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키드> 브루스 윌리스의 애들영화


글: 김종욱
2001년 02월 20일

그래 바로 이 표정이야!
지하철역을 걷다 보면 흔히 접할 수 있는 영화 포스터들; 덕분에 가끔은 이런 영화가 개봉하는구나 하고 알 수 있게 된다. 영화 <키드>[The Kid]도 그렇게 나와 마주쳤다. 급히 사람들 사이를 파헤쳐 걷던 나의 눈길을 끈 건 다름 아닌 브루스 윌리스의 얼굴. 얼마전 <식스 센스>로 정적이고 차분한 연기를 보여준 그가 이번에는 월트 디즈니사 영화 포스터의 주인공으로 한곳을 응시하고 있는 게 아닌가? 이번에도 뭔가 예사롭지 않은 변신을 시도한 듯 한 인상을 하고 있어 호기심이 가긴 했으나, 글쎄 극장으로 날 인도할 만큼 호소력 있는 표정은 아닌 듯 했다.(초등학교 시절이었다면 모를까)

그러나 다음날, 반 타의에 의해 난 극장에 앉아 통쾌한, 그러나 아주 전형적인(헐리우드 동심영화에 주 단골 편곡의 오케스트레이션을 한) 배경 음악을 서두로 한 이 [그 아이]란 영화를 보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영화는 애들 영화다. 극장 내의 깔깔대는 웃음 소리의 주인공이 대다수 어린아이들이라는 것을 알아내는 데에도 그리 오래 걸리진 않았다. 그러나 영화의 주제 - 분주한 일상속에서 잃어버린 동심과 여유, 정 - 을 느끼고 싶다면, 그리고 스탠다드 헐리우드 영화의 기-승-전-결에 아직까지도 식상함을 느끼지 않았다면 그런 분들께는 권해드리고 싶다.

대략적인 줄거리는 이렇다. 아주 성공한(아주 유능한) 이미지-컨설턴트 브루스 윌리스(그는 하루에도 '속물'이란 말을 다섯 번씩이나 들을 정도로 '속물'이기도 하다)의 인생에, 평생 잊으려 했던 9살적 시절의, 즉 과거의 자아가 느닷없이 나타나면서 시작된다. 그는 그 8살짜리 꼬마의 존재를 거듭 부인하다 결국 그토록 혐오했던 자신의 꼬마 자아(mini-me)의 모습을 통해 여유와 사랑을 되찾는다는 내용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스토리에 약간의 로맨스도 첨가하고 코믹적인 대사들을 첨가하여 우리 [키드]란 영화가 탄생한 것이다.

이런 스토리의 영화는 기존에도 꽤 많았던 걸로 기억한다. 즉 성공한 내 인생에 그 무언가가(원숭이도 될 수 있고 귀여운 꼬마 여자아이, 심지어는 아리따운 옆집 아가씨일수도 있다.) 나타나 잃어버린 그 무언가를 되찾는다는 그런 류의... 이 영화도 예외는 아니다.

월트 디즈니사는 아이들에게 꿈과 낭만을 준다는 맥락에서는 최초 회사 설립 이후 지금까지도 그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동심을 상업적으로 이용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게 들려왔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상업성에 대한 도덕적 시비를 논하기 이전에 이 영화는 그러한 상업주의를 물씬 맛보게 해준다.

이 영화는 특정 감동의 조성을 위한 많은 장치들로 이뤄졌다. 음악, 대사, 등장인물 etc. 브루스 윌리스와 꼬마 자아가 부등켜 안고 우는 장면에서 울음을 금치 못한 극장 내 많은 여성들의 눈물은 마늘이나 양파를 썰 때 나오는 눈물과 별반 다를 바 없는 눈물이 아니었을까 싶다. 어쩌면 우리는 파브르의 개처럼 특정 장면에서 눈물을 보여야 할 정도로 세뇌되어 있는 건지도 모른다. 새삼 그런류의 영화들의 상업성에 대해서 비판하는 것은 매우 식상해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동심으로의 성찰이란 주제와 [아이]라는 제목을 달고 나온 영화속의 비동심적인 요소들의 관람은 썩 유쾌한 경험만은 아니었다.

어른이 되며 잃어버린 동심 때문일까, 아니면 너무도 많은걸 알아버린 탓일까? 매우 익숙한 시나리오와 배우, 음악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왠지 낯설게만 느껴진 이유는 거대한 자본주의에 의해 삼켜진 동심을 자본주의적 발상으로 되찾아 주려는 노력이 왠지 모르게 아이러니하게 느껴졌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This article is from http://www.cinelin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