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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학교서울 김노경 인터뷰 :::
양유창 | 2001년 05월 29일
조회 2070
김노경. 1971년 울산에서 나고 자람. 영화에 관심을 갖기 전 대학에서 특수교육을 전공하고, 행정고시를 준비하다가 무작정 영화에 발을 들여놓음.
'문화학교 서울'이라는 단체는 '학교'라는 중간명칭 때문에 공공기관이나 일반 시민으로부터 자주 오해되어온 이름이다. 또 '문화'라는 단어는 이 단체에게 영화가 아닌 다른 문화장르를 기대하게 했고, '서울'이라는 단어는 왠지 어색하게 지역적인 대표성을 띤 이름 같이 보였다. 한마디로 이야기하자면, '문화학교 서울'은 그 이름만 가지고는 아무것도 알 수 없는 단체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씨네마떼끄의 역사를 이야기할 때 '문화학교 서울'을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이야기할 수 없다. 많은 영화 마니아들이 한 번쯤 거쳐갔던 곳이고 극장이나 비디오로 쉽게 다양한 영화를 접할 수 없던 시절 영화잡지에 실린 문화학교 서울 정기영화제 상영시간표는 금지된 것에 대한 욕망의 다른 이름이었다.
 | | 문화학교 서울 사무실에서 김노경 |
'문화학교 서울'은 '씨앙씨에', '영화사랑', '씨네포럼' 등 프랑스와 독일문화원의 열혈 영화 마니아들이 대학로에 사설 씨네마떼끄를 하나 둘씩 설립하고 또 개인적, 법적 이유로 문을 닫던 시절, 의외로 사당동에 둥지를 틀었다. 타 씨네마떼끄들이 불법 비디오 상영이라는 당시의 법적 테두리 속에서 허우적거릴 때 재미있게도 '학교'라는 명칭 덕분에 살아남은 '문화학교 서울'은 1995년을 기점으로 폭넓은 영화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면서 인지도를 굳혀갈 수 있었다. 이후 지역별로 생겨난 씨네마떼끄들과 인디포럼 등 독립영화인들의 구심점 역할을 하게 된 '문화학교 서울'은 영화인과 영화애호인의 사이에서 항상 다양성의 문화를 시험하고 있다.
김노경씨는 97년 8월 문화학교 서울에 처음으로 합류하였다. 당시 그녀의 나이 26세. 이전까지 영화는 그저 보기에 좋았던 것일 뿐, 심각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가 우연한 기회에 영화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다. 1년 후인 98년 겨울 6년간 문화학교 서울을 이끌어온 곽용수(현 (주)인디스토리 대표)씨의 뒤를 이어 문화학교 서울의 사무국장이 되었다. 한국문화의 편협함을 지적하며 다양한 문화를 제공하기 위한 하나의 길로써 씨네마떼끄 문화학교 서울에 애착을 갖고 있고 언제까지나 문화학교 서울과 함께 하겠다는 김노경씨를 만나보았다.
Q: 현재 맡고 있는 일에 대해 설명해달라.
A: 문화학교 서울 사무국장, 인디포럼 2001 사무국장이다. 인디포럼의 경우 1998년 사무국에서 일한 것을 시작으로 1999, 2000, 2001년 사무국장을 했다.
Q: 문화학교 서울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가
A: 문화학교 서울 만큼 구성원의 애정이 중요한 조직은 없을 것이다. 현재 4명의 운영위원이 있고 그외 객원으로 도와주시는 분이 있다. 또 평론가인 김성욱씨가 연구소장으로 계신다. 문화학교 서울은 사람이 많아야 운영할 수 있는 곳이다. 개인적으로 인복이 많아서인지 다행히 자원봉사자 모집이나 운영위원 선정에서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지금까지 3년을 같이 일해온 운영위원의 경우 특히 최저생계 보장도 힘든 악조건 속에서 같이 일해온 것에 대해 고맙게 생각한다. 확실히 우리의 팀웍 만큼은 자신있다.
Q: 최근 서울 씨네마떼끄에서 필름 영화제 기획을 계속해서 하고 있다. 이를 바라보는 문화학교 서울의 입장은?
