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호러영화 매니아로서 첫 인터뷰
대상으로 '심형래'
감독을 택했다. 그가 최근에
만든 <용가리>는
'괴수 영화'로써 호러의 서브
장르에 들어가고, 처음으로 기획을
맡은 <영구와
땡칠이>는 호러의 세례를
많이 받은 작품이며, 역작 [티라노의 발톱]은
'아동용'을 훌쩍 뛰어넘은 비정
원시 호러물이어서 애호가들을
열광하게 만들었다. 그의 이름을
대한민국에 널리 알리는 계기였던,
1999년 여름의 <용가리>를
'대 실패작'이라 일컫는 사람도
많지만, 한국은 그 영화 한편으로
많은것이 바뀌었으니, '절반의
성공'은 착실하게 거둔 셈이다.
기술력과 장비의 우수성을 인정받은
'영구아트'는, 영화 <자귀모>의
필름 스캔을 맡아줬고, 인기 가수
이정현의 '날개'를 제작했으며,
최근에는 영화
<진실게임>의 C.G.까지
맡아 작업하게 되었다.(<반칙왕>의
CG도 담당했다. - 편집자 주)
게다가 용가리 관련 상품의 인기도
상당한데, 특히 하림에서 발매한
[용가리 치킨]의 경우 30%의 매출
신장까지 가져왔을 정도다. 그래서
필자는 영구아트의 심형래 감독에게
인터뷰를 '서면'으로 요청했고,
마침내 '미국에서 돌아오신 사장님'을
어렵사리 만나 뵙게 되었다.
<용가리>
이후 심형래는?
최근 법정비화로까지
번져 많은 이들의
우려를 사고 있는
<용가리>의
심형래 감독. 그는
국내에서의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용가리를
아예 '다시' 만들었다.
그리고 깐느영화제에서
공개한다. 이에 [씨네라인]은
그를 만나고 왔다.
이 취재는 3월 9일에
영구아트 본사에서
이루어졌으며, 통상적인
인터뷰라기 보다는
다소 매니아적인
관점에서 이루어졌다.
취재:
김진성(호러존),김종철(호러존),양유창
기자 원고: 김진성
기자 촬영,편집:
양유창 기자 |
(현장감을 더하기 위해 인터뷰 상의 반말을 그대로 인용함을 양해하기 바란다.)
처음
만나자마자 심형래 감독은 새로만들고
있는 <용가리>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 보여주었다. 긴 시간이다보니
몇몇 부분은 '빨리 감기'로 돌리며
보았지만, 그래도 짧은 시간은
아니었다. 앞에는 [용가리 치킨]의
발매사 '하림'에서 온 분도 한분
계셨는데, 심형래씨는 원래 이런식의
2-3중 접대에 능숙한듯 싶었다.
심형래(이하
'심'): 하도 새끼들이
드라마가 약하다고 씹어대서 말야.
저 기지 다 우리가 새로 지어서
찍었고, 저 장면도 끼워 넣었다.
아직 사운드 입히는 작업과 편집이
완전히 끝난건 아니라 좀 썰렁한
부분도 있을텐데, 전체 80%를
새로 만들었다고 생각하면 될꺼야.
(80%를 과장이라 하더라도,
60%는 추가되고 바뀌었다. 사람이
등장하는 드라마 부분과 '싸이커'와
결전을 벌이는 장면중 상당 부분을
새롭게 찍어 놓았는데, 정말 할말이
없었다. 개인적으로 이전의 [용가리]도
만족하며 봤는데, 그 어려운 와중에
한번 더 업글(Upgrade)을 거쳐
새로운 것을 내놓다니 정말 '대단하다'.)
심 : 야,
저거 어떠냐. 죽이지 않냐?
김진성(이하 '진') : 네. 정말
괜찮은데요.
(그리고,
심형래씨의 얘기가 시작되었다.
아직 '질문'과 '답변'이 오갈
분위기는 아니었고, 일방적인
이야기 폭격이 시작되었다. 개인적으로
심형래씨를 거의 1년만에 만난
것인데, 그동안 하고 싶던 얘기가
정말 많았나보다.)
심 : 나는
'한국색'보다 '이국적'인걸 더
좋아해. 그래야 세계적이잖아.
