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로봇, You, 관객
글: 김성수
2004년 08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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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하는 말중에 "아는만큼 보고, 보는만큼 안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쉽게 말해, 무엇을 보게 되든지, 무엇을 알게 되든지, 자신의 능력 범위 내에서 이해하게 된다는 말입니다. 고상한 미술 작품을 보거나, 전통 음악을 듣거나, 소설 책을 읽거나, 어떤 경우든지 간에 해당될 수 있겠지요. 물론, 영화도 마찬가지입니다.
원래 일류 레스토랑에서 만든 최고급 일류 요리의 맛을 아는 사람들에게 동네 중국집의 짜장(간짜장도 아닌)은 맛으로는 도저히 성이 차지 않는 법입니다. 이 사람들은 정말로 맛이 있다는게 뭔지를 알기 때문입니다. 비록 그 맛이란게 주관적인 차원이라 해도 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맛에 대해 객관적이라는 표현을 쓸 수 있습니다. 사람의 입맛이 완전히 주관적이지는 않은 탓이죠.
이런 상황은 영화에도 거의 그대로 적용될 수가 있습니다. 소위 고차원적인 영화들, 그러니까 유럽의 예술 영화나 별 다섯개도 모자라는 불멸의 명작 영화들로 눈을 완전히 버려놓은(?) 사람들에게, 오락용으로 만들어진 단순 할리우드 영화는 성이 찰리가 없습니다. 게다가 영화도 아무리 주관적이라지만, 평론가들과 기자들은 예나 지금이나 별점을 매기고 있는 중입니다.
<아이, 로봇>도 바로 이런 영화라는 맛의 본성과 연결이 될 수 있는 영화입니다. 윌 스미스의 능글맞은 연기하며, 상업성이 가득한 영상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혹시 SF 영화 본래의 의의와 아시모프의 이름을 되려 욕되게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영화 역시 아는만큼 보고, 보는만큼 안다는 말이 확실히 맞는 듯합니다.
그러나, 이 상황을 역으로 적용해도 말이 됩니다. 무슨 말이냐구요? 영화에서도 영화 이상의 것을 아는 사람들에게는 영화 이상의 것이 보일 수 있다는 말입니다. 쉽게 말해, 아이들 만화에서도 문학이 보일 수 있는 것이고, 폭력 영화에서도 철학이 보일 수 있는 것입니다. <아이, 로봇>에서도, SF 마니아라면 누구나 다 영화가 그리고 있는 이야기의 한계점에 실망했다 하더라도, 감추어진 면모를 어느 정도 봤으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리 허접스러운 영화라도, 싸구려 영화라도, 단순 포르노 내지 오락용 영화가 아닌 이상, 영화의 이면에는 수많은 자료들과 참고되는 생각들이 따라오게 마련입니다. 그리고, 그걸 볼 수 있는 사람에게 그게 보이는 것은 당연합니다.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고요? 천만의 말씀입니다. 영화는 단순히 영화가 아닙니다. 영화는 매체이자 예술이자 오락입니다.
이러니 영화를 영화로만 볼 때(영화 관람을 놀이기구 타는 것쯤으로만 생각할 때), 영화에 대한 이해 수준은 그리 높지 못할 것이고, 영화를 영화로만 생각하고 만들 때(관람객들을 놀이기구에 태우겠다는 정도로만 생각하고 만들 때), 수준 높은 영화가 만들어져 나올 까닭이 없는 것이 당연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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