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사부일체> 학교비리에 대해 맛만 보여준 영화

노처녀 vs 영화

<두사부일체> 학교비리에 대해 맛만 보여준 영화 :::

노처녀 | 2001년 12월 19일
조회 6621

노처녀가 달마야 놀자 이야기 쓰고 나서 마지막에 쓴 말들을 기억하는지. "노처녀 이 영화를 이후로 더 이상 조폭 영화는 보지 않겠다. 내 눈과 머리 그리고 가슴이 너무 아프기 때문에..." 라고 썼는데. 이 약속은 처참하게 무너져 버렸다.

사실 기자시사회가 있던 날 노처녀는 다른 약속이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띠리리리리~ 하고 전화가 울리더니 "야 난데 어디로 와" 라고 말하고는 뚝 끓어지는 한마디.

원인은 내가 아는 언니 때문이었다. 내가 아는 언니가 두사부일체 영화를 협찬해 주는 곳에 있어서 영화를 보러 오라는 것이었다. 그때 약속한 게 있어서 언니. 나 못갈 것..이라고 말하려다 언니의 찌릿한 눈길을 핸드폰으로 느끼고는 바로 튀어간 노처녀. 아무래도 나는 약속하나 못 지키는 나약한 인간인 것 같다. ㅠㅠ

두목과, 스승과, 아버지는 하나다. 라는 말로 시작되는 두사부일체는 두목과 스승은 나오지만 아버지는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이 영화를 유심히 살펴보면 두목과 스승과 아버지를 합한 인물이 나온다. 그 인물을 잘 살펴보는 게 좋을 것이다. 그리고 노처녀가 생각하길 아버지란 뜻은 두목과 스승을 결합시킨 게 아닌가 싶다.

이 영화는 이제까지 봐준 영화들과 마찬가지로 조폭 영화다. 아마 12월이 다 가는 올해의 마지막 조폭 영화가 될는지 싶다. 이 영화는 다른 영화와는 틀리게 첫 장면에 눈이 가지 않는다. 아니 내가 조폭영화를 많이 봐서 그닥 신통한 장면이 없어서 인지는 모르겠지만 첫 장면에서 눈에 띄지 않는 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에게 조폭영화 라는 것은 눈에 익어서 더 이상 안 들어온다는 말도 포함이 된다.

처음 계두식과 그의 일당들이 주구장장 피를 흘리면서 싸우는 모습이 눈에 들어오고 그가 교복을 입기 전까지는 우리는 하품만 하고 언제 끝나나 싶을 정도로 지루한 타임이 연속된다. 그러다 계두식이 교복을 입고 학교로 출근하는 장면이 나올 때쯤이면 우리는 고개를 빼 꼼이 들고 쳐다본다. 저 인간이 뭘 하려고 저러나..

이 영화는 지금 한참 주가를 달리고 있는 달마와 놀자와 비슷한 구조를 닮았다. 달마야 놀자 같이 조폭이 달마가 되는 과정이라면 이 영화는 조폭 두목이 학생이 되는 과정이다. 달마들은 스님과 머리 터져라 싸우고 절에 앉아 논다. 그렇지만 계두식 일파는 학생들과 함께 비리와 싸우고 학교에서 앉아 논다.

이 영화는 처음 부분보다는 중간 부분이 눈에 많이 잡힌다. 다음카페를 우리 구역이냐? 라고 계두식이 물어보는 곳에서는 웃음보다는 비웃음이 많이 터져 나온다. 영화프로나 예고편에서 많이 나와서 인지 사람들 웃음이 그닥 많지 않다. 거기다가 조폭 영화나 너무 많이 나와서 한편으로는 지루한 구석도 많이 나온다. 노처녀 생각하길 친구에서 나온 정운택은 맞으러 나오는 건지 아님 대사를 하러 나온 건지 헷갈릴 정도로 맞고 또 맞고 맞다 죽다가 다시 일어나 머리 박고 연속되는 그의 행동에 사람들은 그가 맞다가 결국 끝날 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눈여겨봐야 할 점은 두사부일체의 나오는 심도 있는 학원폭력 비리에 대한 내용이다. 조금 과장되어 보이기도 하지만 이건 엄연히 말하면 실제로 있는 우리들의 이야기이며 현실이다. 나 때만 해도 선생님의 그림자라도 밟으면 세상 무너지는 일 인줄 알았는데 요즘 같은 시대에 선생님 그림자보다는 선생님 머리를 더 밟으려 악착이던 아이들이 떠오른다. 그대들에게 내가 무엇을 말하겠는가. 거기다가 쓰레기국물에 물든 사람들. 어두운 학교 비리. 영화를 보면서 눈물이 찔끔 나왔다. 물론 내가 학교 다니던 때 생각도 났긴 했지만 이 것이 정녕 우리네 현실이라면 우리 고등학교 현실은 너무 끔찍하지 않은가? (아무리 과장이라도 말이다)

이 영화를 보고서 고등학교를 다니는 동생에게 전화를 했다. 남자 고등학교를 다니는 동생은 그런 일이 종종 있다고 했다. 그런 얘기를 들으니 또 한번의 억장이 무너지는 소리가 들렸다. 현실이 교육계까지 물들어 놓았다니.

영화의 중반부에서는 심도 있는 장면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웃음보다는 심각성을 많이 느낀다. 다만 이 영화에서 문제가 있다면 심도 있는 장면을 풍자성 있게 만든 것이 아닌 그냥 코믹으로 넘겨 집었을 뿐이다. 노처녀는 그 점이 아쉽다.

흑수선에서 진한 카리스마를 보여준(흑수선 하니까 생각나는데 노처녀가 그 영화에서 가장 인상깊은 대사는 정준호가 마지막으로 했던 "빠가야로∼" 였다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정준호는 이번 영화에서 많이 망가진다. 흐트러진 머리카락에다가 자다 일어난 부스스한 앞머리가 상당히 인상적으로 나오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노처녀 왈 "잘 생긴 놈은 자다 인나도 멋있다니 깐^^" 정준호의 역할이 빛나는 영화이다. (그와 정웅인과 부르는 호랑나비를 보면서 저렇게 몸으로 뛰기까지 하는데 그걸 봐서 라도 영화가 잘 되야 할텐데 라는 한숨을 쉬었다.) 그 주변에 있는 정웅인과 정운택. 정웅인은 조금 멋있는 척(!) 하려는 왼팔로 나오고 정운택은 몸으로 해결하는 오른팔로 나온다. 여기서 그들은 서로의 극과 극을 보여준다.

이 영화는 상당히 심오한 부분을 코믹 적으로 그려낸 영화다. 어찌 보면 짜증날 수도 있고 어찌 보면 심오한 표정으로 봐야 하는 지도 모른다. 노처녀 역시 그랬으므로. 하지만 이런 영화는 라스베가스에서도 보기 힘들다는 사실을 알아두었으면 좋겠다. 학교 비리에 관한 얘기는 우리나라 밖에 없는 듯하다. 이런 현실이 정말 싫다. 참고로 여기에는 파란색 츄리닝과 비슷한 인물이 나온다. 일명 변태 아저씨. 그런데 그 아저씨의 역할이 이 영화 마지막에서 가장 극을 달해 보여준다. 파란 츄리닝 보다는 낫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