[반칙왕]이니
[쉬리]니
[정사]니
다 좋은 영화야. 모두들 다른
분야에서 활약하는 좋은 한국
영화지. 하지만
[용가리]처럼 기술로 승부하는
영화도 있어야 하는거야. 작년
상영한 [용가리]에
부족한 점이 많다는거, 나도 인정하고
다시 만들어서 내보내잖아. 그런데
왜 그렇게 말들이 많냐고. 이렇게
부족한 부분 인정하고 다시 만드는
영화, 세계적으로 다 찾아봐도
없을걸? 그렇지 않냐? 5월에 이거
'완성본'들고 칸느 마켓에서 틀어버릴건데,
그 때 한번 봐라 어떻게 될지.
이번에 일본에서
나온 [고지라
2000] 있잖아. 그냥 '탈'쓰고
나오지 별거 아냐. 영국에서 만들었다던
TV물 [공룡
100만년] 그거 잘 되었다며.
하지만 우리 [용가리]는
'극장 화면'에 쏴버리는 거라서,
그보다 1만배는 더 어려운 작업이라고!
이번에 우리 [황금섬(Golden
Island)]이라고 3D 애니메이션
만들어. [토이
스토리(Toy Story)]랑
맞장 뜰꺼야. 우리도 할 수 있는데
왜 안하냐고! 그냥 '시나리오'만
갖고 만드는 영화, 우리는 추구하지
않아. 우리는 '기술의 영화'를
중시해.
(이번에 [황금섬]이라는걸
만든다고 캐릭터 디자인 등 몇가지를
보여 줬는데, 기본적인 디자인은
아주 훌륭했다. 아무래도 영구쪽에는
기술력이 있으니, 적어도 [철인사천왕]의
비애는 충분히 극복할수 있으리라
본다. 이때 하림에서 오신 분은,
이후의 거래를 위해 몇몇 캐릭터의
스캔을 받아 퇴장하셨다.)
심 : [아름다운 시절]
감독 있지? 이름은 기억이 안
나는데, 여하건 그 양반이 "[용가리]를
왜 씹냐"고 말했다더라.
어제 경향신문 기자가 나 인터뷰하러
와서 그랬는데, 그 사람 인터뷰할때
그 얘기 나왔다고. 한국에서 이런걸
만든것 자체가 대단한데, 왜 씹냐
이거지. 그런 감독들도 날 인정한다
이거야.
([아름다운
시절] 감독은 이광모씨고,
그의 인터뷰는 아직 확인해보지
않았다.)
심
: 요 며칠 전에는 코리아
해럴드에서 취재 왔었어. [용가리]나
이정현
의상 등에 대해 취재해서
널리 알리겠다고 말야.
진 : 이정현
의상은 어떻게 여기서 하게 된거에요?
심
: 별거 아냐. 섭외 들어왔으니까
했지. 한국 가수들은 너무 개성이
없어. 언제나 다 획일된 패션에
스타일인데, 외국 애들은 안 그렇잖아?
한국 가수들도 이제는 자기 나름대로의
팍팍 튀는 개성과 스타일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 우리한테 뭐 해달라고
제의 들어오면, 우리랑 방향이
맞는다 싶으면 다 할거야. 그들이
제의를 하지 않으니까, 못 할
뿐이지.
(그리고 '세종문화회관'과
'CKD(엔젤펀드)'의
고소에 대한 얘기가 나왔는데,
자세한 사항은 여기 옮기지 않는다.
간단히 말하자면. 심형래씨가
완벽하게 '당했다'.) - 개인적인
생각으로 심형래씨는 계약서와
친분관계를 혼동하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편집자 주)
심 : 그리고
그 영화 평론가들 말야. 하재봉,
유지나, 강한섭. 그게 평론이야?
특히 하재봉. 내 영화 [용가리]는
그렇게 후지면서, 자기 연극 [거짓말]은
예술이야? 말이 되는 소리야 그게?
반면 조희문 교수나 이강섭 교수
같은 분들은 좋은 시각으로 봐줘서
고맙지.
그리고
[용가리]는
단일 영화로써 최고의 수출액을
기록하고 있지. 일본에 [쉬리]가
130만불에 나갔잖아. 하지만 [용가리]는
150만불 계약이라고. 이거 대단한거아냐?
