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렌타인> 슬래셔의 정석
글: 원상이
2001년 09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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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세상엔 탁군이 상상도 하지 못할 만큼 많은 영화가 있는 것이 사실이고, 때론 정말로 단 하나도 좋은 점을 찾기 힘든 영화가 존재하기 마련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바로 이 영화가 그런 류의 영화들 중의 하나이다. 제발 극장에서 이 영화를 보는 불상사가 없길 바라며 이 글을 쓰는 바이다.
일단 영화는 봐야하겠고, 한바탕 블럭버스터의 시즌이 지난 지금 볼만한 영화는 없으니 아쉬운대로 호러영화나 보자는 생각으로 선택한 '발렌타인'. 사실 말로는 그냥 볼 게 없으니 선택했다고는 말했지만 '캠퍼스 레전드'를 재밌게 봤던 탁군으로써는 약간의 기대감도 없었다고 할 수는 없겠다.
( 제이미 블랭크스의 데뷔작 '캠퍼스 레전드'를 탁군은 당시 나왔던 '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등보다 훨씬 더 잼나게 봤었다. )
하지만 뚜껑을 열어본 영화는 탁군의 기대를 여지없이 짓밟아버렸다. 호러 슬래셔 사상 가면만 보고도 웃음이 나온 살인마가 과연 몇 명이나 될는지. ( 제이슨이 빵봉투를 쓰고 나온 적은 있지만 당시로써는 그리 신경 거슬리는 수준은 아니었다. ) 거기에다 양념으로 이넘은 흥분하면 가면 아래로 코피가 '줄줄' 흐른다. 이 얼마나 시티헌터틱한 설정인가.
뭐 사실을 말하면 영화에 나오는 쭉쭉빵빵들을 보고 있으면 멀쩡한 사람이라도 코피를 흘릴테지만 말이다.
살인마가 개그를 벌인다는 점 외에 영화는 완벽하게 과거의 슬래셔의 법칙을 재현한다는 단점 또한 지니고 있다. 계속되는 장르의 파괴속에서 이 영화는 건방지게 정석을 고집하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그런 연출이나마 잘하면 또 몰라. 전작에서 뛰어난 연출력을 보이며 탁군의 몸에 ( 감히 슬래셔라는 장르가 ) 소름을 돋게 했던 제이미는 어디로 사라져버리고는 소름은 커녕 닭살조차 돋게 해주지 못하고 있다.
( 같이 영화를 본 친구는 날씨가 추워서 닭살이 돋았다고는 하더라. )
90년대 슬래셔에서 보여지는 살인마와 범인의 추격전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고, 이넘만 보면 쫓는 수고를 덜어주며 몸이 얼어붙는 피해자들은 비명을 지르며 '단칼'에 사라진다. 물론, 때때로 괜찮은 살인 시퀀스가 등장하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때때로이고, 이 지루한 90분짜리 영화를 구원할 정도의 수준은 되지 못한다.
그렇다면 이제 90년대 슬래셔의 공식이자 법칙이 되어버린 '웁스, 내 친구는 싸이코 살인마'식의 반전을 확인해보자. 계속 비교가 안될래야 안 될 수가 없는데 '캠퍼스 레전드'의 범인은 말도 안되긴 했어도 반전이라 이름붙일 정도의 것은 되었다. ( 누구를 말하는 것인지는 다들 알겠져? )
그렇다면 '발렌타인'은? 범인을 말하지는 않겠다. 탁군은 범인을 못맞췄지만 그리 놀랄만한 것은 아닐것이다. 뭐 두 명이란 설정도 있긴 있는 것 같은데, 진짜로 두 명인지는 잘 모르겠다. ( 같이 본 사람 말대로 미리 죽여서 가면 씌워서 여주인공한테 던졌을지도 모르는 상황이니 말이다. )
어쨌든 이 진정한 범인은 주인공과 그 흔한 쫓고 쫓기는 긴박감조차 던지지 못한채, ' 내가 아직도 니 엄마로 보이니?' 식의 괴담류의 결말을 이끌어낸다. ( 물론, 범인이 주인공의 엄마란 얘기는 아니다. ) 더군다나 이 마지막 장면은 다시 한 번 '줄줄' 흐르는 코피를 보여주며 확인사살을 감행한다.
영화 '발렌타인'은 시시껄렁한 한국 슬래셔 '해변으로 가다'를 생각나게 해준다. 하지만 '해변으로 가다'가 한국에서 처음 시도된 장르였던 반면에 '발렌타인'은 수많은 슬래셔를 양산해낸 미국산이다. 이런 슬래셔를 보고 있기에, 관객들은 돈과 인내심이 충분치 않다.
p.s.1. 영화속 쭉쭉빵빵들 중 드니스 리차즈 ( 데니스 리차드라고 발음하기도 하는 ) 는 점점 얼굴이 이상해진다. 몸매는 좋은가....갠적으론 별로.
2. 쭉쭉빵빵 주인공 케이트 ( 극중이름 ) 는 열라 이쁘더만. 영화속의 유일한 수확. ^^
3. 쭉쭉빵빵 세번째 어렸을 때의 왕따 '도로시'. 극중 대사중 '난 어렸을 때 뚱뚱해서 다들 싫어했잖아! 너희들은 날 웃음거리로 어쩌구 저쩌구 요지의 대사에 대한 탁군의 대답 '지금도 그래....거울을 필히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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