A: 사실 우리는 그동안 비디오떼끄로써의 컴플렉스를 가지고 있었다. 영화를 필름으로 보여주지 못하고 비디오로 열악한 환경 속에서 보여줄 수밖에 없다는 환경적인 제약에 대한 컴플렉스다. 그래서 작년을 기점으로 필름 씨네마떼끄로 탈바꿈하기 위해 준비중이다. 그 첫번째 일환으로 작년 크리스마스 시즌에 '루이 브뉘엘 영화제'를 주최하였고, 올 여름에도 '에릭 로메르 영화제'를 비롯 몇몇 필름 영화제를 준비중이다. 앞으로 필름 씨네마떼끄로 변환해나아갈 것이고, 기존의 비디오들은 아카이브(archive) 형태로 활용해나아갈 것이다.
Q: 서울 씨네마떼끄와 어떤 교류가 있는가
A: 없다. 우리는 그들의 프로그래머로서의 전문성을 인정한다. 또, 최근 '필름 느와르 영화제', '알랭 레네 영화제' 등을 보면서 우리는 그렇게까지 잘 해낼 수 없을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느끼기도 한다.
Q: 영화제에 대한 예산은 어떻게 충당하는가
A: 지난번 브뉘엘 영화제도 그렇고 예산을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문화학교 서울이 이익을 내는 사업체가 아니기 때문에 영화제를 하기 위해서는 협찬을 받아야 한다. 브뉘엘 영화제의 경우 협찬을 받기로 했던 회사에서 마지막에 협찬을 취소하는 바람에 예산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영진위에서 1,000만원의 지원금을 받았고, 각 국가의 대사관에서 필름운송료 등의 지원을 받았다. 다행히 브뉘엘 영화제의 경우 대박이 터지는 바람에 300만원 정도의 흑자를 낼 수 있었지만, 이런 경우는 드물다. 그것도 운영위원의 인건비를 최소로 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당장 이번에 준비하던 '하길종 영화제'의 경우 영진위에 예산신청을 했지만 불발되었다. 더구나 필름의 판권소유자들이 프린트를 제공하려 하지 않아서 영화제 기획 자체를 포기하게 되기도 했다.
Q: 올해 인디포럼 2001이 6월 2일 시작된다. 인디포럼의 어떤 점에 매력을 느끼나
A: 개인적으로 감독이 함께 모여 만든 영화제라는 컨셉이 좋았다. 더구나 비경쟁 영화제라는 것도 좋다.
Q: 인디포럼을 위해 영화를 선정하는 기준이 있는가
 A: 매번 그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곤혹스럽다. 인디포럼 자체가 특정한 주제가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특정한 기준은 없다. 단지 '좋은 영화'를 선정하기 위해 노력한다. 요즘에 '좋은 영화'란 무엇인지 고민하고 있는데, 여전히 답을 알 수 없는 문제다.
Q: 개인적으로 어떤 영화를 좋아하는가
A: 예전에 '씨네21'에서 '내 인생의 영화' 청탁을 받고 <금지옥엽>에 대해 썼던 적이 있었다. 당시에 그 영화는 내 인생을 바꿔놓을 만큼 울림을 주었던 영화였다. 요즘에는 실험영화에 매력을 느낀다.
Q: 많은 독립영화인들이 문화학교 서울을 거쳐간다. 독립영화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A: 대답하기 참 어렵다. 상업적으로부터의 독립, 작가의 정치성 등 여러 주장들이 있을 수 있겠지만, 내 생각에는 만드는 사람의 가치관이 제대로 묻어나는 영화가 독립영화인 것 같다. 그리고 그것이 예술이 할 수 있는 일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Q: 씨네마떼끄를 통해 무엇을 하고 싶은건가
A: 한국사회에는 '좋은 영화를 고르는 눈'의 교육이 그동안 없었다. 교육이라는 단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환경' 정도라고 해두자. 그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우리의 목적은 '다양성'의 확보이다. 세상에는 다양한 문화와 다양한 예술과 그리고 다양한 영화들이 있다. 우리는 그런 다양성을 보여주고 싶은 것이다. 우리 사회에는 이상하게 '예술'이라는 단어에 대해 왠지 거리감을 느끼고, 또 괜히 조롱섞인 반응을 보이는 사람이 많다. 그런 편견을 타파하고 싶다. 예전에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책 [봉인된 시간] 속에서 타르코프스키 영화를 보고 감독에게 보낸 독자의 편지를 읽고 너무 감동을 받았던 적이 있다. 그 편지에는 가난하지만 예술을 즐길 줄 노동자의 소박함이 담겨 있었다. 영화를 전혀 보지 않는 사람들도 어느날 우연히 문화학교 서울에 들러 <베니스의 죽음>을 보고 뻑 갈 수 있다면 그게 내가 바라는 전부이다.
