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처녀 vs 영화

<오션스 일레븐> 우리도 동건일레븐으로 돈 벌자


글: 노처녀
2002년 03월 02일

우리도 동건일레븐 희선 파이브 이런 거 만들면 돈좀 벌 수 있을까?

스티븐 소더버그는 상당히 재주가 많은 건지 아님 그를 따르는 사람들이 많은건지 모르겠지만 제가 본 영화에서 가장 괜찮은 인물들(돈 되는 인물들)만 잡동산으로 다 끌어 모아 만든 영화가 이번에 개봉했더군요. 처음 제목을 보면서 우리 동네에 있는 세븐 일레븐이라는 편의점이 떠오르며 잠시 웃었답니다.

포스터에는 달랑 유명한 위인 다섯명만 모아놨지만 제목을 보면 아시겠지만 일레븐 = 11명 이 영화에 주축은 11명이랍니다. 그런데 왜 포스터에는 달랑 반도 안되는 다섯명만 등장했을까요? 아시는 사람은 다 알겠죠? 돈되는 사람을 모아 놔야지 사람들의 눈요기감이 되지 않겠어요? <오션스 일레븐> 포스터를 보니 문득 작년인가 재작년인가 개봉했다가 홀딱 망한 <천사몽>이란 영화가 떠오르네요. 거기에 주인공은 포스터에 나오는 인물들이 아닌데 별로 나오지도 않는 이나영을 떡 하니 앞에 내세운 것은 그녀가 정작 주인공 보다 더 인기가 많기 때문에 그런 혜택을 누린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고 내용도 <천사몽>처럼 개떡이냐? 그건 아니랍니다. 앞에는 화려한 열두 명의 소개로 반 시간을 까먹고 정작 필요한 내용은 반도 안되니 말이죠. 끝에 반전이 놀랍긴 하지만 요즘 반전 많은 영화가 좀 많아요? 그런 것으로 따지면 <오션스 일레븐>은 별 반전도 아니죠.

하지만 관객들은 별 반전도 아니고 포스터에 일레븐인데 다섯명만 모여 놓았는데도 왜 꾸역꾸역 보려고 했는가? 그날 저는 세 시에 영화를 봤는데 여덟 시 이후로 표가 쌱~ 매진이더군요. 이런 것을 보면서 스타의 위대함을 다시 한 번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왜 사소한 텔레비전의 쇼 프로 하나라도 스타를 모시려고 하잖아요.

앤디 가르시아, 조지 클루니, 줄리아 로버츠, 브래드 피트, 맷 데이먼. 줄줄이 여자들이 좋아할 만한 배우에다가 기본적으로 연기력이 보장되는 사람들이니 버벅거릴 필요도 없고 흥행은 두말 할 것도 없겠죠. 소더버그는 아마 이런 것을 노린 것 같네요. 그래서일까요? 빡빡한 우리나라 영화보다 이 영화에 매진 행렬이 늘어선 것을 보며 한편으로 씁쓸하게 느껴졌습니다.

다음부터 우리나라 영화도 흥행되는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잘 생기고 여자들이나 남자들이 환호할 만한 배우들 왕창 모아놓고 동건 일레븐 뭐 이런거 하나 만들어야 흥행이 될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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