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분> 미디어와 폭력
글: 안승민
2001년 09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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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드 니로는 이런 상황에서 미궁에 빠진 사건들을 해결하는 능수능란하고 유명한 형사로 등장한다. 쇼 프로그램이 그에 대한 호의를 보이며 몇 개가 돌아가고 있는 상황이고, 시민들은 그를 신화화하는 미디어의 기세에 동조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이쯤에서 드 니로의 연기는 그 자체로 상징적인데, 그것은 그가 이제껏 보여준 완벽하고 믿음직한 연기자로서 자신의 이미지를 하나의 신념화시켜놓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이미지가 산산히 부숴지는 후반부에 가면서 우리는 굉장히 이상한 카타르시스를 경험한다.). 이제 범죄자들은 유명한 형사인 그를 죽이려는 계획을 세운다. 광기에 빠진 도시에서 수혈받은 광기를 그대로 이용하는 모범적인 사례가 어떤 것인지 영화는 그대로 재현해 보여준다. 그 와중에서 보여주는 디지털 캠코더를 이용한 적절한 편집을 감독은 적절히 안배했다. 그것은 미국이라는 나라가 주는 또 다른 정상적인 희망의 뉘앙스를 적절히 구겨버리는 지독한 방식이라 할만하다. 그러면서도 광기를 적절히 사용한다. 현실에서조차 이러한 방식 또는 재현은 때로는 너무나 영화적이어서 우리들에게 매우 충격적이고 구역질날 정도의 현기증을 가져온다. 실제로도 우리는 범죄자들을 단죄해야할 것이 아무 것도 없음을 알게 된다. 미국이라는 나라가 그렇게 돌아가고 있다면 우리 나라도 예외는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폭력을 효과적으로 다루는 미디어는 권력을 낳는다
미국은 폭력과 섹스만을 찾는다. 거기서 탄생하는 용서라는 개념의 공허함은 미디어가 멍청한 대중들을 어떻게 우롱하고 있는가에 대한 사실을 하나부터 열까지 추적한다. 더 이상 비밀이라는 것도, 인간과 인간의 배신행위에 대한 범죄도 그것에 관한 처벌도 역시 사라진다. 쉽게 얘기해서 살인을 하고도 정신병자 흉내만 잘 낸다면 끝까지 잔인한 장면이란 것을 기대하는 대중들에게도 잘 먹히고, 그 잔인한 짓으로 인해서 처벌받지도 않고 오히려 많은 돈을 벌게 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에드워드 번즈가 연기한 조쉬는 매우 멋지고 진실을 추구하는 멋진 인물로 나온다는 점이 좀 걸린다. 아직까지 이 헐리우드 영화는 뛰어난 영화적 소재를 통해 심각하게 만연된 미디어의 광기에 대한 적나라한 까발림 보단 한 명의 멋있는 영웅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로버트 드 니로의 연기 패턴은 하나도 변한 게 없다. 그 대신에 인상적인 '묶인 의자 발레'액션장면을 통해서 자신의 이미지를 처절하게 인식시킨다. 그렇게 영화는 우리를 발가벗긴다. 그리고도 남는다.
그렇다면 영화에서 등장하는 열등감의 정체는 무엇인가? 실제로 열등감은 영화에서 많이 등장하면서 인간적인 진실의 근원으로 탐구되어야 하지만 아쉽게도 그것이 적절하게 밝혀지지 않고 덮혀진다. 아마 이런 소재는 다른 종류의 휴머니즘 영화에서 등장할 것이기 때문에 정신병의 발병 원인 정도로 치부된 것이리라. 그렇다면 바로 그것이 체코나 러시아 출신 범죄자들을 설명하는 용어이기도 하다. 즉 미국에 대한 열등감은 그들에게 쉽게 미국식 범죄들이 지니고 있는 광기로 변질되어가는 것이다(이렇게 말하고 보면 영화는 뻔한 심리 연기를 오버하는 에밀보다는, 캠코더를 들고 종횡무진 편집과 특수효과를 만들어내는 러시아 사내가 더욱 인상적으로 보여진다.). 변질된 광기의 치명적인 상황을 무시하고 오히려 그것을 이용해서 미디어를 변질시키려는 사례는 예나 지금이나 흔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바로 이것이 이 영화의 한계이자, 현실과 타협한 점이라고 해야겠으나, 이런 영화를 아무렇지 않게 만들어내고 연기하고, 그럼에도 별 심각하다는 포즈를 과도하게 취하지 않는 점은 헐리우드 영화들이 가지고 있는 또다른 심각한 힘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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