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화제작 <달마야 놀자>, <흑수선>, <와니와 준하>
글: 라인지기
2001년 10월 25일
2001년 상반기 <친구>가 새로운 흥행기록을 쓴 이후 <신라의 달밤>, <엽기적인 그녀>가 헐리우드 대작들을 물리치고 여름 극장가를 휩쓸더니, 그 뒤를 이어 <조폭 마누라>가 대박을 터트리고, 현재 <킬러들의 수다>가 바톤을 잇고 있다. 이렇듯, 올해는 영화인들조차 신기해할 정도로 분명한 한국영화 호황이다.
11월에도 서로 다른 소재와 장르로 저마다의 개성을 갖춘 한국영화 기대작 세 편 - 조폭코미디 <달마야 놀자>, 미스테러 액션 블록버스터 <흑수선>, 순정영화 <와니와 준하>가 차례로 개봉된다.
원래, 11월은 극장가 비수기. 하지만 97년경부터 <편지>, <약속>, <주유소 습격사건>, <텔미썸딩>, <리베라메>, <단적비연수> 등 흥행기대작들이 11월에 개봉하면서 이젠 오히려 한국영화 개봉의 호기로 꼽히고 있다. 올해 12월을 기다리는 굵직한 외화들 <반지전쟁>,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 등의 개봉 직전 휴지기라는 점에서도 일단 11월은 한국영화들만의 독무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 11월 9일 <달마야 놀자> : 조폭신드롬을 이어받아, 또 한번 웃겨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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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16일 <흑수선> : 중견감독의 내공을 기대케 하는 미스테리 액션 블록버스터
11월 16일 개봉되는 <흑수선>은 <쉬리>의 성공이후 지속적으로 시도되어온 블록버스터급 영화. 올해 9월, 하반기 블록버스터의 시작을 알린 <무사>에 이은 두 번째 대작이다. 다음달 9일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첫선을 보일 예정인 이 영화는 11월 개봉작 세 편 중 유일한 중견감독의 영화. 한국전쟁 당시 포로수용소에서 맺어진 원한관계의 끈이 수십년이 지난 오늘까지 이어져 연쇄살인사건과 얽혀드는 이야기를 소재로 한 형사액션. 2만여평 규모의 거제도 포로수용소를 재현하고 일본 미야자키현의 적극적인 촬영지원 등 규모와 액션이 화제를 모았다. 배창호 감독이라는 내공 있는 연출자와 안성기, 이정재, 이미연 등 스타들, 그리고 50억 제작비가 투여된 스케일을 자랑한다.
<쉬리>의 성공 이후, 마치 한국영화의 크기 콤플렉스를 치유해보려는 듯 쏟아져나온 블록버스터급 영화들이 흥행과 평단 양쪽에서 아직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 상황에서 성공적인 첫 블록버스터로 기록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충무로에서는 '미스테리' 요소와 '보디가드 캐릭터로 돌아온 이정재'의 매력이 얼마나 호응을 받느냐가 성패를 좌우하는 열쇠가 될 것이라고 점치고 있다.
● 11월 23일 <와니와 준하> : 새로운 감성의 2001년 마지막 사랑영화
미국의 테러사건과 전쟁으로 어수선해진 사회분위기, 최근 불거진 영화의 '폭력성' 논란... 이러한 상황에서 <와니와 준하>는 올 하반기 개봉작 중 그 정서가 가장 다른 영화이다. 어떤 유행과도 무관하고, 액션이나 스펙터클을 내세우지도 않으며, 제작비 규모도 평균선. 그러나 면면을 살펴보면 결코 만만치 않은 흥행요인을 갖추고 있어 항간에선 '블록버스터 멜러'로 불리기도 한다. 우선, 김희선과 주진모라는 청춘스타 커플을 중심으로 조승우, 최강희라는 연기파 20대 배우들이 가세한 '20대 4인 4색'의 캐스팅이 주목을 끈다. 동거, 이복동생과의 사랑이라는 파격적 설정을 요란함 없이 서정적으로 그려가는 점 또한 신선하다. 순정영화라는 새로운 장르를 내세우고, 20대의 감성과 라이프스타일을 전폭적으로 수용한 <와니와 준하>는 영화 형식과 영상스타일도 독특하다. 영화의 시작과 끝부분에 6분 가량의 수채화풍 애니메이션이 삽입되고, 몇몇 주요 씬에서 만화적 상상력을 발휘한 장면구성을 선보이며, 기억이나 마음의 이미지를 시각적으로 펼쳐내면서 풍부한 볼거리를 선사한다.
올해 흥행작들이 대체적으로 관객의 잠재욕구와 조응한 영화였으며, 11월이 <약속>, <편지> 등이 크게 성공했던 '멜러의 계절'이라는 점도 <와니와 준하>의 흥행 가능성 예상에 플러스 요소로 언급되고 있다. 1년 반만에 스크린에 돌아온 김희선이 이번엔 영화연기에 합격점을 받을 수 있을지, 주진모가 이미지 변신에 무난히 성공할 수 있을지가 영화계의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이자 흥행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변수로 거론되고 있다.
이렇듯 각각 뚜렷한 색깔의 영화가 서로 차별된 장르와 매력으로 승부수를 던지고 있는 11월에는 이렇다할 외화가 없는 상황에서 한국영화들끼리의 흥행대결이 숨가쁘게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달마야 놀자>가 조폭 소재와 코미디의 강세를 계속 이어갈지, 액션과 스케일로 승부하는 블록버스터 <흑수선>이 크기에 걸맞는 성공을 거둘지, 아니면 새로운 감성과 스타일을 제시하는 멜러 <와니와 준하>가 관객들의 마음을 포근하게 감싸며 호응을 얻을지... 그 결과에 대해 영화계 내부에서도 저마다 엇갈린 예상을 내놓고 있어 더욱 흥미진진한 11월의 세 편의 한국영화들. 이제 관객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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