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모임 '필름 7미리' 회장 박진아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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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모임 '필름 7미리' 회장 박진아 인터뷰 :::

이윤형 | 2001년 07월 13일
조회 1672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방에 틀어박혀 비디오를 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이것 외에도 여러 면에서 영화를 보고 좋아하게 되는 것은 상당히 개인적이고 안으로 파고드는 기분이 드는 것인데 영화 동호회 혹은 동아리를 만드는 사람들은 어떤 이유에서 남들과 공유하고 싶어하는 것일까.

현재 '필름 7미리'(정식 명칭 '7mm')라는 동아리의 회장인 박진아씨는 단국대학교 연극영화과에 재학 중이다. 이탈리아와 스위스, 태국을 거친 여행을 마친 지 며칠 되지 않은 '필름 7미리'의 회장으로써, 그리고 영화라는 field 안에 계속 있고 싶다는 영화지망생으로써의 박진아씨를 만났다.

Q: 동아리는 언제 어떻게 만들게 됐는가?

A 99년에 친구 한 명과 미술을 전공하는 아는 언니와 함께 만들었다. 나머지 인원은 같은 과 동기이자 창단 멤버인 친구가 인터넷 여러 게시판에 알려서 모였다.

Q: 혼자 영화를 보고 즐길 수 있고 또 대학을 다닐 때인데 굳이 영화 동아리를 만든 이유는?

A 우리 과 특성상 연극부와 영화부가 은연중에 나눠져 있고 또 분위기가 상당히 떠있다. 어떻게 보면 말도 안 되는데 영화 이야기를 나눌 분위기가 조성이 안 돼있다. 그래서 외부에서 동아리를 만들어 내가 얻고 싶은 것을 얻고 또 같이 영화를 공유하고 싶었다.

Q: 성공했나?

A 그렇지 못하다. 동호회가 아닌 동아리라는 점에서 특히 그랬는데 각자 색이 달라서 하나로 뭉치기가 조금 어려웠던 것 같고 회장인 내가 그런 면에서 잘 이끌지 못해 죄책감을 많이 느낀다.

Q: 그래도 활동은 계속 하고 있는 것 아닌가?

A 물론이다. 우리는 이제 서로 아는 사이이기 때문에 우리가 계속 알고 지내는 한 '필름 7미리'라는 동아리가 없어질 것 같진 않다.

Q: '필름 7미리'는 기본적으로 영화를 만들자고 모인 동아리인데 만든 영화들은 어떤 게 있나?

A 3편을 만들었는데 모두 디지털 작업이었다. 필름은 엄두도 못 냈다. 그리고 그 3편 중 1편은 미완성 작이다. 2편을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새>라는 영화와 <어나더>라는 영화를 만들었는데 10분 가량이었다.

<새>는 교육을 비판하는 영화였고 <어나더>는 입시에 대한 고민, 정체성, 학교 폭력 등의 문제를 다룬 영화였다. 표현을 직설적으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전달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Q: (그런 건 그리 성숙치 못한 고등학생들이 만드는 영화 아니냐는 식의 표정)

A 연출자가 고등학생이었다. 사실 동아리를 만들었던 목적이 첫째로 내가 배우고 싶어서였는데 어쩌다가 고등학생이 들어왔다. (지금은 대학생이 됐다고 한다.) 그래서 그 친구 위주로 영화를 만들게 됐다. 내가 그런 것에 대해서 비난할 입장이 못되는 게 영화를 만들 당시 난 프리 프로덕션에만 관여하고 프로덕션에는 크게 신경을 못 썼다.

Q: 얘기를 들어보니 '필름 7미리'라는 동아리가 굉장히 방황하는 것 같다.

A 회장이 방황하기 때문이다.

Q: 왜?

A 내가 아직 갈피를 못 잡았다. 영화 감독이라는 거창한 수식어보다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내가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Q: 그러면 지금은. .?

A 물론 지금도 방황하는 중이다. 항상 방황하고 고민한다. 지금은 주로 영화 이론을 공부 한다.

Q: 어느 방향으로. .?

A 평론 쪽이다. 우리 나라 평단은 너무 안일한 것 같다. 평론가들이 서로 싸웠으면 좋겠다. 한 영화를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으면 좋겠는데 영화보고 와서 시간에 맞게 영화 평을 쓰는 게 다인 것 같다.