좀 더 두고보며 말해야 할거 아냐?
그런데 아직 완전히 끝나지도
않은걸 보고 씹어대니 웃긴거지.
게다가 예전 [용가리]
개봉 전에 '안티' 싸이트도 떴다며?
영화 개봉하기도 전에 '안티'
들어오는건, 아마 세계적으로
'한국'밖에 없을걸?
양유창
(이하 '양') : 이제는
영구 아트 무비도 그런 문제들에
대해 전문적으로 대처해야 할
필요가 있을듯 싶습니다. 기획이나
예산쪽의 전문가도 둬야 할거고,
지난번 씨네21 같은 경우에는
너무 감정적으로 대응을 해서
오히려 역효과를 냈어요. 언론
대책반도 만들어서 제대로 대응을
해야 할 겁니다.
심 : 난
앞으로 '결과'로만 승부하려고.
처음에 우리가 마켓에 나갔을때도,
외국 애들이 그냥 조그마한 동양애
하나 돌아다니니까 거들떠도 안
보더라. 그런데 30분짜리 데모
있잖아. 그거 한번 보여주니까
'프레지던트(President)'라고
깍듯이 인사하더라고. 제일 확실한건,
결과물을 보여주는거야. 너네도
알겠지만 [드래곤
투카]에서 [용가리]까지
얼마나 많은 발전을 했냐? 물론
우리의 작품이 허리우드의 대자본이
들어간 작품들과는 비교가 안될수도
있지. 하지만 단기간내 그 정도의
비약적 발전이 이뤄졌다는 것은,
참으로 대단한거 아니냐?
[티라노의
발톱]에서 [용가리]까지
발전은 정말 대단한거라고. [티라노]
만들때 만들어진게 [구미호]인데,
[용가리]와
비슷한 시기의 [자귀모]랑
비교할때 달라진거 있냐? 걔네는
별로 발전한게 없지만, 우리는
이만큼 발전했잖아.
우리는
아프마(AFMA)나
칸느(CANNES)같은
마켓에 나가서 미국의 메이저와
맞붙을꺼야. 다른 한국영화들도
나가긴 나가지만, 걔네는 거의
팔지 못해. 얼마전에 우리는 미국
지사도 하나 차렸어.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하려고. 홍보나 마켓팅쪽에
뜻 있는 젊은이들이 우리와 함께
하면 좋을듯 싶어. '일'이라는건
혼자 못해. 뜻이 맞는 사람들이
많이 모여야 돌아갈수 있는거야.
해외에는 '디즈니'나 '코카콜라'
등의 매니아들이 뭉쳐서 함께
다니잖아.
양
: 사실 처음부터 <용가리>가
너무 크게 뜬 것이 화근이었어요.
신지식인이다 뭐다.. 기대가 엄청나게
크니까 정작 영화가 공개됐을
때 실망한 사람들도 많을 수밖에
없었지요.
심
: 사실 그거 다 언론이
해놓은거잖아. 우리 언론이 문제가
많아. 그 생각만 하면 속상하지.
양
: 제 생각엔 심 감독님
이하 영구무비에서 좀더 조직적으로
대처했어야 했다고 생각해요.
결국 마케팅의 싸움이라 이거죠.
기술력은 충분히 된다는 걸 그동안
감독님이 보여줬으니 이젠 마케팅입니다.
이거 아주 중요한거거든요.
심
: 응.
양
: 그나저나 이번 아프마(AFMA:
American Film Market Assosiation)에서는
어떤 성과가 있었죠? 얼마나 파셨어요?
심
: 어, 아냐. 이번에는
판매한 건 아니야. 정식 판매는
깐느에서...
양
: 깐느에서 마케팅도 직접
하시나요?
심
: 아니. 그건 그쪽 대행사에
맡겼어. 근데 미국쪽은 우리가
직접 할거야. 그래서 미국에 법인도
설립중이고...
양 :
정말 이번 깐느에서 어느 정도
판매수익을 올리느냐가 중요할
거예요. 그리고 외국에서 개봉했을
때 어느정도 성적을 올리느냐도
중요하구요. 그 결과에 따라 국내언론의
태도 역시 달라질겁니다. 더 이상
무시를 못하게 되겠죠.
