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 아더스> 클로즈 유어 아이즈
글: 이종열
2002년 01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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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고 있을 땐 주위 일행들을 의식해, 저게 뭐가 무섭냐, 웃기다라는 반응을 보였었지만 방안 어둠 속에서 곱씹어 보는 <디 아더스>는 분명 소름 돋는 영화다. 그가 나를 어디선가 보고 있다니, 이 얼마나 기분 나쁜 감정인가. '유령'이라는 것이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재고하게끔 한 <디 아더스>는 분명 현실에 밀착해 오는 공포의 힘을 가졌다.
<디 아더스>는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 감독의 전작인 <오픈 유어 아이즈>보다는 많이 심리적 독법을 요하고 있다. 형식적이고 궤를 맞추려는 느낌이 있던 전작과는 달리, <디 아더스>는 공기와 같은 보이지 않는 정제미가 있어 영화를 보는 내내 긴장하고 있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고 섣불리 추측하려 들어서는 안 된다. 추측하려 드는 것은 공포감을 줄이기 위한 자기방어법이지만 그것은 영화를 보다 즐기는 데 방해만 될 뿐이다. 이 영화만큼은 능동적인 관람이 불필요하다. 그저 보이는 데로 홀려 따라 가다보면 자이로드롭을 처음 맛봤을 때의 쾌감을 전달받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자꾸 이 글을 써 나갈수록 <디 아더스>가 더 좋아진다. 그것은 이 영화가 사람 놀래키는 단순 공포영화에 머무르지 않았다는 생각 때문에서다. <디 아더스>는 '내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에 대한 존재론적 물음과 망자의 세계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보여주었다. 이것에는 원한과 복수만을 일방적으로 다뤄왔던 기존의 유사 공포물과는 다른 진보된 깊이가 있다. 그러니까 이것은 공포감을 느낀 이후에 돌아가는 길 어디쯤에선가, 이승에 안착해있지만 언젠가는 어딘가로 떠날 자신에 대해 한번쯤 깊이 생각해보고 때론 깊은 한숨을 내쉬어야한다.
<러브 레터>에서 후지이 이츠키는 눈 속에 죽어 있는 잠자리를 보고는 아빠의 죽음을 비로소 인식한다. 철부지 이츠키가 죽음을 깨달은 순간이다. 죽음을 인식 혹은 인정하게 되는 순간은 얼마나 가슴아픈 일일까. 그것이 타인이 아닌 자신의 죽음을 인정하게 되는 때는 더욱 혼란스럽겠지. 또 이승에서 떠나지 않으려는 몸부림은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디 아더스>는 공포 이전에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는 레테의 강에 대해서 깊은 대화를 나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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