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마야 놀자> 이제 그만 좀 써묵으라 마이 묵었다

노처녀 vs 영화

<달마야 놀자> 이제 그만 좀 써묵으라 마이 묵었다 :::

노처녀 | 2001년 11월 16일
조회 3691

요즘 영화들이 대부분 조폭 으로 밀고 나간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친구, 신라의 달밤 최근에 나온 조폭 마누라 그리고 이번에 나올 달마야 놀자. 이들의 공통점은 그들이 죄다 조폭 영화라는 점이다. 최근 어느 학생이 친구를 몇십번 보고 살인을 저지른 사건이 있었는데 그것은 우리 영화계나 사회의 큰 이슈가 되었다. 나는 그 뉴스를 보면서 혹시나 하던 생각이 역시 나로 바뀌었던 까닭에 마음이 아팠다.

신라의 달밤을 볼 때까지는 그저 그랬는데 친구서부터 시작해서 줄줄이 나오는 영화마다 다 조폭 영화니 학생들이 그것을 보고 무엇을 배우겠냐 라는 생각을 했을 때부터 이미 짐작은 했었지만 학생이 그것도 선생님이 있는 다른 친구들이 있는 교실에서 칼로 친구의 목숨을 앗아가다니..

물론 그 영화들이 다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이중에는 심각한 영화도 있고 또 코믹물도 있다. 하지만 장르를 떠나서 조폭이 언제부터인가 우리와 너무 가깝게 있다는 사실은 한편으로 보면 너무나도 씁쓸한 얘기다. 만약 당신 친척이 아님 아이가 이런 영화를 보고 철모르는 소리로 나 조폭이 될테야. 라고 말한다면 당신은 뭐라 말하겠는가? 영화를 보지 말라고 때려 말릴 수도 없는 노릇이고. 이런 답답한 현실이 나를 그리고 관객들을 늪으로 몰아간다.

달마야 놀자는 조폭 + 스님과의 우정(?)을 얘기한 영화이다. 어떻게 보면 공식이 맞지 않는 영화이다 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절제와 절도와 끈기로 이루어진 스님들과 절제는 고사하고 무지식과 훌륭한 무념무상을 겸비한 조폭님(?)들의 혼합으로 이루어진 일명 짬뽕 비수므리 영화 달마야 놀자는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뻔한 내용들로 이루워져 있다.

약속에서 멋있는 깡패두목으로 나오는 박신양과 알머리 스님이지만 박신양 보다 더 단련된 무술을 보여주는 정진영 (이들이 같이 나왔던 약속에서의 모습과 지금 달마야 놀자와의 캐릭터는 비슷한 구조를 이루고 있다) 그리고 박신양의 일당들과 정진영과 스님들의 한판 대결을 이룬 간단한 시놉시스로 단번에 1시간 35분을 잡아먹은 이 영화는 생각과는 다르게 꽤 재미있다.

하지만 기존에 나온 영화 스토리와 비슷해서 인지 이상하게도 머릿속에 들어오는 것은 영화보다는 음악이었다. 클레식과 싸움을 접목시킨 영화라. 마지막 그들이 싸울 때 나오는 클레식음악은 꼭 히사이시 조(키즈 리턴, 하나비 음악을 만든 사람)의 음악과 비슷했다. 그래서 나는 영화보다는 음악을 더 귀기울였고 그래서인지 이 영화에 대해 쌓여있던 나쁜 감정이 조금은 사그라들었다.

영화 속에 나오는 인물들은 제각기 개성이 뚜렷하고 다른 영화에서도 익히 봐온 얼굴들이다. 휴머니스트의 강성진과 박상면, 주유소 습격사건의 김수로, 홍경인. 눈에 많이 익은 얼굴들이지만 이들 또한 똑같은 영화에 자주 나온 인물들이다. 휴머니스트, 주유소 습격사건, 약속. 그들은 서로 약속이나 한 듯 전작에서와 같은 비슷한 캐릭터를 어김없이 여기서도 보여준다.

인물들의 설정까지는 그럭저럭 봐줄만 했는데 옆에서 자꾸 깐죽거리는 파란츄리닝은 도대체 뭔지. 영화의 흐름과는 전혀 상관없는 그렇다고 까메오도 아니고 영화와는 전혀 동떨어진 곳에 자리잡은 이 사람은 도대체 무슨 심정으로 영화에 넣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거기다가 비구니의 설정까지는 좋았는데 비구니를 통해 느껴지는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

나중에 나는 강성진이 비구니와 진지한 얘기가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그런 스토리는 주어지지 않았다. 다만 강성진이 비구니를 통해 얻는 깨달음만이 우리의 싱거운 입맛을 잠깐 돋구어 줬을 뿐이다.

나중에 조금 무섭지만 찡한 장면이 있다면 대장 스님 (김인문 할아버지)가 앉아서 돌아가시는 장면은 조금은 섬짓했지만 그래도 영화 중에서 가장 가슴에 와 닿는 장면이 아닐까 생각된다. 개인적으로 노처녀는 김인문 아저씨의 캐릭터가 가장 마음에 와 닿았다. 그래도 이 영화에서 가장 없어서는 안될 감초 같은 인물이라 그것도 마음에 들었고 곳곳에 나오는 대사도 마음에 와 닿았다.

마지막으로 이 영화의 좋은 점이 있다면 그!! 래!! 도!! 이 영화에서만은 다른 영화들이 가지고 있는 그들이 우리에게 말하고 싶은 것을 나는 알 것 같다.

PS) 노처녀 이 영화를 이후로 더 이상 조폭 영화는 보지 않겠다. 내 눈과 머리 그리고 가슴이 너무 아프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