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경 자전거> 절제란 이런 것이다

노처녀 vs 영화

<북경 자전거> 절제란 이런 것이다 :::

노처녀 | 2001년 11월 21일
조회 3889

인간은 욕심이 많다. 그래서 욕심을 충족하기 위해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하나씩 줄어 들수록 그만큼 늘어나는 것이 욕심이 아닐까 생각한다.

북경 자전거를 보면서 노처녀 생각하길. 이다지도 자전거를 가지고 싶었더냐 남의 자전거를 훔칠 만큼.(영화 내용속에서 지안은 구웨이의 자전거를 훔쳤다고 말해주지는 않으나 훔쳤거나 안 훔쳤거나 그건 영화 내용 속과는 먼 얘기다. 감독이 얘기 하고 싶은 것은 지안이 자전거를 훔쳤다..가 아니기 때문에.)

북경자전거는 상당한 절제가 많은 편이다. 그래서 인내심을 가지고 봐야 한다. 물론 답답한 영화는 질색이야! 생각하는 사람들은 글을 보는 순간 이 영화는 절대 보지 말아야지 라는 생각을 가질 것이다. 하지만 뒤편에 자리잡은 반전이 기다리고 있으니 조금만 참아달라
구웨이는 자신의 마음을 좀처럼 드러내지 않는다.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아휴 답답해 저 자식은 자기 밥도 못 챙겨먹냐? 라고 짜증을 낼 것이다.

나 역시 그랬기 때문에 오죽 하면 마지막에 가만히 맞고 있던 구웨이가 자신의 자전거를 흠씬 패주고 있는 놈에게 돌을 던졌을 때 내 마음까지도 십년 먹은 체증이 풀렸는지

어휴 시원해라^^

영화를 보는 동안 내가 영화 속에 들어가 지안의 친구들을 엄청나게 패고 싶고 그 녀석을 대변해주고 싶었는지. 영화 본 사람이라면 내 말에 공감하는 이가 많을 것이다. 하지만 그만큼 내 것 이라는 것에 끈임없이 집착하는 구웨이의 모습을 볼라면 저 놈의 근성 때문에서라도 자전거를 주겠다 라고 구웨이를 대단하게 여길 것이다. 나 또한 그런 생각을 했으므로. 노처녀는 구웨이처럼 끈임없는 집착이나 소유욕을 느껴본 적은 없지만 구웨이의 자신의 자전거에 대한 집착을 보면 어쩌면 녀석은 사람을 팰수도 있지만 자신의 마음을 절제하고 있는 게 아닌가라는 기분이 들었다. 자전거만 부시지 않는 다면 그것쯤이야 참을 수 있어 라고 마음 속 깊이 어떤 매도 견딜수 있다는 끈기를 보여주고 있는 구웨이.

중국을 배경으로 한 북경자전거는 어떤 의미에서 보면 자전거의 집착으로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다른 면에서 보면 자전거를 생활로 여기는 중국 사람들의 삶을 표현하고 싶어 삶을 자전거로 비유한 것 같다.

자신의 삶과 같은 자전거를 뺏기기 싫어 자신의 몸에 피가 나도록 자전거 바퀴를 잡고 늘어지는 구웨이를 보면서 노처녀는 씁쓸해졌다. 구웨이의 근성은 잡초처럼 질긴데 우리는 사소한 거 하나에도 작심삼일을 가지 못하는 일이 많다니.

영화 한켠에 자리잡은 지안의 마음도 보기 좋았다. 물론 지안이 부모님에게 대들고 화를 내는 장면에서는 이눔시키 너도 어른 되어봐라 어른 맘 다 이해할 꺼다. 라고 생각했지만 나도 지안같이 행동한 적이 있으니 녀석을 욕할 처지도 못된다. 그리고 한편으로 가난한 살림에 자전거를 가지고 싶다는 욕심과 여자친구보다 더한 존재로 여기는 자전거에 대해서 녀석의 마음은 정녕 저게 아닐 것이다. 라는 남들 다하는 생각을 했다.

촌놈의 세상 버티기 라는 짧은 주제로 시작하는 북경자전거 속에는 구웨이의 질긴 잡초같은 삶을 사는 인간과 자전거에 대한 집착으로 가득차 있는 지안이라는 인물도 나오지만 그들과 정 반대로 집착과는 먼 인물도 등장한다. 겉모습은 화려 하지만 실체는 전혀 그렇지 않은 하지만 그것을 바꾸려고 노력하지도 않고 언제나 남의 등에 앉아서 긁어 먹는 존재(조금 안 좋게 비유 했나?)도 나오니 그들을 비교해보면 조금은 깨달음을 얻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영화관을 나오며 노처녀 생각하길 나는 구웨이같은 근성은 없지만 적어도 작심삼일 계획한 것만은 지키자 라고 굳은 다짐을 하며 나왔지만 여전히 근성없는 행동을 하고 있는 노처녀-_- 나는 구웨이의 발가락 때도 안 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