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상옥 감독 북한서 만든 <탈출기> 제한상영 :::
이희용 | 2001년 11월 16일
조회 1032
98년 법원에 의해 국가보안법상 이적표현물로 규정된 신상옥(申相玉) 감독의 '탈출기'가 15일 오전 11시 부산의 대영시네마에서국내외 초청 게스트와 보도진을 대상으로 제한상영됐다.
'탈출기'는 신감독이 지난 84년 북한 체류 당시 제작한 작품으로 1920년대 좌익 작가가 가족을 버리고 사회주의 운동에 뛰어든다는 내용을 그린 최서해(崔曙海 1901~1932)의 소설을 영화한 것이다.
영화는 주인공 박성열(최창수)이 친구 김군으로부터 편지를 받고 자신이 어째서가족도 버린 채 사회주의 운동가로 나서게 됐는가를 설명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지게로 물배달을 하며 서울에서 고학하던 성열은 학업을 포기하고 고향으로 내려가 아버지의 농사일을 돕는다. 어려운 가운데서도 아내(최은희)와 함께 부모를 모시며 열심히 살아보려던 성열은 친척이 동양척식회사에 몰래 땅을 팔아넘겨 아버지가 화병으로 세상을 뜨자 두만강을 건너 간도로 이주한다.
그러나 이곳에서의 생활 역시 만만치 않다. 황무지 개간, 대서(代書) 일, 굴뚝청소, 두부 장수 등 여러 일에 손을 대보지만 끼니조차 잇기 어렵고 돈이 없어 아들과 어머니까지 잃고 만다.
분노를 참지 못한 성열은 도끼를 들고 약방을 때려부수었다가 관헌에게 체포되나 사회주의 조직원들의 도움으로 호송열차에서 탈출한 뒤 사회주의 운동에 뛰어든다.
이 영화는 신감독이 북한에서 만든 7편의 영화 가운데 가장 아끼는 작품으로 단순한 사회주의 리얼리즘적 프로파간다 영화를 넘어서 보편적인 인간 감성에까지 다다랐다는 평??얻고 있다.
그러나 성열이 김군에게 보내는 답장에서 사회주의 운동이 가족도 버릴 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역설하는 대목이 공안당국이나 법원으로부터 문제된 것으로 보인다.
영화 첫 대목에 "세상에 무지와 빈궁이 존재하는 한 이러한 이야기는 무익하지않을 것이다"라는 빅토르 위고의 어록을 자막으로 보여준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신감독은 착취와 수탈의 사회구조가 선한 인간의 본성을 어떻게 바꿔나가는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영화를 본 관객들은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는 반응이 대종을 이뤘으나 "전형적인 사회주의 리얼리즘 영화"라고 지적하는 사람도 있었다.
부산영화제에서 일반상영이 취소된 채 관계자들만을 대상으로 제한상영이 이뤄진 것은 당시 공연윤리위로부터 수입추천을 받지 못한 '크래쉬'(96년)와 '해피 투게더'(97년)에 이어 이번이 세번째다.
(부산=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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