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해피엔드> 이후 충무로의 모든 시나리오를 받아볼 정도로 출연 섭외가 많았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를 고른 이유는?
내 감성에 맞는 영화다. 또 시대의 감성을 이야기하는 영화가 있는데 이 영화가 그런 영화다. 제목으로 봐선 남자 주인공 중심의 시나리오일 듯했고 처음에 받아봤을 때는 적잖이 그랬다. 그래서 다시 원주 캐릭터를 보강하는 것을 요청했고 다시 써온 시나리오에서는 캐릭터가 맘에 들었다. CF찍으러 가면서 시나리오를 들고 가서 읽었는데 너무 재미있어서 웃으면서 볼 정도였다. 참 느낌이 좋았다. 전도연이 끌어가는 영화, 자신이 중심이 되는 것 중요하지 않다. 또 그렇게는 오래 못갈 것 같다.
Q. 이전 작품들 - <내 마음의 풍금>, <해피엔드> - 를 보면 시골 소녀, 불륜에 빠진 유부녀등 적잖이 소화하기 힘든 역할이었다. 이번에는 사랑을 시작하려는 학원강사 원주 역할이다. 영화 전체에 인물의 디테일이 살아있는 연기를 보여줘야 되는데 이번 작업할 때는 어땠나?
작업할 때 100%감독을 신뢰한다. 원주, 봉수의 캐릭터도 살아 있고 스토리도 이제껏 우리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독특한 매력이 있다. 원주라는 인물은 밝고 편안한 여자다. 자신의 생활에 묻혀 있는 느낌이랄까? 별것 아닌 것처럼 지나칠 수 있는 것들까지 놓치지 않는 따뜻한 배려가 넘치는 인물이다. 아이들과도 너무나 잘 어울리고 형광등 고쳐준 봉수를 그냥 보내기가 미안해서 사탕하나라도 건네고, 그가 졸다가 잊고간 우산을 챙겨와 햇빛에 말리는 예쁜 마음을 가진 여자다. 이런 여자가 있다면 누구라도 언젠가 사랑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그게 바로 원주의 모습이다. 그렇기 때문에 애써 잡은 "원주"라는 인물이 흔들릴까봐 CF나 인터뷰도 자제했다.
Q. 사랑이 뭐라고 생각하나?
음... 사랑하는 순간에도 사랑을 하고 싶은거? 결혼하고 싶다. 미친 사랑이나 비현실적인 동경보다는 현실로 다가오는 사랑이 좋다. 존중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 그래야 나도 존중받을 수 있지 않을까?
Q. 배우 전도연은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영화를 하는 이유는?
배우 전도연은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 그래서 영화가 좋다. 영화에 맞는 전도연이고 싶다.
Q. 최근에 극장에 간 적이 있나? 있다면 감명깊게 본 영화는 무엇인가?
요즈음 <화양연화>에 푹 빠져있다. 장만옥과 양조위의 연기가 좋았다. 배우의 힘이 돋보이는 영화다. <화양연화>는 인생 중 가장 아름다운 시절의 여인이라는 뜻으로 내자신이 나를 볼 때 죽을 때까지 그랬으면 좋겠다.
Q. 참 어른스러워진 것 같다. 자신에게 나이가 든다는 의미는?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좋다. 왜냐면 내가 살아있다는게 행복하니까. 부모님과 산책나가는 것도 좋고 베란다에 놓인 작은 화분의 꽃을 닮았다는 엄마의 말도 좋다. 하지만 나이를 먹어가면서 가장 좋은 것은 누군가를 만나면 그 사람의 내면을 상상해 볼 수 있는 통찰력이 생기는 것이다.
Q. 배우로서의 전도연의 위치는 뭐라고 생각하나?
하고 싶은 작품을 골라서 여유있게 할 수 있을 정도의 위치? 다양한 모습에 대한 욕심이나 변신에 대한 욕심없다. 사람들을 100%로 만족시키는건 불가능한 일이고 또 그러고 싶지도 않다.
설경구에 대한 코멘트
<박하사탕> 때의 설경구만 생각했는데 실제로 보니 잘 생겼다. 아저씨 같을 줄 알았는데 수줍음이 많아서 그렇지 친해지면 잘 지낸다. 같이 얘기를 많이 할 수 있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 줄 수 있는 배우다. 연기를 잘 하는 것 매순간 느낀다. 어리숙하고 비어보이는 연기를 너무나 잘 소화한다.
