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브리짓 존스의 일기> 있는 모습 그대로 - 영원한 사랑의 격언 글: 성재원 2001년 09월 13일
미남미녀들이 독점했다시피한 로맨틱 코메디에서 약간 통통한데다가 평범하고 약간의 푼수끼까지 보이는 브리짓(르네 젤위거)이 주연을 한 것에 맘이 든다. 물론 그녀도 이 영화 <브리짓 존스의 일기>를 위해서 살을 찌우기 전에는 꽤 이쁘고 늘씬했겠지만, 영화에서는 그렇게 보인다. 이마위의 주름살과 살짝 집기만 해도 잡힐 것 같은 두툼한 볼과 턱살들, 볼록하게 나온 배를 감추려고 아줌마 팬티를 입으며 흘러가는 세월의 흔적을 감추려는 노력이 귀엽다. 세상에는 미남 미녀들만 살아서 사랑하는게 아니잖나? 최근의 슈렉에서도 그랬듯이 자본을 기초로 독점하는 자본가들처럼 외모를 자본으로 영화에서 사랑과 주연을 독점하는 세력에 맞서는 브리짓의 모습은 보통관객들의 사랑을 받을 것 같다. 아... 물론 뮤리엘의 웨딩 주인공 뮤리얼의 파워에는 조금 밀릴 것 같지만서도.. 후후.. 진정한 사랑은 외모나 물질같은 외적 조건이 아닌 대상의 인격이라는 내적 조건에 기초한 것이라는 진리가 영화의 주제라고 본다. 참 진부하지만, 긍정하고 싶고 그 말에 따라서 살아야 겠다는 생각과 갈등과 힘겨움을 주는 무서운 격언이다. 실행하기는 힘든 것은 언제나 허구를 담는 극이나 드라마에서는 가능하다. 영화는 가볍고 즐겁게 이전의 로맨틱 영화가 그랬듯이 이 격언을 충실하게 따르고 있다. 비록 잠시동안이었지만 바람둥이 휴 그랜트가 브리짓을 유혹하려 했던 것, 헤어진 후 다시 나타나 애정을 표현한 것은 그녀의 모습에 남다른 매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그 매력이란 무엇일까? 사람의 개성은 누구와 비교할 수 없는 독특한 것이라 일반화하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말을 한다면 브리짓의 매력은 직장 상사에게 기죽지 않고 재치있는 말발로 도전하는 당당함, 호감이 가는 상대와 친해지기 위해 늘어놓는 어눌한 말에서 느껴지는 순박함(?), 멋있고 직장이 훌륭하지만 자신에게 위선적으로 대한 남성과는 딱 잘라 헤어지는 명확함, 실수 투성이지만 그래서 미안하지만 나름대로 충실하려는 면면등이 그런 것 같다. 하지만 이것들만으로는 부족하다. ![]() 영화에서 아쉬운 점들이 있다. 진부한 삼각 관계도 그렇고, 사랑을 두고서 치고받고 싸우는 액션씬이 너무나 볼품이 없었던 것도 그렇고 - 아마도 한국 영화 무사의 액션씬의 충격이 여태껏 남아있어서 그런가보다. 브리짓의 엄마에 대한 이야기는 최악이다. 남편과 가정에서 주부로 살아온 과거에 절망을 하여 가출을 결심한 엄마의 모습은 훌륭했다. 그렇지만, 출가해서 추구하는 것을 잘나가가는 tv 사회자의 부귀와 정력으로 몰아가는 이야기는 한마디로 왜곡 그자체이며 결국에는 다시 가정으로 돌아오는 그녀의 모습은 현대 여성의 모습을 너무나 잘못 짚었고 그랬기에 아무런 감동이나 비꼬는 통쾌함을 느낄 수 없었다. 가벼운 로맨틱 코메디라도 이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좀더 진지한 접근이 필요했다. ![]() 영화 내내 고민이 되는 부분들이 있다. 그건 브리짓은 여성이며 노처녀로서 결혼에 너무 매달리는 모습을 보이며 두 남자에게 사랑을 구하는 과정이 지나치게 의존적으로 보인면이 없는가 하는 부분이었다. 맘에 드는 직장 상사에게 잘 보이기위해 섹스어필하는 의상을 입는다던지 육체적 관계를 맺기 바로 일보직전의 상황에서 남성에게 성적인 욕구를 불러일으키기 위해 야한 속옷을 고르느라 허둥지둥 대는 모습을 그런 의혹을 불러일으킬만 했다. 신사적이고 사려깊은 전형적인 신사요 인권변호사에게 루돌프 그림이 그려진 티를 입힌 것이나, 유아적인 넥타이를 매게 한 것까지는 귀엽게 볼 수 있다지만, 브리짓이 마크에게 있는 모습 그대로를 사랑한다는 고백을 하는 장면은 마크가 고백할때와는 달리 웬지 동등한 위치가 아니라 궁지에 몰린 처지에서 마크가 자신에 대해 갖고 있는 감정만을 의지한 체 손을 내밀고 있는 그런 안쓰런 모습으로 비춰진 것도 아쉬운 장면이다. 흠흠.. 진부하지만 진부하다고 내던질 수 없는 사랑의 격언 "있는 모습 그대로 사랑한다"는 마크와 브리짓의 고백한마디는 맘 속에 깊은 울림을 주는 그런 감동이 있었다. 이걸로 만족하자. 나도 나이가 이제 서른즈음이다. 브리짓보단 정확히 3살 아래이다. 흐흠. 나도 빨간색 양장본으로 된 일기, 나무의 일기를 함 써볼까나? 음.. 아니, 닉 네임이 나무니깐 초록색 양장본으로 된 일기장을 사서 쓰자. 담배도 끊고 말이야.. 후후.. This article is from http://www.cinelin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