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친친> 어떤 스타일로 사랑에 다가설까?
글: 성재원
2001년 09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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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도 중고물품을 판매하는 한 상점에서 시작한다. 늘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젊은이들과는 달리 옛것을 구하러 돌아다니는 루나와 쯩영의 만남은 운명이지 않았을까? 그 만남이 처음부터 눈에 스파크가 일고 곧바로 침실로 직행하는 것은 뭔가 올드 스타일과는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는지 감독은 한 두번정도 요만큼의 갈등을 버무려 그 만남을 비틀어버린다.
그 상점에서 우연히 자신이 첫사랑에게 선물했던 LP판을 발견한 후 그것을 미리 예약한 LP 특급 디제이 쯩영과의 갈등이 시작한다. 오만함과 번뜩이는 재치로 일궈내는 DJ 쯩영의 독설과 여린듯하지만 번듯한 논리와 칼같은 예리함으로 맞서는 루나의 펜이 벌이는 아기자기한 갈등.. 이 부분들이 영화 소친친이 관객들에게 선사하는 즐거움의 하일라이트이자 감독의 사랑관이 살짝 엿보이게 한다. 결국 그 싸움은 서로에게 피와 상처가 아닌 사랑을 잉태시킨다.
두사람 모두가 자존심 강하고 한 말발, 글발 하는 사람들로서 곽부성과 진혜림의 캐스팅은 괜찮다. 부리부리한 두 눈과 조금은 강인해 보이는 턱선, 앙다문 입술에 피어나는 고집스러움은 그리 흠잡을 것이 없다. 하지만 영화 내내 보였던 두사람의 각진 성깔들을 죽이고 서로간 소통하는 마지막 장면은 힘이 딸린다. 아직은 그 연기 내공이 조금은 부족한 탓일까? 마주보고서 미소를 짓는 모습이 어색하다. 또한 그곳의 중국어 발음이 비음이 많고 부드러운 감이 드는 O발음, 장난끼가 배어나는 억양은 부조화스럽지만, 뭐 쯩영의 말대로 "불완전의 미"라고 해두자. 엇.. 혹시 감독은 신세대가 올드 스타일로 사랑할때의 모습이 아마도 이럴 것이라 생각했을지도...
올드 스타일.. 이 단어를 쓰지만, 특별히 그것이 무어라 정의하기 어려움을 느낀다. 단지 영화를 통해 조금이나마 나름대로 감을 잡은 것은 서로간의 마음을 확인하고 소통하기까지의 과정이 급진적이기 보다 점진적이어서 오랜 시간을 갖는다는 정도? 쯩영이 루나에게 반박할 자료를 찾아 도서관에서 과거의 신문들을 들춰내고 칼럼을 복사해 갈무리하는 과정은 제한된 시간의 한계내에서 적절한 표현이었다. LP특급 시작시간 6시에 맞추고자 장을 본 비닐주머니를 들고 뒤뚱뒤뚱 허겁지겁 뛰어가는 루나, 옆집 구독 신문을 슬쩍해서 칼럼 월경을 훑어가는 쯩영의 모습들은 어느새 상대방을 공격하기 위한 전술이 아닌 이해를 쌓아가는 과정으로 변하는 장면도 좋았고...
양념.. 곁다리 반찬? 이라고 할 수 있는 중년의 모습들을 사이사이 끼워넣은 감독의 배려가 감사하기보단 약간은 짜증스럽다. 중년의 나이가 풍기는 깊이와 진중함위에 사랑에 대한 진솔함을 간드러지게 표현했으면 좋으련만, 너무나 푼수끼가 넘쳐흐르는 바람에 과거 심형래의 "동물의 왕국"식 웃음만 남발시킨다.
영화 <십이야>에서 임애화 감독은 간식처럼 먹을 수도 있고, 싫으면 안 먹어도 되는 그런 사랑관을 이야기했다면, <소친친>의 해중문 감독은 약간의 갈등은 새로운 사랑의 인도자요, 이별의 주범인 권태를 상대할 수 있는 꽤 유용한 수단이라는 생각을 말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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