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감독, 베를린영화제 감독상 수상

영화뉴스

김기덕 감독, 베를린영화제 감독상 수상 :::

�뺤꽑湲 | 2004년 02월 15일
조회 3315

◇제54회 베를린영화제에서 '사마리아'로 감독상을 수상한 김기덕감독이
지난 10일 배우 곽지민양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

김기덕 감독, 베를린영화제 감독상 수상

2004.02.14 / 베를린=나지언 기자

김기덕 감독이 <사마리아>로 54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했다. 페막을 하루 앞둔 14일 오후 2시(현지시간), 베를린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심사위원장 프랜시스 맥도먼드 외 7명의 심사위원은 금곰상을 비롯한 주요 부문 시상 결과를 발표했다. 맥도먼드가 감독상 수상자로 김기덕 감독을 호명하자, 찬반 양론이 팽팽했던 영화였던만큼 장내에는 함성과 야유가 동시에 터져나왔다.

김기덕 감독은 아이러니하게도 지난 9일 베를린에서 열린 <사마리아> 기자회견에서 "내 목표는 베를린영화제를 비롯한 유럽영화제에서 상을 받지 않는 것이다. 상을 받으면 그 때부터 스탠더드한 영화가 되는 것이고, 지금까지 유지해온 관점을 잃을 수가 있다. 상을 받는 순간이야말로 나에겐 최악의 순간이다"라고 말하기도 했었다.

이로서 김기덕 감독은 1998년 <파란대문>으로 베를린영화제 파노라마 부문에 진출한 이래 2002년 <나쁜 남자>로 경쟁 부문에 초청받았고 <사마리아>로 2004년 베를린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게 됐다. <사마리아>는 원조 교제를 하던 친구의 죽음 이후 몸을 팔게 된 여고생 여진이 아버지로부터 용서받는 과정을 그린 영화로, 독일에서 9월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국내 개봉은 2월 말 예정.

한편, 결과를 예측하기가 힘들었던 금곰상은 독일 영화 <헤드 온 Head-on>에게 돌아갔다. 파티 아킨 감독이 만든 <헤드 온>은 경쟁 부문에 오른 또 다른 독일영화 <나이트 송>의 혹평과 달리, 독일에서 살고 있는 터키 이민자들을 강렬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영화제 데일리 '스크린'의 평론가들과 달리 독일 기자들은 테오 앙겔로풀로스, 켄 로치, 리처드 링클레이터의 신작들을 제치고 <헤드 온>을 수상 리스트에 올려놓기도 했었다.

심사위원 대상에 해당하는 은곰상은 다니엘 버먼 감독이 만든 아르헨티나 영화 <로스트 임브레이스>가 받았다. 최우수 남자배우상까지 함께 가져간 <로스트 임브레이스>는 부에노스 아이레스를 배경으로 다양한 이민자들의 삶을 빠른 전개와 위트 있는 대사로 풀어낸 작품이다.

유난히 여배우의 활약이 두드러지는 영화가 많았던 올해 베를린영화제는 <몬스터>의 샤를리즈 테론과 <은총이 가득한 마리아>의 신인배우 카탈리나 산디노 모레노에게 최우수 여자배우상을 동시에 안겨줬다. <은총이 가득한 마리아>는 베를린영화제 설립자 이름으로 주는 상인 알프레드 바우어상도 받았다.

한편, 비요른 룽게 감독의 <데이브레이크>는 예술공헌상과 최우수 유럽영화상인 블루엔젤상 등 2개의 트로피를 챙겼으며 혹평이 오고갔던 이탈리아 영화 <첫사랑>은 영화음악상을 받았다.

다음은 주요부문 수상결과다.

금곰상 <헤드 온> 파티 아킨 (독일)
심사위원 대상 <로스트 임브레이스> 다니엘 버먼 (아르헨티나)
감독상 김기덕 <사마리아> (한국)
최우수 여자배우상 샤를리즈 테론 <몬스터> (미국) , 카타리나 산디노 모레노 <은총이 가득한 마리아>(미국/ 콜럼비아) 공동수상
최우수 남자배우상 다니엘 헨들러 <로스트 임브레이스> (아르헨티나)
예술공헌상 <데이브레이크> 비요른 룽게 (스웨덴)
영화음악상 반다 오시리스 <첫사랑> (이탈리아)
블루엔젤상 <데이브레이크> 비요른 룽게 감독 (스웨덴)
알프레드 바우어상 <은총이 가득한 마리아> 조슈아 마슨 감독 (미국/콜럼비아)