김종철(이하 '종')
: 작년말 SBS 밀레니엄
인터뷰 있지 않습니까. 그때 '강제규'씨가
출연할때 사회를 보셨는데요.
두분의 주장과 생각하는 바가
상당히 비슷한데, 서로간에 무슨
밀약이라도 있으셨는지요? 두분이
모여서 뭔가를 만드신다면, 정말로
그건 '드림팀'이 될텐데요.
심
: 그건 SBS 사장님의 섭외로
시리즈 전체의 사회를 맡아봤던
것이고, 뭐 특별한 거래나
그런건 전혀 없어. 강제규씨...도
우리랑 같은 생각을 갖고 있어서,
협의가 성립된후 좋은 작품을
만들고 싶지만, 아직까지는 그런
제의가 없었으니 못하고 있지.
거기서 제의가 들어온다면, 하고
싶은 생각은 얼마든지 있어.
심
: 앞으로는 '소프트웨어'를
갖고 있는게 왕이야. 아무리 좋은
시스템 갖고 있으면 뭐하냐고!
거기 돌려서 보고 즐길 '소프트웨어'가
없으면 꽝이잖아. 우리는 그걸
하겠다는거지.
(맞는
얘긴데, 저 개념 갖고 있는 '관리자'가
국내에는 별로 없다. 특히 국내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C 모 캐스팅 싸이트의 운영진은,
'콘텐츠'의 중요성을 전혀 파악하지
못해 매우 저렴한 박봉만을 지급하고
있고, 그래서 우들스의 작가 강명석은
'밥벌이'를 위해 [순풍
산부인과] 등의 외부 용역을
뛰고 있는 형편이다. 현재 국내
실정으로는, '소프트웨어'가 중요하다는
사실 자체만을 안다는 것만으로도
'신지식인' 소리를 들을 자격이
있다.)
종 : 심형래
감독님의 작품들을 보면 말입니다.
[영구와
땡칠이]부터 [용가리]에
오기까지, '호러'적인 면이 매우
많은데요. 특별히 '호러'를 좋아해서
그렇게 사용하시는 건가요?
심
: 그건 기존에 볼 수 없던
새로운 아이템을 보여주고 싶고,
무한한 상상력을 발휘하고 싶어서
그런거야. 그런 목적에 '호러'가
딱 맞잖아.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그런게 상당히 잘 되고 있는데,
아직까지 한국에서는 좀 미흡하지.
학교 다닐때 극장 에서 [오멘]이나 [서스피리아]
등을 보고 재밌어하긴 했어.
종 : 그리고 특히
[티라노의 발톱]의 경우에는,
애들이 보기에는 너무 잔혹한
부분이 많은데요. 특별한 의도라도
있으셨나요?
심
: 그동안 애들 수준을
너무 낮게 잡은 감도 있었으니까,
이번에는 좀 높게 잡아보겠다고
해본거야. 애들도 쉴새없이 변화하잖아.
달라진 눈 높이를 따라가본다고
한번 해본거지.
종 :
[티라노의
발톱]을 하실때 에피소드를
들려주세요.
심
: 그때는 정말 엄청난
고생을 했지. 분장사만 100명이
따라 올라갔으니까. 분장사 1명이
2-3명 정도 분장을 하면, 더 이상
할수가 없었어. 시간이 하도 오래
걸려서 말야. 영화를 찍는데 필요한
장비들 다 갖고 올라간 등의 얘기는,
이전에도 많이 말했으니까 생략하자.
처음에 이 영화를 찍을때는 '누구도
찍지 못한것'을 해본다는 마음으로
했지만, 아무것도 모르면서 몸으로
다 때웠으니 엄청 고생했지. '공룡'을
애완동물로 키우는 원시인이라는
시도를 좀 해보고 싶어서 해봤지만,
역사적으로 '공룡'과 '인류'가
한시대에 공존할수 없다는건 나도
잘 알어. 이건 '영화'니까 가능한거지.
진
: 김청기
감독의 [공룡
100만년 똘이]에서 [티라노의 발톱]과
유사한 부분을 몇개 찾을수 있었는데요.
