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성인 영화관 허용
글: 양유창
2000년 10월 13일
한동안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등급외전용관 문제가 다시 전면에 떠오르고 있다.
정부 규제개혁위원회는 지난 11일 영화 사전검열로 위헌 소지가 있는 '등급분류 보류제도'를 폐지하고, '제한상영 가(可)' 등급을 신설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영화진흥법 개정안을 의결, 올 정기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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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한상영관'에선 성과 폭력의 과도한 묘사로 인해 기존 4개 등급을 부여받지 못한 영화들을 상영하며, 19세 이상의 성인만 입장할 수 있다.
규제개혁위원회는 또 제한상영관에서 상영된 영화를 비디오물 등 다른 영상물로 제작/상영/판매/대여하거나 광고/선전하는 행위를 허용치 않기로 했다.
'제한 상영관'은 시, 군, 구에 등록만 하면 되는 일반 영화관과 달리 시장 혹은 도지사의 허가를 얻어야 한다.
문화관광부 관계자는 "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내년에 영상물등급위원회 규정과 대통령령으로 '제한상영 가' 등급의 수준 및 제한상영관 설치에 관한 구체적 내용을 확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한상영관'은 선진국에서도 찬반론이 엇갈리고 있는 정책으로 유럽 등지에서는 이미 시행하고 있으나 미국에서는 최근 X등급의 폐지와 함께 제한상영관의 의미가 유야무야된 상태. 하지만, 이들 나라에서는 제한상영관이 아니더라도 비디오 출시시에 심의를 거치지 않을 수 있는 자유를 준다거나 등급 심의 자체가 훨씬 유연하다는 점 등 대안적인 표현의 자유가 충분히 보장되고 있다는 것이 국내의 경우와 다르다.
한편, 영화계는 '제한상영관' 설치에 관해 별다른 논평을 내놓지 않고 있는데, 이는 내부적으로 통일된 목소리가 없다는 점 외에도 정작 영화진흥법 개정안이 기존의 등급분류 방법에서 더 후퇴하여 등급판정을 보류할 권한을 강화하고 있다는 것이 더 큰 이유처럼 보인다. 즉, 등급판정이 계속 보류된다면 어느 극장에서건 영화를 상영할 수 있는 방법 자체가 막혀버린다는 것이다.
김대중 정부의 영화정책에 관한 공약은 지원은 하되 간섭은 않겠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표현의 자유에 관한 보장이었다. 하지만, 작금의 현실은 어느 하나라도 제대로 하는 것이 없다. 그저 눈가리고 아웅하기 식의 행태를 보이는 것 같아 씁쓸하다.
어쨌든 국민의 정부는 집권 초기 등급외상영관 신설을 가시화했다가 보수주의자들의 반발로 철회한 적이 있다. 그런 면에서 이번 제한상영관 허용 조치는 일단 환영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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