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처녀 vs 영화

<아멜리에> 즉석사진을 찍고 싶다


글: 노처녀
2001년 11월 02일

지하철 역안에 들어가 보면 하나씩은 있는 자동즉석사진기. 급한 사진이 필요할 때 한번씩은 찍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노처녀는 할머니와 즉석사진을 찍은 적이 있었다. 할머니가 외국으로 놀러가는 데 비자에 넣을 사진을 못 찍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부랴 부랴 생각한 것이 즉석 사진기였다. 천원짜리 다섯장을 넣고 찍으면 간단히 십분내에 사진이 나오긴 하지만 자칫 조정을 잘못하면 얼굴이 찌그러지고 표정이 이상하게 된다. 할머니와 나는 두 번이나 찍었다. 한번은 할머니의 표정이 찌그러져서 다시 찍게 되었는데 그 사진을 보며 지하철 역에서 어찌나 크게 웃었던지. 지나가는 사람이 한번씩은 쳐다봤을 정도다.-_-;;; 즉석사진기의 매력이라는 게 그런 짧은 시간에 찍는 사진도 매력이 있겠지만 찌그러진 표정이며 조준을 못해 머리만 빼꼼이 나온 그런 잘못된 사진을 보는 매력도 있는 것 같다.

아멜리에 영화를 보며 즉석사진기의 매력을 새삼 다시 느낀 노처녀는 뜬금없이 그 생각이 나와 삐질 웃음이 튀어나와 버렸다. 그래서 영화 보는 동안 옆 사람에게 이상한 여자로 취급 받았다.-_-

아멜리에는 저번에 말한 나비와 마찬가지로 약간은 상징적인 면도 있지만 어두운 영화는 아니다. 상상력이 어디로 튈지 몰라 정신없이 방황하는 유쾌한 영화가 아닌가 싶다.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한번씩은 웃음이 터져 나왔을 것이다. 그리고 매력적인 아멜리에의 모습에 뽕간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귀여운 얼굴만 가지고 있으면 그저 그럴텐데. 생각하는 하나하나에 상상력이 가득 담겨 있는 솜사탕 같으니 하는 짓도 어찌나 귀여운지 그녀가 하는 행동에 관심을 두지 않을 수가 없다. 별난 여자 별난 인생이라고 해야 되는지. 물론 그녀의 인생이 유난히 별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녀는 재미없고 싱거운 자신의 생활을 늘 상쾌하고 별나게 꾸며 나간다. 사소한 일에 즐거움을 느끼고 그것으로 만족을 추구해야 한다. 거기다 말썽도 잘 피운다. 하지만 이유 없는 말썽은 하지 않는다. 약한자를 욕하는 사람이나 자신에게 무시무시한 거짓말을 하는 아저씨한테는 커다란...은 아니지만 그만큼 적당한 함정을(?) 파논다.

노처녀는 나비를 보고 회의를 느꼈다거나 사회에 대한 암울함을 느낀 사람한테는 바로 아멜리에라는 약을 추천하고 싶다. 나비를 보고 내용을 몰라 암울하고 안에 담겨진 상징적인 것을 이해 못해 머리를 쥐어 뜯고 나온 사람이야 말로 아멜리에를 보면 뜯은 머리를 도로 붙이고 나올지도 모른다. 감각있는 상상력이 돋보이는 아멜리에를 보면 누구나 그녀를 사랑할 수 밖에 없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리고 아멜리에와 같이 또 한사람의 이상한 사람. "니노"
녀석도 아멜리에와 같이 야릇한 취미(?)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즉석사진기에 버려진 사진을 붙여서 모으고 진흙에 찍힌 발자국을 모으는 사나이. 요상한 인물 같지만 그도 아멜리에와 같이 상큼한 성격의 소유자 이다. 그와 아멜리에와 만나는 장면은 정말 흥미롭다. 그가 아멜리에가 일하는 카페에서 결국 아멜리에를 못 만나고 나갈 때 긴장이 풀어져 그녀의 몸이 물로 되 땅밑으로 철퍼덕 떨어지는 장면은 장-삐에르 주네만의 독특한 방법 같다.

잃어버린 아이들의 도시, 에이리언 4 같이 암울한 환타지 내용을 품고 있는 장-삐에르 주네는 이번만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게 하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는 그의 각오처럼, 세상을 밝게 보려는 듯 아멜리에를 만들었다. 세상은 암울하지만 살만 하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한 것일까?

영화 속에 또 한가지 볼꺼리. 물론 아멜리에도 이쁘지만 그녀에 못지 않은 외모를 가지고 있는 천재감독 마티유 카소비츠의 연기력도 탁월하다. (아는 분은 아실테지만 마티유 카소비츠는 장 르노가 나오는 "크림슨 리버"의 감독이다.)

노처녀는 영화를 보며 즉석사진을 찍고 싶어졌다. 그리고 그 사진을 찢어서 바닥에 버려야 겠다는 굳은 결심이 섰다. 그럼 마티유 카소비츠처럼 멋진 남자가 내 사진을 붙여서 어딘가에 보관하겠지? 으흐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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