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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터미널>은 현실이 아니라 환상이다 :::
터미널 (2004) ★★★☆☆
김성수 | 2004년 09월 04일
조회 4540
이 영화를 보고 크게 실망하는 사람은 두 부류가 될 것 같습니다. 영화기자들과 평론가들을 포함해서 영화를 좀 봤다고 자부하는 사람들, 그리고 반미주의적인 정서를 가진 사람들이겠죠.
전자의 사람들은 스필버그 상표의 휴머니즘에 질릴대로 질린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럴 것이고, 후자의 사람들은 영화 <터미널>에 배어있는 미국우월주의적인 색채를 싫어하기 때문일겁니다. 그러나, 스필버그표 영화에 대한 선입관과 반미주의적 사고 방식을 좀 배제하고 보면, 이번 영화는 꽤 재미있고 아기자기 합니다. 미국 상업영화를 보는데, 반미-친미가 꼭 필요한건 아니겠죠?
이를 좀 더 깊게 생각해 본다면, 영화 <이티>에서 외계인 이티가 지구에서 느꼈던 기분이 아마 빅토르가 뉴욕의 JFK공항에서 느꼈던 생각이 아닐까 하네요. 아니나 다를까. <이티>의 분위기가 <터미널>에도 비슷하게 많이 섞여있습니다. 특히 맨 마지막 택시 장면에서 빅토르가 'Home'을 외칠 때, 그 느낌이 가장 강렬하게 들더군요.
이렇게 말은 하고 있지만, 사실 저도 스필버그표 영화에 대해 분명히 선입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애초부터 이 영화에서 크게 기대할건 없겠구나 생각을 했거든요. 영화 포스터와 홍보 문구를 딱 보는 순간부터 최면성 스필버그 휴머니즘 동화겠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물론, 영화 <터미널>은 이런 제 기대치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아예 기대를 하고 보지 않으니, 오히려 보는 내내 즐거웠죠. 어차피 옛날 이야기를 현재 배경으로 각색한 스타일의 동화를 보고 있는 중이니 말입니다. 아버지와의 추억에서 영감을 받아 영화를 제작하는 최면성 휴머니즘 동화 작가 스필버그. 관객에게 최면을 걸려는 이런 최면술사의 노력을 보고 즐거워 했다면 너무 발칙한걸까요?
영화 속의 배경이 미국의 공항이 아니라 프랑스나 영국의 공항, 아니 한국의 공항이었더래도 내용상 전개는 아무 무리가 없었을 겁니다. 미국인 감독이 미국을 중심 배경으로 찍은거니 그러려니 할 뿐인거죠. 그래도 영화 내러티브 속에 감추어진 '문'에 대한 신화적 알레고리는 보이더군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영화들이 작품성 있고, 심오하고, 예술적일 필요는 없겠죠. 또, 그런 작품성 있는 영화에만 엄지 손가락을 치켜 올리며 찬사를 보낼 필요도 없고요. 모든게 빤해 보이는 이 영화는 오히려 솔직해서 좋았습니다. 애초부터 빤하다고 강조하고 있으니까요.
영국의 영화잡지 '엠파이어'가 이 영화에 자그만치 별을 네개(다섯개 만점)나 주었다는 사실이 놀랍기 그지 없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저는 세개밖에는 안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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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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