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영화 다시 보기 #2 <퀼스>
글: 김성수
2004년 12월 0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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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키스 드 사드(Sade). 이름만 들어도 그리 달갑지 않은 18세기 프랑스의 작가입니다. 외설과 불륜과 변태 등 성과 관련된 모든 것들에 대전환을 불러일으킨 일종의 성혁명가죠.
18세기 당시부터 최근까지 엄청난 논란을 불러 일으킨 사드의 책들은 불과 몇 십년 전까지 일부 서양 세계 국가에서도 금서였다고 하네요.
카우프만의 영화 <퀼스>는 이런 광기어린 (보기에 따라서는 천재적이고 열정적인) 사드를 멋지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특히 사드 역을 맡은 제프리 러쉬는 이 작품으로 연기 생애의 전환점을 맞이했다고 하네요.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전체적으로 끔찍합니다. 심한 욕이나 선혈이 낭자하지 않아도, 분위기만으로 영화는 충분히 끔찍할 수 있다는 면을 관객들에게 유감 없이 보여주는 셈이죠.
이 영화에 우리나라의 영화잡지들은 신기하게도 대부분 별 세개를 주었더군요. 영화라는게 원래 주관적인 감상이 많이 개입되는지라 가타부타 자세히 말할 게재는 못되지만서도 좀 이상합니다.
영화 <퀼스>는 지극히 철학적이고, 예술적이고, 작품성을 추구한 작품입니다. 그러면서, 대중성도 완전히 도외시 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전체적인 영화 요소의 완성도가 상당히 높은 편입니다.
그 중에서도, 영화의 마지막 부분, 쿨미어 신부의 환상 장면(어쩌면 실제일 수도 있습니다. 영화는 환상인지 실제인지 논의의 여지를 남깁니다)은 이 영화가 표현하고자 하는 모든 바를 송두리째 함축하고 있는 멋진 장면입니다.
물론, 이 영화를 보기 위해서는 당연히 18세 이상이셔야 합니다. 그리고 꼭 잊지 마시길, 영화(다큐멘터리가 아닌 다음에야)는 현실이 아니라 가상입니다. 비록 현실의 단면을 함축하고 있다 하더라도요.
더욱이 영화 <퀼스>는 할리우드 영화들처럼 가상을 현실이라고 속이지도 않습니다. '글'도 '영화'도 현실과 가상 그 중간 어딘가에 있다고 분명히 말하고 있으니까요.
영화가 좀 어렵고 보기에 따라 좀 역겨운 면이 있긴 합니다만, 할리우드 오락영화에 식상하신 분들께는 적극 권하고 싶습니다. 예술영화치고는 그렇게 지루한 편도 아닙니다.
또, 영화를 어느 정도 아시는 분들께는 역사-시대극의 영화기법들과 철학적 함축(특히 미셀 푸코)을 동시에 감안하시면서 감상하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푸코에 대한 배경 지식이 없으시다면, <광기의 역사>나 <감시와 처벌>을 한 번 읽어보시는게 여러모로 도움될 것 같습니다.
기사 본문 보기: 혼란, 광기, 부조화, 그리고 인간의 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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