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묘미, 예술의 향기

분석과 리뷰의 저편에서

영화의 묘미, 예술의 향기 :::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 (2004) ★★★★☆

김성수 | 2004년 09월 17일
조회 4274

미국 영화 잡지 '프리미어'의 모 평론가는 영화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를 예술 영화(art film)로 규정하지 않더군요. 일견 타당한 말이라고 생각됩니다.

지극히 추상적이고 상징적(특히 프랑스식으로)인 영화가 결코 아닌 이 영화는 100% 예술 영화는 확실히 아닙니다. 그러나 저는 이 영화를 90%쯤 되는 예술 영화라고 규정하고 싶군요. 비록 전통적인 맥락에서의 예술 영화는 아니지만, 영화에는 예술에 대한 해석과 의미가 가득 차있기 때문입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화면 속의 색감과 빛(조명 및 명암)이 주로 보이더군요. 솔직히 처음에 저는 이거만 눈여겨 보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언뜻 정신이 들고 나서 뭐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를 보려 하니 웬걸 스칼렛 요한슨의 얼굴만 보이더군요.

이처럼 약간 황당하게(?) 이 영화에 대한 제 감상은 끝이 났습니다. 90분이 정신 없이 금방 지나가더군요. 예술 영화는 이처럼 짧게 만들 수 밖에 없다는걸 알긴 하지만, 그래도 왜 런닝타임이 이거 밖에 안되는 건지...

참, 10%는 왜 빠졌나고요? 영화가 가지고 있는 대중적 요소인 스릴러적 + 멜로적 요소 때문이죠. 물론, 이건 영화 전체를 곰곰히 다시 생각해 보면서 천천히 깨닫게 된 사항입니다. 하지만 저 개인적으로는 영화를 볼 때 대중성도 중요한 면으로 생각하는 탓에, 이 영화의 이런 면을 아주 크게 문제삼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이유 때문에 기사 본문의 말미에 밝힌 것처럼 이 영화는 완벽하지 않지만 완벽에 가까운 영화라고 말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네요. 그렇지만, 어쩌면 어떤 의미에서는 이게 더 완벽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집 앞 마당에 굴러다니는 가을 낙엽들을 빗자루로 쓸어 낼때에는 완전히 깨끗이 쓸어 버리는게 아니라더군요. 원래 가을 마당에는 낙엽 몇 개가 좀 굴러다녀야 완벽한 거라면서요?

끝으로, 지금 막 생각난건데 여류작가의 소설을 바탕으로 해서 제작된 탓인지, 영화 곳곳에 페미니즘적인 흔적들이 있는 것 같네요. 하녀들의 삶이라던가, 사위의 예술혼에 사로 잡힌 장모의 모습이라던가, 질투심과 함께 남편을 이해하지 못하는 자신의 평범함에 치를 떨 수 밖에 없었던 베르메르 부인의 마지막 절규 등등.

더불어 뛰어난 예술가적 재능을 가졌지만 결코 그걸 꽃피울 수 없는 시대를 살아야 했던 그리트의 모습도 다시 아련하게 떠오릅니다.

기사 본문 보기: 영화의 묘미, 예술의 향기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의 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