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앞둔 주말 극장가 풍경
글: 윤상열
2001년 01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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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말 극장가 최고의 흥행작 |
첫 번째 코멘트 / 눈물
'디지털 영화를 왜 돈주고 봐야하지'부터 시작된 관객들의 눈물에 대한 편견은 줄을 이어 터져 나왔다. '다찌마와 Lee'가 아무리 "떳다" 한들 그건 '공짜'라는 꼬리표가 붙었기에 가능한 일이 아니었던가. 결국 다찌마도 디지털이라는 부호를 달았으니까. 이 영화가 마지막으로 발휘할 수 있는 기회라곤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길 밖에는 없었는데 그것마져 실패한 듯 싶다. 주말 극장가에 가장 기대를 갖고, 보고픈 금주 개봉작이였으나 유일하게 표가 남아도는 영화이기도 했다.
두 번째 코멘트 / 프루프 오브 라이프
개봉되지 못할 뻔하다가 러셀 크로우와 멕 라이언의 열애설로 불거진 영화에 대한 외적 관심에 편승하여 개봉된 행운의 영화다. 타임지에서 2000년도 10대 영화에 선정하였다고는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평론가들의 두꺼운 안경 탓 일게다. 관객들의 두 눈은 온통 두 주연 배우에게 집중되었고 그들이 이상한 눈빛을 영화 속에서 주고받을 때마다 낄낄대고 웃기 바빴던 것말고는 기억나는 것이 없다. 장르의 모호한 절충이라던지, 이야기의 절묘한 평행성 따위는 주말을 즐기러 나온 관객들에게는 무거운 텍스트 정도로 여겨졌음에 분명하다. 영화가 끝나고 관객들은 엔딩 자막을 둘러보지도 않고 나가기 바빴으며, 여자들은 러셀 크로의 '글래디에이터'의 막시무스식 억양만이 여전히 매력적인 것 같다고 했다. 맥 라이언은 이제 더 이상 한국 남성들의 이상형의 기준이 되지는 않을 듯 싶다. 그녀가 나오는 영화라면 무조건 개봉하고 보는 관습(?)도 고쳐야 할 것 같고...
세 번째 코멘트 / 미트 페어런츠
역시 우려했던 대로 미국식 유머는 항상 한계를 지니는 것 같다. 시사회 때의 여유로웠던 반응과는 달리 기대치에는 못 미치는 객석 점유률을 보였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왓 위민 원트'라는 동급의 유머를 지닌 영화가 개봉되어서 그런 탓도 있겠지만 '벤 스틸러'라는 배우에 대한 홍보 부족도 눈에 띄는 약점으로 들어난 것 같다. 그런 경향은 '빌리 크리스탈'로부터 이어지는 헐리웃의 코미디 남자배우들의 한국에서의 흥행참패의 과거를 들먹이지 않아도 쉽게 이해되는 부분일 것이다. 어느 정도 입소문을 기대해도 좋겠지만 지금으로서는 입소문 또한 극히 부정적이다. '줄거리만 알면 볼 것, 안 볼 것 다 드러나는 영화'라고 말이다.
네 번째 코멘트 /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최고의 객석점유율을 나타내었던 것 같다. 복합상영관 뿐만 단독 상영관까지 전회 매진을 기록하지 않았나 싶을 정도다. 전도연은 앞으로 당분간은 최고의 스타 배우로서의 입지를 굳힐 것이 분명해 보인다. 설경구 또한 '단적비연수'의 부담으로부터 벗어난 한결 부드러운 이미지로서의 자기 자신의 변화에 성공한 듯 보인다. 제2의 한석규로 불리기에 그의 전성기는 이제야 시작인 듯 보인다. 이 영화의 카피는 앞으로 이렇게 바뀌어야 할 듯 싶다. "나도 흥행 감독이 되었으면 좋겠다" 하여튼 박흥식 감독의 데뷔는 성공적으로 치러진 예감이다.
다섯 번 째 코멘트 / 하루
아무런 이야기나 전조가 없는 영화다. 관객들의 반응도 없다. 한마디로 보고픈 사람은 보고, 그럴 마음이 없는 사람은 보지 않으면 그만이다. 시네마서비스의 강우석 사장이 기대한 만큼의 대박은 일어날 가능성이 희박해 보인다. 적어도 실패는 아니겠지만 성공도 아니라는 말이다. 고소영이라는 배우에게는 안타깝다라는 말 밖에는 할 말이 없다. 이번 영화도 그녀를 이병헌의 그 유명한 멘트처럼 "흥행배우 고소영입니다"가 되기에는 힘이 들지 않겠나 하는 분위기다. 이성재의 침잠은 끝이 없어 보인다. 설 대목이후가 이 영화의 생과 사를 구분짓는 반환점이 될 것 같다.
여섯 번 째 코멘트 / 엑시덴탈 스파이
성룡은 항상 명절만을 노려 자신의 영화를 개봉하는 것 같다. 이번 영화는 우리나라 여배우인 김민도 출연했다는 광고가 있지만 미비하기 그지없다. 물론 그녀를 보고파 하는 이들도 드물겠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평균적인 흥행은 보장하겠지만 2월의 졸업시즌까지 이어가기에는 성룡의 무술도 한계가 있어 보인다. 관객들의 주말 반응은 여전히 그래도 성룡의 영화를 사랑한다는 향수파들이 대부분 이였던 것 같다. 하지만 설에 맞춰 개봉된 유일한 액션영화라는 점이 그나마 큰 위안거리일 것 같다.
일곱 번 째 코멘트 / 2001 용가리
어느 곳에서도 제대로 언급되지 않은 용가리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스카라 단 한 곳에서 상영중이지만 어떤 결과를 나을 지는 별로 기대할 것이 없다. 신한국인 1호의 위상이 정권말기의 레임덕 현상 마냥 비아냥 거리로 전락할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설은 작년 추석 경우와 같이 대작 위주로 편중된 프로그램들이 집중적으로 스크린 수를 늘린 것이 아니라 다양한 장르로 관객들의 개인적인 취향을 맞춰주었다는 점에서 볼권리가 다소나마 고무적으로 충족되었더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군소영화들의 스크린 배급은 요원해 보이는 것은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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