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버스, 정류장> 그리고 루시드폴 :::
영화야, 음악을 말해줘 #1
정정령 | 2002년 12월 06일
조회 4401
나는 루시드 폴 음악의 가장 큰 매력은 그 무 덤덤함과 심심함이라고 생각한다. 너무 고요하고, 정적이지만 그래서 매력적인 노래들.
내가 루시드 폴의 음악을 알게 된 것은 그의 노래 '너는 내 마음속에 남아'를 듣고 부터 였다. 이 노래에 반해 이 노래가 수록된 그의 1집 음반을 사게 되었고 이 음반은 아직도 나의 베스트 음반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다. 그리고 그 다음에 미선이 음반을 사게 되었다. 이른바 그의 빅 팬이 된 것이다.
올해 초, 혹은 작년 말부터 루시드폴이 <버스, 정류장>이라는 영화의 음악을 만들게 되었다는 말을 들었다. 그 후의 나의 기대감은 정말이지, 하늘을 찔렀다. 영화가 개봉되기 전부터 이 음반을 사서 거의 매일 듣다 시피 했다. 하지만 영화는 비디오로 나오고 나서야 보게 되었는데, 이 영화 <버스, 정류장>은 정말이지 나의 기대감을 모두 무너뜨려 버렸다. 이유인 즉슨 이 영화의 완성도와는 관련 없이 ost를 들으면서 생각해놓은 영화의 분위기-쓸쓸하면서 따뜻한-와 장면들을 내 마음대로 정해놓았기 때문이다.
물론 영화의 완성도도 그닥 높지 않았으며, 몹시 심심한 영화였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나는 오직 내가 좋아하는 루시드폴이 음악을 만들었다는 이유로 수없이 이 영화에게 화를 내고 폄하하는 발언을 늘어놓았다. 다른 루시드폴의 팬들도 이와 비슷한 반응-노래 좀 들으려고 하면 끊겨버려서 너무 짜증이 났다-을 보였다. 영화를 보고 난 뒤로 나는 이 음반을 듣지 않게 되었다.
영화 음악은 영화가 없으면 존재할 수 없다. 영화가 있기 때문에 영화 음악이 있는 것이고, 영화의 기억이 음악을 더욱더 아름답게 만들어 준다. 영화 <버스, 정류장>은 루시드폴의 뮤직 비디오가 아니다. 영화 <버스, 정류장>과 루시드폴의 음악에 대한 나의 반응은 교만이라고 밖에 할 수 없는 것들이다. 멋대로 영화의 내용을 상상해버리고 그와 맞지 않는 다는 이유로 영화를 미워하고 음악을 듣지 않았던 행동이야말로 더 큰 것을 보지 못하는 소인배의 행동이었다. 그리고 지금 그에 반성을 하며 이 글을 쓰고 있다.
이렇게 나에게 수많은 진실을 알려준 <버스, 정류장>의 음악은 따뜻하다. 약간의 건조함을 품고 있는 따뜻함이다. 위에서 말한 그대로 심심하고 썰렁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심란하리만큼 시끄럽고 복잡한 음악들 사이에서, 기타 선율에 귀를 기울여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특히 요즘같이 날씨가 쌀쌀하고 하늘이 높아질 때면 루시드폴의 음악이 마음에 큰 위로가 되어 줄 것이다.
p.s: 타이틀곡이라고 부를 수 있는 '그대 손으로'는 요즘 모 여성용품 광고의 배경음악으로도 쓰이고 있다. 흠, 이 제품도 좋아해야 하나 고민이다.
루시드폴 discography
미선이 - Drifting(1997)
미선이 - Drifting Again(2001)
루시드폴1집(2001)
영화 '버스, 정류장' ost(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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