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취향> 타인의 취향에 대해 논하지 말라!
글: 안승민
2001년 09월 22일
 |
까스텔라와 그의 아내의 운전사 겸 보디가드들인 프랑크와 브루노의 경우를 보자. 브루노의 여자친구의 맘이 돌아섰을 것이라 생각한 프랑크의 생각을 브루노는 잘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대신 플룻 연주를 하면서 그녀와의 관계를 천천히 반추하고자 한다. 반면 브루노는 프랑크가 전직 경찰일 때, 부정한 정치가를 캐내는 수사를 같이한 탕켈이라는 형사와 경찰 내부의 부정적인힘 대하여 반감이 심했다는 점을 알게되지만, 긍정적인 시각을 보여주면서 탕켈이 정치가를 구속한 기사를 보여준다. 즉 브루노와 프랑크는 언제나 각자의 생각들 하나로만 세상이 결정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서로에게 가르쳐 주는 것이다.
즉 둘은 자신의 사견을 끝까지 유지하면서 그것들이 적용될 시점을 둘의 관계 속에서 찾게되고, 특별한 취향을 강조하는 인위적인 방식을 택하지 않는다. 그들을 거쳐가는 마니의 경우를 봐도 그렇듯 프랑크에 대한 애정을 숨기고 싶지 않지만 자신의 삶의 방식을 끝까지 고수하고야 마는 마니의 내면은 그저 그렇게 쓰린 이별을 감내해야 하는 것이다. 또한 프랑크역시 마니에 대한 힘든 결정을 결국 내리지 못하는 연약한 감성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 세명의 중년들은 결코 누구 때문에 자신의 취향을 단죄하고 거절하지 않는다. 만남과 헤어짐은 취향으로 쉽게 환산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야기의 중심 축은 물론 까스텔라의 투박한 짝사랑의 모습에 깊이 닿아 있다. 어느 날 조카 때문에 보게 된 연극[베레니스]에서 여주인공 역을 맡은 자신의 영어회화 선생과 사랑에 빠진 그는 좌충우돌 격으로 그녀와 그녀 주위의 사람들과 친해지려는 고전적인 전략을 택하게 된다. 콧수염까지 깎고 그녀 친구들의 전시회장까지 매번 찾아가는 그에게 그녀는 귀찮아하게 되지만, 그녀의 주제넘은 충고가 있기 전까지 그의 노력이 이루어 놓은 나름의 취향과 새로운 삶에 대한 태도(그는 그럼에도 공과 사를 분명히 하려는 부단한 노력을 보인다. 파리출신인 자신의 고문을 맡고 있는 사내와 화해를 하는 장면을 보라!)로의 변모로 인해서 연극이 끝난 후에 기쁨의 웃음을 짖게 된다.
그의 아내인 안젤리크는 계속 자신의 취향에 대한 완고함을 주변 사람들에게 강요하는 방식을 보인다. 그녀가 말하는 안 어울린다는 뜻은, 그녀의 세계 속에 위치한 사물일 때만 적용되는 것이다. 타인의 세계에서도 계속 그녀의 사물들을 끌어들이는 것은 남들의 취향을 전적으로 무시한 태도인 것이다. 감독은 그녀가 동물을 사랑하는 방식이 다친 비둘기도 살리지 못하는 이기적인 방식임을 강조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결국 그녀는 진정으로 사랑을 느끼기 시작한 남편이 돌아올 자리가 될 수 없는 것이다.
연민만으로 또는 자기하고 싶은 대로하는 것으로 서로의 감정선을 팽팽히 끌어당길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상태를 유지하며 사랑의 결실을 기대한다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영화에서 말하는 교훈은 이런 것이다. 자신의 취향을 가져라 그렇다고 타인의 취향을 따르지는 말아라. 관심을 가지고 노력하면 어느새 사랑은 가까이에서 그 얼굴을 들이밀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타인의 취향에 대하여 논하지 말라!
This article is from http://www.cinelin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