혹시 그 만화영화를 보고 이 영화를
만드실 생각을 하신건가요?
심
: 그건 절대 아냐. 오히려
내가 영향받은건 장
자끄 아노의 [불을
찾아서(Quest for fire)]같은
영화지. 그거 보니까 자존심이
팍 상하더라고. 대한민국 영화
역사가 100년인데, 왜 저런거
하나 없지? 그래서 내가 한거야.
요즘 한국 영화 보면, 일 본 영화의
모작이 지나칠 정도로 심하잖아.
그런 것들 만들면, 자존심도 안
상하나? 그에 비하면 [티라노의
발톱]이 훨씬 낫지.
종 : 당시
[들소]라는
또 다른 원시인 영화가 기획되지
않았습니까. 그건 중간에서 망한걸로
알고 있는데요.
심 : 아
그거 망한 이유는 간단해. 한번
의상을 만들어봤더니, '푸대자루'가
나오더래. 각설이들 입는 뭐 그런거.
가장 기본적인 그런것부터 안되니,
망할수밖에 없는거지.
진 : 심형래 감독님 영화 보면
'서찬호'씨 참 많이 나오잖아요.
특히 [티라노의
발톱]에서 열연한 '족장'
역할은 상당히 감동적인데요.
어떻게 해서 그 분과 함께 작업을
하게 되신건가요?
심 : 한국
영화에는 '생긴거' 하나로 대표되는
캐릭터가 별로 없잖아. 뭔가 다른
사람하고는 틀린 특징을 가진
다양한 캐릭터 말야. 그런걸 한번
키워보기 위해서 찬호랑 일을
하게 되었는데, 얘가 연기를 좀
못 해. 그래서 가르치면서 단역으로
주로 사용하고 있지. 외국에 보면
007 영화에 나오는 '죠스' 있잖아.
그런걸 우리도 한명 키워보고
싶은거지.
([티라노의
발톱]에 관련된 얘기가
좀 긴것 같은데, 아직 끝난게
아니다.)
심
: [티라노의
발톱]은 처음에 해외 수출의
교두보로 사용하려 했어. 그래서
'언어의 장벽'을 넘기 위해 원시어를
사용했고, 말을 못 알아 들어도
감상에 지장 없을정도로 시나리오를
쉽게 썼지.
진 : 혹시
당시 사용하신 필름 같은거 남아
있나요? 그런걸 기초로 다큐멘터리라도
만들어놓으면 참 좋을텐데요.
심
: 안타깝게도 남은게 하나도
없어.
종 : [티라노의
발톱]을 보면 기존의 아동물에서
보이던 단순한 '선악대결'
구도가 아니지 않습니까. 특별한
이유라도 있으신지요?
심 : 원래는
'힘의 우월주의'를 나타내려고
했어. 무지한 민중들은 '힘'이
센 쪽을 따라다니잖아. 거기에
둔하지만 정의를 가진 사도 하나가
나와서 대항하고, 그러면서 사람들
머리가 조금씩 깨이는 과정을
다루려 했지. 그런데 많은걸 넣으려다가
막판에는 지쳐버려서 미흡하게
끝났어. 리메이크에서는 더 괜찮은걸
보여주고 싶지.
진 :
그런데 왜 하필 제목이 [티라노의
'발톱'] 이에요?
심 :
제목부터 관객들을 압도하기 위해서야.
뭔가 팍 튀잖아.
(정말...
대단한 발상이다.)
심 :
얼마전에 [월하의
공동묘지]를 TV에서 방영했잖아.
그거 어렸을때는 엄청 재미있게
봤는데, 지금 보니까 시시하더만.
하지만 그런게 남아있다는건 우리에게
다행이라고 생각해.
얼마전에는
KBS 라디오에서 인터뷰 해가기도
했어. '네티즌이 선정한 21세기를
이끌어갈 한국인'으로 뽑혔대.
그게 아마 지난 1월달이었지?
난 영화에서는 강제규가
될줄 알았는데, 내가 되어서 놀랐어.
그리고 동아 방송 대학교에서
축제동안 뽑은 최고 감독으로
내가 뽑혀서 트로피를 받기도
했고 말야. 아 나도 인기가 좀
있긴한가봐.
