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락하는 영화시장... 불확실한 미래 :::
조희문 | 2000년 11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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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89년 일본의 소니사가 미국의 컬럼비아 영화사를 인수한 일은 세계 영상업계가 다국적 거대 기업간의 영토전쟁 대상에 들어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구체적인 선언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소니는 컬럼비아사의 경영을 사실상 독립시켰다.
영상미디어 업계의 거물 루퍼트 머독의 사업도 붕괴의 위기를 맞고 있다는 관측이 나올 정도로 곤란을 겪고 있다. 스티븐 스필버그와 애니메이션 경영의 귀재 제프리 카첸버그 등이 손을 잡고 야심차게 출발했던 드림웍스도 기대와 달리 그저그런 정도의 영화들만 내놓고 있는 수준이다.
이런 일들은 영상산업이 황금알을 낳는 첨단 미래 산업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상당한 과장을 담고 있거나 특정한 성공사례를 일반적인 상황으로 강조한 것은 아니었는가라는 의문을 던진다.
최근 영상산업 분야의 변화 양상은 세가지 측면에서 분석할 수 있는 데, 우선 매체 환경의 변화를 주목할 수 있다. 디지털 기술의 보편화와 쌍방향 소통의 확산, 인터넷 등을 통한 유통방식의 개인화는 매체 변화와 더불어 나타나고 있는 특징적 요소다.
디지털 기술은 새로운 형태의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것을 가능케 하며 유통과 저장, 재현 능력을 혁명적으로 바꾸고 있다. ‘쥬라기공원’의 공룡이나 '타이타닉’의 호화여객선 타이타닉의 침몰도 디지털 기술이 만든 빛나는 결과였다.
쌍방향 소통 즉 인터렉티브 유통은 영상미디어에 접근하는 방식과 형태를 근본적으로 바꿔놓고 있다. 하나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정해진 과정을 따라 일방적으로 전달하고 수용하는 '한 방향 소통’은 빠르게 사라지거나 약화되고 있다.
두번째 양상은 영화의 내적 경쟁력이 계속 유지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다. 토키(영상과 동시에 음성ㆍ음악 등이 나오는 영화)와 컬러화면의 개발, 대형화면의 등장, 트릭 촬영이나 스크린 프로세스(촬영된 풍경을 배경으로 다시 촬영하는 트릭 촬영 기법의 하나)와 같은 특수효과의 지속적인 개발은 영화표현의 사실감을 극대화시켰다.
그러나 기술 발전이 영화의 경쟁력을 보장해줄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발성장치나 컬러화면 같은 기술들이 '보편적’ 요소로 확장되었을 때는 더 이상 경쟁요소로 활용되지 못했던데서도 기술개발의 가능과 한계를 읽을 수 있다.
세번째 요소는 영화의 국가간 편중이 쉽게 개선되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영화제작을 주도하고 있는 나라와 그렇지 못한 나라들과의 불균형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미국에 비해 크게 밀리지 않을 것 같은 일본 영화가 국제시장에서는 상품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나 칸, 베니스, 베를린 등 국제영화제가 세계 영화시장의 판도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은 영화시장의 냉혹한 현실을 반증하는 것이다. 부산국제영화제가 50여개국에서 200여편의 영화를 불러 모았고 20여만명의 관객이 몰렸다고 하지만 우리들끼리의 잔치를 넘어서지 못하는 것도 다를 바 없다.
한국영화가 처한 상황은 여전히 불안하다. 한국영화에 대한 관객의 신뢰가 빠르게 개선되고 있는 덕분에 투자자본은 기회를 찾고 있고 극장의 설립 또한 경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제작과 배급, 유통도 나름의 체계를 잡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한국 영화의 시장경쟁력이 살아나고 있다는 평가가 가능한 대목이다.
그러나 흥행 성과는 상위 4~5편 정도를 제외하면 참담할 정도의 결과에 그치는 수준이다. 해외시장을 상대로 전략을 세우는 것도 만만한 일이 아니다. 문화적 이질성, 배우나 감독의 지명도, 배급망의 사업력 등을 고려하면 경쟁력은 한계를 지니기 때문이다.
20억원의 제작비를 들였을 경우 최소 70만명 정도의 관객이 들어야 손익을 맞출 수 있다. 외형적 팽창에도 불구하고 한국 영화의 구조적 한계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투자자본은, 이윤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언제 철수할지 모른다.
영상산업은 황금알을 낳을 수 있는 첨단 미래산업인가, 우리가 목표하는 것은 국내 시장의 안정을 지키는 것인가, 세계 시장을 상대로 도전하는 것인가 하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간절히 기대하는 것은 제발 국내 시장에서만이라도 한국 영화가 일정한 규모로 시장을 지켜 주는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영상산업’ 시대를 최선의 힘으로 맞고 있다고 자부해도 좋을 것이기 때문이다. 해외시장을 뚫는 것도 그 위에서야 가능한 일이 아닌가.
(*필자 조희문은 상명대 영화학 교수로 재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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