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느낄 수 있는 리얼리즘, <파이란>
글: river
2001년 11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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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 해 한국영화의 활황 속에서 거품이다 작품성높은 영화는 설자리가 없다 오히려 퇴행이다 어쩌다 얘기도 많지만 좋은 작품들이 계속 나오는 걸로 봐서는 한국영화의 경쟁력은 쉽게 사그러들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특히 소름, 라이방, 고양이를 부탁해 등 좋은 소품영화들이 많이 나왔죠. 이들을 보면서 느끼는 건 체험에서 나오는 사실적인 감성들입니다. 막연히 머리에서 나오는 리얼리즘이 아니라 가슴으로 느낄 수 있는 리얼리즘입니다. 좀 말이 애매하군요.
사실 파이란을 아직까지 안 본건 크게 세가지 이유였습니다. 하나는 신파조의 처지고 처연할 것 같다는 이유, 둘째는 (귀가 얆은지라) 최민식의 연기만 좋지 영화는 별로야란 주변의 평, 그리고 애인이 없는 관계로 극장에 갈 기회가 별로 없다는 어설픈 이유 등입니다.
파이란을 보고 난 후의 느낌은....말그대로 정말 슬폈습니다. 파이란도 슬프고 강재도 슬프고 조연들도 슬펐습니다. 적어도 밑바닥 생활을 묘사하는 리얼리즘 영화라면 그들에 대한 인식이 담겨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애정이 되었던 비판이 되었던... 이런 점에서 와이키키는 저에게 아무런 감흥을 주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꿈을 잃지않고 살아가는 모습이 아름답지않냐고 말하고 같으면서도 결국은 그들을 조롱하는 걸로 다가왔습니다. 보고난 후 아주 찜찜한 마음을 지울수가 없었죠.
파이란에선 강재의 고통이 아주 리얼하게 다가왔습니다. 얼굴도 못본 파이란에게서 연민을 느끼고 자기를 돌아보는 과정이 하나하나 제게도 슬픔으로 다가오더군요.
그건 사랑은 분명 아닙니다. 강재에게나 파이란에게나 모두에게 말이죠. 사랑이란건 저절로 만들어지는 감정은 아니니까요.
파이란에겐 먼 타국에서 의지할 사람이라곤 하나 없고.. 어찌됐던 자기와 인연의 끈이 닿아있는 몇 안되는 사람이죠. 위장이지만 남편이란 직함을 갖고 있구요. 자기가 감정을 만들어갔겠죠 조작된 감정이긴 하지만 그런 감정이라도 없이 어떻게 삭막해서 살아갈까요. 강재에게도 마찬가지구요, 정말 갈데까지 간 인생에서 자기에게 그런 따뜻한 말을 해주는, 그것도 예쁘고 순수한 젊은여자에게 연민을 느끼는건 당연하죠.
더군다나 감방에서의 10년을 눈앞에 두고 있는 감정상태에서 그런 알싸한 감정을 느끼기가 쉽죠.
분명 사랑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공감대가 있는 것도 아니지만. 외로운 두사람에겐 분명 서로 중요한 존재였죠. 그 감정은 서로 자기를 위해 만들어낸거지만요.
양아치에게도 연민은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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