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닫는 70-80년대 프랑스 영화의 산실
글: 양유창
2000년 10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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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경복궁 동문 앞 사간동 거리. 지금은 현대적인 화랑가로 변한 이 고즈넉한 문화 거리 터주대감 중 하나가 주한 프랑스 문화원이었다. "불란서 문화원"이란 궁서체 간판 만으로도 독특한 향취를 뿜어왔던 이곳이 올해 말, 30년 사간동 시대를 막내리고 서울역 앞 18층 짜리 현대식 빌딩으로 이사간다.
지난 세대 한국 젊은이들에게 남다른 '영화 학교' 노릇을 해왔던 프랑스 문화원 내 130석 영화관인 "Salle de Renoir"는 표현의 자유를 보장받지 못하던 시절, 젊은 영화광들의 도피처였고 학교였다. 그동안 상영된 영화가 3000여편. 장선우, 배창호, 박광수, 김홍준, 박찬욱, 정성일, 강한섭 등 국내의 유명 영화인들은 거의 프랑스 문화원을 통과의례처럼 거쳐갔다.
이들이 학생시절을 거쳐 한국 영화계의 메인스트림으로 떠오르면서 자연스럽게 프랑스 문화사절로서의 역할을 한 것도 사실인데, 이러한 영향으로 국내에 한때 프랑스 영화 바람이 불기도 했었다. 누벨 바그와 누벨 이마주 세대의 작품들, 장-뤽 고다르, 프랑소아 트뤼포, 끌로드 샤브롤, 에릭 로메, 장 르느와르와 장 비고, 자끄 따띠, 로베르 브레송, 장 꼭토 등의 영화가 국내에 소개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 "Salle de Renoir"를 통해 영화를 본 이들에 의해서였다.
한때는 좌석을 얻기 힘들만큼 인기였던 이 사간동 작은 영화관이 지금은 거리에 넘쳐나는 영화포스터들로 인해 그 인기가 시들해진 것이 사실. 하지만, 아직도 프랑스 문화원에서는 미래의 영화인을 꿈꾸는 또다른 젊은이들이 남몰래 프랑스 고전 영화들을 탐닉하고 있을런지도 모른다.
그들을 위해, 아듀! Salle de Renoi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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