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스터 볼 : 초콜릿 무스의 달콤함
글: 정영선
2002년 10월 07일
단 음식, 좋아하세요? 저는 단 음식을 즐기는 편이 아닌데, 초콜릿만은 예외랍니다.
특히 제가 열광하는 음식은 ‘초콜릿 무스’ 죠. 입안에 퍼지는 부드러운 느낌과 한 입 베어물때 코끝까지 느껴지는 고소함. 신들의 열매인 초콜릿은 그 지대한 영향력으로 사람들을 매혹시켜 왔습니다. 그리고 여기, 그 초콜릿의 달콤한 유혹에 빠져든 또 다른 사람들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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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두 사람은 아주 묘한 끈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바로 행크가 레티샤 남편의 사형 집행인 인거죠. 결국 사형은 예정대로 진행됩니다. 그리고 이 사건 이후로 두 가족 모두에게 불행이 찾아옵니다. 레티샤는 교통사고로 아들을 잃고, 행크는 아들의 자살을 목격하게 됩니다. 두 사람 모두, 아무런 희망없이 세상에 홀로 남게 된 것이죠.
척박한 이들의 삶이 만나면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레티샤가 행크가 자주 찾는 식당에 웨이트리스로 취직하면서 두 사람은 그녀 남편을 통해 서로 연관이 있음을 전혀 모른 채 우연히 서로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식사를 위해 식당에 들어선 행크. 그는 언제나 그렇듯 초콜릿 아이스크림과 크림수프를 주문합니다. 그리고 접시에 수북히 나온 초콜릿 아이스크림을 혼자 다 먹어치웁니다. 아주 익숙한 솜씨로요. 조금은 이상해 보이는 그 모습을 처연히 바라보던 레티샤, 그러나 그녀에게도 초콜릿은 익숙한 것이었습니다. 교통사고로 죽은 그녀의 아들 역시 초콜릿 중독으로 끔찍한 비만에 시달려왔으니까요.
초콜릿의 부드럽고 말랑말랑한 달콤함.
그건 일종의 어떤 해방감이 아닐까요?
아버지를 잃었던 레티샤의 아들이 초콜릿에 그토록 집착했던 건 그 달콤함을 통해 아버지의 부재를 채우기 위해서 였던 거죠. 반대로 아들을 잃어버린 아버지, 행크가 초콜릿 아이스크림을 찾는 건 금욕적이고 무미건조한 자신의 일상에서의 일탈을 꿈꾸는 또 다른 행위였을 겁니다.
영화의 마지막, 행크는 초콜릿 아이스크림을 사러 나가고, 그를 기다리던 레티샤는 그제서야 행크가 남편의 사형집행인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분노에 휩싸인 채 행크를 기다리게 되죠. 뭔가 큰 일이 일어날것만 같은 아슬아슬한 감정이 곡예를 타는 순간, 영화는 우리에게 또 다른 결말을 보여줍니다. 초콜릿 아이스크림의 달콤함을 통해서 말이죠.
후두둑. 기억들이 떨어집니다.
그 빵집은 크기가 참 작았습니다. 테이블 두 개가 전부였죠. 하루 일과를 끝내고 문을 열고 들어서면 일본인 주방장 아저씨의 말소리와 진열대에 다소곳이 놓여있는 케이크 조각들이 기분좋은 화음을 이뤘구요. 아, 지금 생각해보니 입안을 가득 메우던 그 달콤쌉쌀한 느낌은 초콜릿 무스가 아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 하루도 잘 싸웠다는 스스로에 대한 격려였겠죠. 상처받은 영혼들에게 초콜릿의 달콤함이 작은 위안이 됐듯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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