(개인적으로도
놀란 얘기였다.)
종
: 앞으로 준비하시는 영화가 [이무기(Imoogi)]랑
[콘돌(Condol)]이
있다고 들었는데요. 그것들은
어떤 상황인지요?
심 : [이무기]는
단군시대 이전을 배경으로 해서
찍을꺼야. 99명의 처녀피를 먹어야
용이 되어 승천하는 이무기를
다룬 '가족 영화'지. 이미 설정
자료는 나와있는 상태야. 자 봐.
(사무실 벽에 붙어있는 설정
자료는 제법 자세했지만, 안타깝게도
아직 대중에게 공개할수는 없다.
나중에 정식 보도가 될때까지
기다리시기 바란다.)
종 : 혹시 SF 호러는 만드실 생각이
없으신지요? 이 회사의 방향에
딱 맞는다고 생각되는데요.
심
: 지금 10편정도가 기획
단계에 있어. 그중에서 [피시워(Fish
War)]와 [트레인(Train)]이
거기 맞다고 할 수 있겠네. [트레인]은
이런거야. 해병대 출신 전우들이
대접 못 받는데 불만을 품고 '황금'을
싣은 열차를 터는거지. 그런데
갑자기 열차가 전복되며 물속으로
빠지고, 다른 세계로 가버리는거야.
거기서 하나 둘씩 정체 불명의
괴물에게 죽어가는 그런 얘기지.
진 : 혹시 저희같은 꿈 많고
패기 넘치는 젊은이들이 시놉시스
가져오면, 그걸 바탕으로 작업하실
계획은 있으신지요?
심 : 우리랑
맞는다면 할 의향이 있지. '맞는다면'
말이야.
(그냥 인사치례로
한 얘기가 아니었는듯 싶으니,
이쪽 분야에 관심있는 사람은
영구아트의 담당자와 교섭을 해보시기
바란다.)
종 : 얼마전에
'미국'을 다녀오셨다고 하던데요.
무슨 일 있으셨나요?
심 ; 그건
편집과 사운드 때문에 다녀온거야.
한국의 기술도 좋긴 하지만, 아무래도
'영어'를 더빙해서 쓰려니 국내
편집기술로는 한계가 있더라고.
'영어'를 다루는 데에는 미국
애들이 낫지 않겠어? 그래서 미국
다녀온거고, 앞으로도 몇번 더
다녀올거야.
종 : 평소에
정말 해보고 싶은 영화는 어느
쪽이세요?
심
: 스펙타클하고 엄청나게
규모 큰 역사물. 그러니까 [벤허]나
[쿼바디스]같은
영화들을, 한국 배경으로 만들어보고
싶어. [이순신
장군]을 SF로 변형해서
정말 멋지게 만들어보고 싶은게
항상 갖고 있는 꿈이지.
종 : 아무래도 '괴수물'하면 일본인데요.
그들은 부모가 자식 손을 잡고
[고지라]의
새로운 시리즈를 보러 갈 정도로
긴 역사와 넓은 향유층을 갖고
있는 반면, 한국은 그런게 전혀
없지 않습니까. 그에 대해서는
어떠세요?
심
: 일본에는 정말 다양한
계층의 매니아들이 있는데, 한국에는
별로 없으니 우리가 일을 하기
힘들지. 그건 정말 부러워.
('매니아'라는 단어는 심형래씨가
엄청나게 강조하는 용어다.)
심 : 난
일하면서 밤이 되면 호텔에 가서
'페이
티비(Pay TV)'로 최근의
개봉작들을 보곤 하는데, [헌팅(The Haunting)]이나
[딥블루씨(Deep
blue sea)]는 정말 별거
아니더라. 특히 [딥블루씨]는
상어의 신체 비례도 안 맞아.
저정도면 우리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갖게 되었어.
진 : [용가리] 팬시
상품이 특이하게도 개봉 당시에는
별로 보이지 않던 것들이, 오히려
흥행이 끝난 몇달후부터 눈에
띄기 시작했는데요. 가는데마다
눈에 띄는걸 보면 정말 반응이
좋은가봐요. 그런 팬시 상품들
장사 잘 되나요?