설경구 인터뷰
Q.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에서 봉수는 결혼하고 싶어하고 "아내"라는 이름의 자신만의 특별한 사람을 기다리는 은행원으로 등장한다. 상당히 소시민적인 역할인데 어떤가?
시나리오를 보지도 않고 한다고 했다. 시나리오를 쓴 사람이 연출까지 할 때 영화는 그 사람의 성격을 닮는다고 생각한다. 못난 사람들이 사랑한다는 것밖에 몰랐지만 박흥식이라는 사람을 믿고 이 영화를 택했다. '나이에 맞지 않게 순진한, 조금만 핀잔을 들어도 금새 얼굴이 빨개지는' 박흥식이 그 자신처럼 솔직하고 순수한 영화를 찍을 것으로 기대한다. 감독을 만나보니 작품에 대한 믿음이 갔고 나 스스로를 소시민이라고 생각한다. 지금도 지하철, 일반버스 타고 다닌다. 약속에 늦고 차 막히는 것이 싫다. 이번 영화에서의 김봉수라는 인물도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지극히 평범한 남자다. 남대문 시장 가서 남자 하나 데리고 오면 그게 김봉수다. 하지만 살다보면 별다를 것 없는 일상에서도 "사랑"은 참 특별하지 않던가? 그런 사랑을 시작하려는 남자다.
Q. 이 영화에서의 "비"가 참 많이 등장한다.어떤 의미가 있나?
그렇다. 비가 많이 내린다. 처음에도 비가 내리고 마지막에도 비가 내린다. 하지만 그 의미가 다른 것 같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의 비는 맑은 날 비가 오니까.. 대사에도 "여우가 시집가나? 호랑이가 장가가나?" 라는 말이 나온다. 여기서의 비는 행복하게 끝을 맺어 주는 의미인 것 같다. 그러나 비 때문에 스탭들은 고생을 많이 했다. 진짜 비오는 날 비오는 장면을 찍었기 대문에 고생이 더 했을 것이다.
Q. 영화에서 봉수는 마술을 한다. 참 특이한데...
마술 잘한다. 마술에 소질이 있는 것 같다. (농담이라며 웃는다.) 영화에서 마술이 큰 역할을 한다. 영화 장면 요소요소에 등장하면서 원주와의 사랑이 커가는 것에 따라 마술에 난이도도 높아지니까. 마술과 함께 사랑이 커간다고나 할까?
Q. 영화 전에 연극을 먼저했고 사실 사람들이 설경구를 알게 된 것은 얼마 안됐다. 영화를 하게 된 이유가 궁금하다.
단역으로 출연한 <꽃잎> 쫑파티 때(이 영화에 '친구들' 중 한명으로 나온다.) 고 유영길 촬영 감독님이 해주신 "너 같은 얼굴이 영화하기 참 좋아." 라는 말씀에 힘을 얻었고 그게 출발이였다. <박하사탕> 때 이창동 감독님도 손이 못 생겼지만 참 착하게 생겨 캐스팅하셨다고 했다.
Q. 배우로서 살아가는 설경구라는 인물은 어떤가?
국민일보에 친구에게 띄우는 편지 형식으로 글을 쓴 적이 있다. 그때 이렇게 썼다. "느긋하게 살자, 빨리 가지 말자."라고....직업란에 지금도 무직이라고 쓴다. 여전히 그렇게 살고 싶은 마음이다. 아마도 배우라는 직업을 선택하고 여태껏 그렇게 살아 왔기 때문일 것이다. 적어도 나에게는 자연인 그 자체가 연기자라고 생각한다. 연기를 빼곤 말 할 수 있는 게 없으니까. 철들기 싫다. 배우는 철들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도연에게도 철들면 안 된다고 말해 줬다. 철없이 행동하고 그러는 것 가끔은 삶의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Q. 마지막으로 사랑을 뭐라고 생각하나?
"얄미운 나비지, 뭐야?" (라며 봉수다운 답변을 하고 웃는다.)
전도연에 대한 코멘트
전도연의 팬이다. 같이 한다고 하니까 주변에서 축하까지 해주더라. 배우라면 같이 연기하고 싶은 여배우다. 같이 한다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이전 작품들이 다 좋았다. 영화마다 색깔이 확확 바뀐다. 깨끗하고 예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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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아내가...> 전도연/설경구 인터뷰 :::
시나리오를 보지도 않고 한다고 했다. 시나리오를 쓴 사람이 연출까지 할 때 영화는 그 사람의 성격을 닮는다고 생각한다. 못난 사람들이 사랑한다는 것밖에 몰랐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