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취향> 유머 속에 숨은 배타주의에 대한 비판
글: 조용준
2001년 09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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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시나리오 작가로 유명했던 아네스 자우이 감독의 데뷔작 <타인의 취향>은 프랑스에서 370만명의 관객을 모으면서 2000년 흥행영화 2위를 기록했고, 2001년 세자르 영화제에서 작품상, 각본상, 남우조연상, 여우조연상등 4개 부분을 수상한 작품이다. 출연배우 중 알랭 샤바(<디디에> 출연)를 제외하고는 모두 한국에서는 낯선 배우들인데 대부분 연극배우 출신이라고 하며, 각본을 같이 썼던 장 피에르 바크리가 카스텔라 역으로, 아녜스 자우이 감독도 자유분방한 마니역으로 등장한다.
<타인의 취향>은 사람의 관계성에 대한 이야기이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고 이로 인해 삶의 변화를 보이는 이들의 이야기이다. 어찌보면 무거운 주제가 될 수 있는 것을 가벼운 코미디로 잘 풀어나가고 있다. 주인공 카스텔라는 영어교사이며 배우인 클라라를 통해서, 카스텔라의 보디가드 프랑크(제라르 랑방)는 바텐더인 마나를 통해서, 카스텔라의 운전사인 브루노(알랭 샤바)는 애인의 변심 이후 음악을 통해서 삶의 변화를 보이기 시작한다.
무엇보다 주의깊게 볼 수 있는 것은 주인공 카스텔라의 변화이다. 늘 자신밖에 모르면서 우유부단했던 그가 클라라와의 만남과 사랑의 좌절이후 서서히 다른 사람을 이해하기 시작하게 된다. 한번도 찾아가지 않던 여동생의 집을 방문하고, 떠나려는 자신의 부하직원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스스로 예술작품을 골라 집에 전시하려고 한다.
그렇지만 <타인의 취향>은 모든 이가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고 쉽게 극복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다양한 결론으로 마무리 한다. 클라라는 자신에게 환심을 사기위해서 카스텔라가 일부러 공장벽화를 그리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자신이 잘못 생각하고 있음을 알게 되지만, 보디가드 역할을 끝낸 프랑크는 마나의 직업을 결국 이해하지 못하고 그녀를 떠나게 된다. 영화의 제일 마지막에 등장하는 브루노의 연주장면은 처음에는 완벽해 보이지만 결국 합주가 틀리게 되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아직 완전하지 못하다는 것을 암시한다.
사실 다른 취향과 성격을 가진 사람을 받아들이는 것은 쉽지 않은 것이다. 이해하기 보다는 배타적인 태도로 나의 성향과 취향을 남에게 강요하기가 더 쉬울 것이다. 그렇지만 이런 배타주의는 다른 이들을 무시하고, 함께 생각하고 받아 들일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한다. 마치 카스텔라의 아내 앙젤리크(크리스티안 밀레)가 남편이나 시누이에게 자신의 취향을 강요하다가 혼자 외톨이가 되어 버리는 것과 같이 진정한 관계를 맺지 못하는 존재로 남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타인의 취향>은 사랑을 통해서 스스로 변화되고 남을 이해하게 되는 삶의 아름다움을 체험하게 해준다. 다른 이들이 나를 이해해 주지 못함을 안타까워 하기 이전에 먼저 남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을 깊이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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