Q: 영화를 놓고 열띤 토론을 벌일 매체가 없지 않는가, 일반인들은 찾지도 않을테고. .

A 그게 첫 번째 문제다. 어떠한 대안을 제시하진 못하겠지만 그저 난 그런 토론을 바란다.

Q: 얘기를 다시 동아리로 옮겨서, 만들었던 영화는 작은 영화제에라도 출품했나?

A 안 했다. 영화의 완성도가 너무 떨어졌다. 자신 있는 작품을 만들었을 때 출품하고 싶다. 아직은 내가 너무 부족하다.

Q: 근데 이름이 왜 '필름 7미리'인가?

A 단순한데. . 6미리, 8미리, 16미리. . 등은 있는데 7미리는 없어서 했다. 그리고 사람들이 7이라는 숫자를 좋아하니까. .

Q: 음. . 정말 단순하군. . (난 3이란 숫자를 좋아하는데. . 나중에 '필름 3미리'라는 동아리나 만들어야겠군. . ^^) 영화를 만들 때 비용은 어떻게 부담했나

A 비용이 들 게 없었다. 대부분 조명이 필요 없는 야외 촬영이었고 카메라는 TRV-900과 PD-100을 썼는데 빌린 거였고 나머지 작업도 돈 들 게 없었다. 테잎 값과 밥값만 들었다.

Q: 이제 박진아씨 얘기를 더 해보자. 99학번에 78년 생이면 중간에 좀 비는데. .

A 고3때 아예 원서를 접수 안 했었다. 뭘 해야할 지 몰랐다. 영화는 어릴 때부터 좋아했는 데 딱히 그걸 해야겠단 생각도 안 들었었다. 고3때 담임한테 가서 원서 안 낸다니까 어이 없는 표정이었다. 그렇게 2년을 그냥 놀았다. 그 동안 나를 돌아볼 기회가 됐었다. 그리고 나서 내가 해야할 게 뭘까 생각해봤는데 그게 영화였다. 아까도 말했지만 감독이라는 거창한 수식어를 달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저 영화란 field 안에 평생 있고 싶다.

Q: 여자이기 때문에 영화를 하는 데 불편한 점은 없나?

A 우리나라에서 여자가 영화 감독을 하는 건 정말 어려운 것 같다. 변영주 감독이나 임순례 감독 등이 있지만 여성 특유의 영화를 만들지는 못하는 것 같다. 난 그렇게 전투적인 스타일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영화 평이나 기획, 홍보 등은 여자이기에 유리한 부분도 있는 것 같다.

Q: 난 '미미 레더'나 '미라 네어' 같은 감독이 힘도 있으면서 여성 특유의 감성을 영화로 잘 옮기는 것 같은데. .

A 나도 감독이 된다면 그렇게 만들고 싶다. 감독이 돼서 영화를 편히 만들고 싶지만 감독이 되는 과정이 너무 힘든 것 같다.

Q: (팔뚝을 보며) 카메라 들 수 있나?

A 하하하. . 절대 못 든다.

Q: 평론 공부는 어떤 식으로 하고 있나?

A 인문학적 지식을 키우기 위해 공부한다. 그리고 주로 영화를 보고 감상문을 쓰는 거다. 아무리 다른 공부를 해도 영화를 보고 감상문 쓰는 게 첫 번째인 것 같다.

Q: 그럼 지금은 영화 감독보다는 평론가가 되고 싶은 건가?

A 그 질문은 한 6개월쯤 후에 해주면 좋겠다. 아직은 방황 중이다.

Q: 나 역시 그렇고 어릴 적 꿈은 포기하기 힘들다. 감독을 포기하지 못할 것 같은데. .

A 물론이다. 영화 평론을 공부하고 있지만 정말 죽기 전에 내가 생각하기에 좋은 영화를 만들고 싶다.

Q: 좋아하는 감독이 있나?

A 좋아하는 감독은 없다. 어떤 감독의 모든 면을 좋아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차라리 좋아 하는 영화를 묻는다면 대답할 수 있다.

Q: (안 물어보고 아이스 쵸코만 마시다 눈치 한 번 살피는 날라리 이기자)

A 프랭크 카프라의 <멋진 인생>과 <인생은 아름다워>, <시네마 천국>을 좋아한다. 어떤 스타일인지 알겠지. .?

