 우리가 좋아했었던. 그리고 우리가 그리는 공상의 세계가 고스란히 들어있기 때문인 것이다. 이 영화, 슬리피 할로우는 특히 그렇다. 유령이 나오는 마을이 있고, 마녀가 있고, 유령이 있다. 동화스러운 유머가 있고...좀 더 보태자면 액션도 있다.(^^;)
아마도 정말 굉장한 영화가 한 편, 나와주지 않는다면. 이 영화는 개인적인 올해의 베스트가 될 것이다. 기억하자. 지금까지의 팀 버튼 영화들 중에서 가장 팀 버튼다운 영화를...
Sleepy Hollow 공식 홈페이지 : www.sleepyhollowmovi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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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서 나는 영화보기를 꺼려하고 있는가에 대한 고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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