[참고] 김기덕 감독 연보

▲1960년 경북 봉화 출생
▲90-93년 프랑스 유학 서양화 작업
▲94년 <화가와 사형수> 영화진흥공사 시나리오 공모 대상 수상
▲96년 데뷔작 <악어> 연출 = 스웨덴 국제 영화제 초청
▲97년 <야생동물보호구역> 연출 = 뱅쿠버 국제 영화제 초청
▲98년 <파란대문> 연출 = 베를린 국제 영화제, 모스크바 국제 영화제, 카를로비바리 국제 영화제 등 초청
▲99년 <섬> 연출 = 베니스 국제 영화제, 선댄스 영화제, 로테르담 국제영화제 등 초청, 브뤼셀판타스틱영화제 대상
▲2000년 <실제상황> 연출 = 모스크바 국제 영화제 초청
▲2001년 <수취인불명> 연출 = 베니스 국제 영화제 초청
▲2001년 <나쁜 남자> 연출 = 베를린 국제 영화제 초청, 후쿠오카 아시아영화제 대상
▲2002년 <해안선> 연출 =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국제평론가협회상, 넷팩상, 카를로비 바리상 수상
▲2003년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 연출 = 방콕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진출, 선댄스영화제 초청
▲2003년 <사마리아> 연출 = 베를린 국제 영화제 감독상 수상

(씨네 21에서 발췌)

54회 베를린영화제 수상 결과 총평

2004.02.15 / 베를린=나지언 기자

54회 베를린영화제는 거대한 정치적인 이슈보다 미시적인 삶의 조건에 눈길을 돌렸다. 독일영화 <헤드 온>의 금곰상 수상, 김기덕 감독의 수상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건'이었다. 1986년 <스탬하임> 이후 거의 20년 만에 독일영화 <헤드 온>이 그랑프리인 금곰상을 받은 것은 그야말로 화제였다. 14일 오전(현지시간)까지만 해도 테오 앙겔로풀로스나 켄 로치 등의 이름이 유력한 수상 후보자로 오르내렸기 때문이다.

<헤드 온>은 터키 출신 독일 감독 파티 아킨이 만든 작품으로, 독일에서 살고 있는 터키 이민자들의 문제를 강렬한 영상과 남녀간의 사랑이라는 흡입력 있는 이야기로 구성했다. 미국의 이라크 공격이라는 세계 정세를 반영하듯, 지난 해에는 아프가니스탄 난민을 다룬 <인 디스 월드>에 금곰상을 안겼던 것에 반해 올해는 다소 미시적이고 인간적인 문제에 박수를 보냈다.

조슈아 마슨 감독의 미국-콜롬비아 합작 영화 <은총이 가득한 마리아>와 아르헨티나의 다니엘 버먼 감독의 <로스트 임브레이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여우주연상과 알프레드 바우어 상을 가져간 <은총이 가득한 마리아>는 마약을 몸에 숨겨 나르는 콜롬비아 소녀들을 통해 삶의 조건과 인권에 대해 건조하면서도 섬뜩하게 이야기하고 있는 작품이다.

심사위원대상과 남우주연상을 받은 <로스트 임브레이스>도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살고 있는 다양한 이민자들의 삶을 정치적인 구호보다 잔잔한 유머로 풀어냈다. 김기덕 감독에게 감독상을 안겨준 <사마리아>나 샤를리즈 테론이 최우수 여배우상을 수상한 <몬스터>도 모두 인간이 처한 끔찍한 삶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는 데서 공통점을 찾아볼 수 있다.

한편, 영화제 후반에 공개된 거장들의 신작은 호평을 받았으나 수상까지 이어지지는 못했다. 러닝타임이 170분이나 되는 테오 앙겔로폴로스의 <3부작: 울고 있는 초원>은 시적인 영상으로 보는 이들을 압도했지만, "비경쟁 부문에 더 어울린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반응이 좋았던 켄 로치의 <에 폰드 키스>와 리처드 링클레이터의 <비포 선셋>은 인간적인 문제보다 소소한 드라마의 느낌이 더 강해 수상으로까지 이어지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탈리아 영화 <첫사랑>의 음악상 수상은 기자회견 중 야유가 터져 나올만큼 논란이 일었다. 심사위원 중 2명이 이탈리아 출신이었다는 점과 무관하지 않다는 게 중평이다.

54회 베를린영화제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시의 재정 지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운영과 활기 면에서 모두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그러나 경쟁 부문은 여전히 더 많은 고민을 필요로 한다. 올해 경쟁 부문은 "나쁜 영화도 없고 좋은 영화도 없다"는 무난한 평가를 받는데 그쳤고 <중앙역>을 만든 월터 살레스 감독의 <오토바이 다이어리> 등은 칸으로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기 3년째를 맞는 디터 코슬릭 집행위원장은 할리우드 스타들을 내세워 영화제에 활기를 불어넣으면서도 이슈를 제기하는 영화들을 여러 섹션에 고루 배치해 베를린영화제 고유의 성격을 지켜 나갔다.

<필름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