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7인의 새벽> 한 판의 엉성한 푸닥거리


글: 윤상열
2001년 01월 29일

멍하니 스크린 속에 떠돌아다니는 그림들을 보고 있으면 항상 즐거운 퍼즐놀이가 떠오른다. 하지만 영화는 퍼즐의 난이도가 문제가 아니라 퍼즐이 가져올 수 있는 지루한 시간을 문제삼을 때가 많다. 그래서인지 영화는 누가 뭐래도 맞춤식 작업방식이 이루어지는 몇 안되는 예술장르임에는 틀림없다. 문제는 퍼즐 속의 지루한 과부하가 사건을 일으키듯 적당하지 않은 화면과 편집은 내러티브의 전체 색깔까지 흔들어 놓는 일들이 발생할 소지가 있다는 점. 그 문제에 결박당한 느낌을 가져다 주는 영화가 한국형 마카로니 웨스턴(?)을 표방한 '7인의 새벽'이다.

택시 스페어를 빌어 하루 벌이를 나온 기훈(정소영)은 느닷없는 교통사고에 뺑소니를 치고 피해자를 강변에 모래사장에 묻어버린다. 하지만 문제는 피해자가 들고 있던 가방이었다. 가방의 처리에 고심하던 기훈은 여자친구인 현희(이지현)에게 가방을 맡기고 일부를 암달러 환전상에게 교환을 의뢰하던 중 형사들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다.

평범하지 않은 일 - 사지절단, 일수해결 등 - 을 맡아 처리하는 라이트(윤용현)와 파이프(성동일)는 자신들이 맡았던 일에서 나온 미수된 금액을 회수하기 위해 문제의 가방을 쫓는다.

사지절단 사건을 추적하던 두 형사, 길수(이남희)와 재성(안홍진)은 서로 상반된 사건에 대한 방향으로 문제의 가방에 몰두하게 된다.

퍼즐의 방향은 일단 이런 윤곽을 드러낸다. 하지만 보다시피 인물 하나가 빈다. 소년 A가 바로 그 문제의 딜레마에 빠진 배역이다. 제목부터 일곱이라는 명제가 붙어서 아무런 이유도 뚜렷한 돌출변수도 없이 내러티브가 주어지는 배역이 바로 소년 A이다. 주유소에서 일탈을 꿈꾸는 무서운 십대 정도로 그를 폄하하기는 싫지만 그는 영화에서 어떠한 흐름도 주도하지 못하는 나그네로 밖에는 치부할 수 없는 배역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의 문제는 시나리오 속의 주요 매개물인 돈가방도 아니고, 배역의 낭비도 아니다. 영화를 둘러싼 외적인 요소들이 너무도 난삽하게 얽혀있다는 것이다. 외로운 형사로 잠시 비추어지는 길수는 사건 현장에서 다친 머리 때문에 항상 두통을 호소하고 있는데, 그 두통의 이유가 도대체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아마도 기타노 다케시의 비쥬얼과 캐릭터의 형상화에 오마쥬는 못할지언정 그를 도배한 느낌은 지울 수가 없다. 거기에 대한 감독의 변이 '두통'이라는 엉뚱한 무형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러울 뿐이다. 거기다가 동성애까지 엎어쓴 모습은 기타노의 이미지를 차용한 의도를 관객들에게 더욱 혼란스럽게 호소하는 것에 불과할 뿐이다.

또한 영화는 전체적으로 '펄프 픽션'의 구성을 베낀 듯한 흔적이 화면 곳곳에서 씰룩거린다. 한 가지 사건으로 묶여 있으며, 결국에는 동일한 장소에서 모두 모여 사건을 해결하는 것. 따위의 구조적 특성과 뒤바뀐 인과율의 실마리들은 관객들의 호기심을 유발, 자극하기는커녕 짜증을 유발시키는 이유로 치부되기까지 한다. 그러한 과정이 유치하게 얽혀있는 것이 이 영화의 최대의 장점이자 최대의 단점으로 보이는 것은 이 영화가 노랑머리와 삼양동 정육점을 만들었던 'Y2시네마' 제작이라는 점에 부응하는 바가 크다.

김지만 감독이 얼마나 이 영화를 자기 영화로 생각해서 애정을 쏟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제작자에게 편집권을 양도할 정도로 너그러운 감독이라면 영화에 대해 개인적인 의미를 부여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단지 넌센스라고 넘겨짚고 욕할 수밖에는 달리 도리가 없지 않겠는가 싶다.

P. 사족하나 달자면 성동일과 윤용현의 캐릭터에 맞춘 캐스팅은 성공적이라고 말해 주고 싶다. 영화의 분위기를 제작사와 감독의 의도대로 끌고 가준 일등 공신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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