Q: 최근들어 문화학교 서울의 정기영화제 프로그램이 다양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있다
 A: 맞다. 기획의 한계다. 예산 부족에서 오는 것이기도 하다. 새로운 영화를 구하게 되면 번역 및 자막작업을 해야 하는데 때로는 그 인건비 만큼도 상영수익을 얻지 못할 경우가 있다. 모든 것을 다 잘할 수는 없기 때문에 현재는 필름 영화제와 인디포럼 준비에 집중하려 한다.
Q: 문화학교 서울이 하는 일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 있나
A: 일단 필름 영화제, 비디오떼끄 영화제, 그리고 출판사업이 있다. 출판의 경우 앞으로 필름 영화제가 열릴 때마다 책 한 권씩을 엮어낼 것이다. 우리에게는 원고료를 받지 않고도 글을 써주는 작가들과 번역료를 받지 않고도 대사 번역 및 자막작업을 해주는 운영위원들이 있다. 그 덕분에 많은 예산이 절감된다. 열정이 없으면 하기 힘든 일이다. 그밖에 각각 이론과 제작쪽의 스터디 2팀이 있고, 독립영화 제작소 'CP16R'이 있다. 지금은 규모가 커졌지만, '(주)인디스토리'도 태생은 문화학교 서울에서 비롯되었다.
Q: 문화학교 서울을 운영하면서 느낀 점을 얘기해달라
A: 우선, 사람에 대한 고마움을 늘 느끼고 있다. 우리를 도와주는 많은 분들이 있다. 홈페이지 관리에서부터 작품수급 등 많은 분들이 문화학교 서울에 애착을 갖고 있다. 사당동에서 삼성동으로, 다시 사당동으로 이사하면서 재정적으로 많은 곤란을 겪었을 때는 회원들도 많이 줄었고 존립에 대한 위기감을 느끼기도 했다. 사실 지금도 우리는 정체성에 대한 문제점을 갖고 있다. 영화계의 사람들은 문화학교 서울을 영화계에 본격적으로 들어오기 위해 거쳐가는 단계쯤으로 생각한다. 우리가 영화를 만드는 것도 아니고 공부하는 것도 아니고 어정쩡한 위치에 있기 때문에 그렇게 보는 것이 아닌가 싶다. 개인적으로도 "너 문화학교 서울 다음에 어디로 갈건데?"라는 질문을 가끔 받는다. 하지만, 난 문화학교 서울 이외의 일은 생각해본 적이 없다. 잘 되든 못되든 문화학교 서울과 함께 갈 것이다.
Q: 문화학교 서울의 계획은?
A: 문화학교 서울은 일단 머지않은 장래에 '사단법인'화를 추진할 것이다. 그리고 필름 영화제를 추진하고 활성화시킬 것이다. 아무래도 사단법인이 되면 협찬사를 구하기가 더 쉬워지리라고 믿는다.
Q: 문화학교 서울을 찾거나 혹은 찾지 않는, 하지만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한 마디
A: 기본적으로 열린 사고를 갖고, 영화를 즐기는 것 뿐만 아니라 영화에 대해 생각하고, 또 소통에 대해 생각해보기를 권하고 싶다. 다양성 있는 문화를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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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유창
마음으로부터 그림을 그립니다. 무의식으로부터 시를 씁니다.
비밀스럽게 여행을 떠납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노래를 부릅니다.
운명과 미래를 혼동하지 않습니다.
무심코 떨어뜨린 책갈피에서 21세기가 느껴집니다. 그곳은 슬픈 신세계입니다.
이별이란 말은 너무 슬퍼 '별리'라고 말합니다.
BLOG: rayspace.tistory.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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