Q: (처음 두 영화는 '인생'이란 단어가 들어가는 공통점이 있는데. . 다음 건 뭐지. . 어떤 스타일일까. .) 음. . 알겠다. . 영화란 매체가 박진아씨에게 갖는 의미는 어떤 것인가?

A 나를 찾아가는 매체인 것 같다. 영화라는 매체 자체로써도 그렇고 영화를 만들어가며 사람들과 부딪치는 면도 그렇다.

Q: 그럼 박진아씨에게가 아닌 개체로써의 영화란 무엇일까?

A 끝없는 예술인 것 같다. 불가능하지만 불가능하지 않은 것. 지금 영화들은 영화란 많은 가능성을 갖고 있는데 그걸 다 포괄하지 못하는 것 같다. 나는 그 많은 가능성을 표현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 앤디 워홀이 만든 것처럼. . 앤디 워홀의 영화를 보면 그게 영화인지. . 관객을 희롱하는 건 지 모르겠는데, 그것 역시 영화다. 영화는 그렇게 열려 있는 매체이다.

Q: 끝없는 예술? 영화는 예술인가?

A 영화가 예술이고 아니고의 문제보다 영화는 예술일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것 같다. 예술과 예술이 아닌 것의 선은 없지 않은가.

Q: 여행은 왜 갔다왔나?

A 그냥 가고 싶었다. 여러 나라에 가서 관심 있던 것들을 보고 배우고 싶었다.

Q: 배웠나?

A 물론 많이 배웠다. 하지만 배운 만큼 안타까운 점도 있다.

Q: 무엇이?

A 한국이란 나라가 안타깝다. 외국에 나갔다 돌아오니 한국이 편하면서도 답답하다. 그래서 우울하다.

Q: 지금 방학중인데. . 방학 때에 '필름 7미리'의 활동 계획은?

A 방학 때는 영화를 만들 계획이 없다. 우선 내가 빨리 이 방황에서 깨어나야 뭔가 되도 될 것 같다. 그리고 사실 그리 급하게 영화를 만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조금 더 부족한 부분을 메우고 천천히 만들어도 된다고 생각한다. 난 아직 영화를 만들기에는 부족한 면이 많다.

Q: 방학 중 박진아씨의 계획은. .

A 우선 영어 공부를 할거다. 그저 단순하게 영어권의 사람들이 가진 생각도 알고 싶다. 그 사람들과도 많은 걸 공유하고 싶다. 그리고 영화 공부도 할거다. 영상 자료원에 가서 못 본 영화들을 볼 거다. 그리고 차곡차곡 나만의 영화 평론집을 만들어 나갈 거다.

Q: 동아리가 아닌 동호회를 다시 만든다면. .?

A 재밌을 것 같다. 그때는 조금 더 뚜렷한 색깔을 가지고 모였으면 좋겠다. 처음 '필름 7미리'를 만들었을 때는 계획은 없이 열정만 갖고 있었던 것 같다. 동호회를 만들 때는 조금 더 철저한 준비를 하고 의도했던 대로 많은 것을 공유하고 싶다.

인터뷰 중 박진아씨에게는 맥주 마시지 않겠냐고 은근히 떠서 맥주를 시키게 하곤 난 크림 소다를 마셨다. 박진아씨는 배신이라고 몰아 부쳤고 난 화장실로 튀었다.
참고로 인터뷰 중 난 화장실을 다섯 번 갔다. ^^...

박진아씨는 자신의 부족함을 많이 느끼고 있는 듯 보였다.
(감독이 되기 위해 갖춰야할 여러 가지, 예를 들면 현실적으로는 현장 앞에서, 운전 면허가 없다거나 엑셀을 할 줄 모른다거나. . 혹은 장비를 들 힘이 없다거나. . 그 외에도 개인적으로 감독이 될 수 있는 자질에 대한 의심이라던지 자신의 세계를 제대로 구축하지 못했다는 자괴감 등. .) 그리고 동아리의 운영을 효과적으로 하지 못한 데에 죄책감을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시행착오 없이, 고민 없이 되는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

방학 때 영상 자료원에 자주 갈 예정이라니 위의 사진보고 관심 있는 분들은 영상 자료원 앞에서 기다려보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