심 : 우리나라
사람들이 겁이 많아서, 앞서가지
않고 조금 뒤쳐지는 경향이 있어.
그래서 영화 개봉보다 좀 늦게
풀린걸꺼야. 장사 잘 한 회사는
잘했고, 못한데는 못했지 뭐.
하림에서 만든 [용가리
치킨] 같은 경우에는 그거
하나로 매출이 30% 올랐어. 그래서
아까 또 온거 아냐. 사실 중소
기업 살린다 치고 그런 사용권들
상당히 헐값에 넘겨줬어.
진 : 외국의 경우에도 로베르트 베니니와
기타노 다케시 같은 사람들은,
코미디언 출신으로써 감독까지
맡아 영화제에서 상도 타는 등
맹활약을 하고 있는데요. 그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심
: 그들은 그들이고, 나는
나야. 별로 신경 안 써. 내가
만드는 영화가 무슨 영화제 노리고
만드는거 아니잖아? 내 목표는
앞으로 5년안에 스필버그
잡는것 뿐이야. 물론 '상업영화'쪽에서지.
종 : 요즘 한국에서 일본
영화가 놀라울 정도로 붐인데요.
그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심
: 난 일본 영화 안 봐.
이건 내 생각인데, 일본 영화는
사실 별거 아냐. 아주 옛날에
[도라
도라 도라(Tora Tora Tora)]나
[쇼군(Shogun)]
정도 보고, 더 이상 안보고
있어.
얼마전에
[링(The
ring)] 봤어. 소문이 자자하던데,
사실 별거 아니더라. 그건 그냥
친구끼리 하는 '무서운 얘기'보다
못 해.
종 : 남기남
감독님과는 심형래씨
영화 데뷔 이후로 많은 작업을
같이 하셨는데요. 그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심 : 옛날
한국에 '외화
수입 쿼터'라는게 있었어.
한국 영화를 몇 편 만들어야 외화
수입 권리를 주던 시대지. 남기남
감독은 그때 맹활약한 분이야.
그분은 정말 대단한데, '빨리'
'싸게' 만든다는 요 습관을 버리지
못해서 안타깝지. 고 굴레만 벗어나면
정말 명감독이 될 분이야. 요즘
젊은 감독들이 많이들 활약하고
있긴 하지만, 누가 뭐래도 '영화는
짬밥'이야. 많이 오래 해본 사람이
잘 하는게 당연하지.
(이때쯤 수원 시청 분들이, 1시간
가량의 기다림을 뒤로 하고 들어오셔서,
심형래씨의 강의 예약을 하고
갔다. 4월 중순쯤 예약된 이 강좌에는
200명 가량의 일반 시민등의 분들이
참석할 예정인듯 싶다. 앞으로
55,000평 부지의 수원으로 영구아트무비가
이전한후, 스튜디오와 테마파크
등으로 이용할 계획이라 하는데,
이 강의는 그 초석중 하나가 될
듯 싶다.)
심
: 그리고 너희 그거 아냐?
[오락과
게임]인가 [오락과
산업]인가 하는, 미국
사람이 쓴 책 후반부에 내 얘기가
나왔다던데, 깜짝 놀랐어. 최근
국내에도 번역되었다고 하니까
한번 찾아봐. 그리고 안병선이라는
사람이 쓴 책에도 내 얘기가 나온다하더라.
우리는 앞으로 미국을
잡으려 하기 때문에, 그들이 1억불
예산으로 만드는 영화를 1천만불로
만들려고 해.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항상 우리와 함께
일을 하고 있어야 하는데, 그
중간중간에 같이 밥 굶을수는
없잖아. 그래서 그 사이 사이에
작은 영화들을 만들기도 할꺼야.
그 중 하나 기획되어 있는게 [I wanna go
home]이라는 영화지. 월남전때
활약한 특수 부대원이 활약하는
킬러물인데, 재밌을꺼야.
(이 다음에도 2시간 정도는
더 대화를 나누었고, 수많은 얘기가
있었다. 하지만 그것들은 오늘
인터뷰의 '주요한' 내용과 거리가
멀거나, '대외비' 적인 얘기들이
있었기 때문에 생략하도록 하겠다.)
<용가리>
새 버전(International Version)의
스틸사진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