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동화]를 끝낸 송혜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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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동화]를 끝낸 송혜교 :::

이윤형 | 2000년 11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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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역 배우(이 글에선 미성년 배우를 지칭함)가 성인의 이미지를 갖기는 힘들다. 그것은 당연하다. 아역 배우니까.. 그런데 문제는 아역 배우가 성인이 되어도 성인의 이미지를 갖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그것을 가뿐히 뛰어 넘기가 힘들다.

K-TV [가을 동화]가 끝날 때가 돼서야 난 송혜교 씨의 인기가 치솟은 걸 확인 할 수 있었다. 우선 우리 사이트의 설문 조사에서 '멜로'에 어울릴 것 같은 배우로 송혜교 씨가 후보에 올랐고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는 점이 그랬고 여러 리서치 사들의 조사에서 전에는 상상치 못할 인기 순위가 나오고 있다는 것이 그랬다. 정말 절실히 확인 할 수 있었던 것은 송혜교씨의 팬 페이지의 활성화였고 필자가 갖고 있는 핸드폰의 인터넷에 있는 송혜교씨 게시판의 변화였다.

필자는 송혜교씨가 [가을 동화]에 섭외 됐다는 소식을 듣고 상당히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우선 [가을 동화]에서의 캐릭터가 [순풍 산부인과]에서의 '동생' 이미지의 연속성에 연인으로 발전하는 상황이었기에 거부감 없이 성인의 느낌을 받을 수 있겠단 생각에서였다. 자꾸 S-TV 게시판에 발음 안 좋네 뚱뚱하네 등의 연기는 물론 외적인 부분까지 혹평을 받고 있는 상황이어서 더더욱 그랬다.

[순풍 산부인과]에서 송혜교 씨의 역할은 그리 비중이 크지 않았으며 성급한 연기는 상황에 맞지 않는 웃음마저 나오게 했다. [순풍 산부인과]의 감독은 틀이 제대로 맞지 않는 송혜교씨의 연기를 바꿀 생각보다는 차라리 '그것을 보여주며 어이없는 웃음을 줘 보자' 라는 생각을 했던지 연기는 변함이 없었다. 생각해보자.. 시트콤의 생명은 캐릭터의 개성인데 송혜교 씨 만의 캐릭터는 없었다. '번뜩' 떠오르는 이미지.. 그것이 없었다.

조 페시가 멜로물을 할 순 있어도 타이타닉 호 뱃머리에 올라가서 여자 끌어안고 쇼 할 순 없는 것처럼 그녀 역시 상황 코미디에는 맞지 않는 수준의 연기력과 다른 스타일을 갖고 있었다.

필자가 어디에서 인정받는 그런 사람은 아니지만 어설프게나마 [가을 동화]의 성공을 점친 것이 들어맞자 정말 기쁨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것은 송혜교 씨의 연기였다. 감독의 연기 연출이 어떤 식이었는지는 모르지만 발음, 속도, 무빙.. 모두가 달라져 있었다. 가끔 차분히 한 샷에 조금 긴 대사가 있을 때는 제외하고 말이다. 송혜교 씨가 나오기 시작한 초반, 아역 배우에 비해 연기를 너무 못한다는 말들이 많았지만 필자는 당시 이런 생각을 했다. '앞으로 이 드라마를 이끌어 갈 주인공은 송혜교다. 아역 배우는 회상에서나 잠깐 나올텐데 송혜교 씨의 연기가 좋고 안 좋고의 기준은 송혜교 자신이다. 절대 아역 배우와 비교 될 것이 아니다.' 뭐.. 지금 생각해보면 이 생각이 맞는 지 틀리는 지는 모르겠지만 중반 이후로 그런 말을 하던 사람들이 별로 눈에 띄지 않는 걸 보면 틀린 생각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래서 혼자 뿌듯하며 마치 뭐라도 된 양, 어깨에 힘이 들어간다.

[가을 동화]는 최루성 드라마였다. 주인공들 대부분이 거의 한 회마다 한 번씩 다 우는데 슬프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가을 동화]는 화려한 영상 미를 자랑했다. 그 영상 미는 얼굴의 구도에 전혀 불안함이 없는 송혜교 씨와 송승헌 씨의 모습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물론 원빈 씨의 연기도 톡톡한 몫을 했다.

송혜교 씨에게 CF와 영화 섭외가 줄을 잇는다고 한다. 감독도 사람인지라 뜨면 더 예뻐 보이는 법이고 섭외하면 영화가 더 뜰 거란 생각은 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거기에 당연히 배우는 '혹' 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필자는 버릇없이 이런 생각을 한다. '아직 영화는 무리다.'

위에서 말했듯 동생에서 연인으로 올라가는 단계인 [가을 동화]는 두 번째 단계이다. 그 다음은 '연인'으로만 나오는 캐릭터가 적당할 것이다. 이제는 동생의 이미지를 완전히 벗어버리는 것이 우선이라는 말이다. 하지만 그것이 영화가 돼서는 안 된다. 위에서도 잠깐 말했듯 초반에는 송혜교 씨의 매력을 충분히 느끼지 못하고 회의적 입장을 가지기 쉽다. 짧은 시간에 많은 것을 보여줘야 하는 영화에서는 아직 힘을 발휘하기 힘들지 않을까 생각한다.

연인의 위치로 나오는 16회 가량의 슬프지 않은 밝은 드라마가 다음 선택이 되면 좋겠단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송혜교 씨에게 한 가지 바라는 점은 입을 꼭 다무는 습관을 가졌으면 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은 어떤 지 모르겠지만 필자는 순풍 때부터 자꾸 그것이 연기에 방해가 된다는 생각을 해왔다. 그런 얼굴의 느낌이 굳어지면 아역 배우가 성인 배우로 올라서는 것만큼이나 지적인 이미지로 올라가기가 어렵다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이제야 말하는데 필자는 전문 스타 비평가가 아닌 지라 이 글에는 신빙성이 떨어진다. 헤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