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2009 로스트 메모리즈> 누구의 자식인가?


글: 이종열
2002년 02월 01일

최근 개봉작들의 유사점을 보면 재밌게도 러닝타임이 긴 것이 많다. <공공의 적>이 135분, <블랙 호크 다운>은 140분이다. <반지의 제왕>은 무려 178분이다. 참을성 부족한 이들에겐 감방의 시간과도 같을 것이나, 이들 영화는 흥행하고 있고 무엇보다도 완성도가 선행한다. 그러니까 소중한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은 영화인 것이다.

그렇다면 134분짜리 블록버스터인 <2009 로스트 메모리즈>(이하 <로스트 메모리즈>)는? 러닝 적당 타임인 90분이 지나면 일단 휴대폰 시계를 보게 만들고 괜히 옆 친구 안부를 묻게 만든다.

<로스트 메모리즈>는 블록버스터의 공통적인 지적사항 중 내러티브의 허약성을 지니고 있다. 이 영화의 상상력과 미스터리 구조는 청소년문예수상작에서나 볼만한 번뜩이는 발상 정도이며, 이마저도 뒤로 갈수록 빈곤 혹은 뻔뻔해진다. 혹자는 '하이라이트 반전'이라는 이름으로 뒷부분을 설명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그동안 끌고온 것을 응집한 반전이라 내세우기엔 부끄러운 구석이 많다.

그 문제의 '시간의 문'은 그것이 기능적으로 활용되었던 영화<엑설란트 어드벤쳐>와는 달리, 전후 맥락과의 매끄러운 유기성을 상실한 채, 좀 터무니없이 존재해있다. 그래서 황당함 감출 길이 없기도 하다. 이처럼 전체적인 톤을 일관되게 유지하지 못한 것은 분명 감독의 연출력 부족탓이다.

<백투더 퓨처>나 <터미네이터>가 보여준 과거에로의 역행을 통한 물리적 시간의 재구성 문제까지 기대하진 않았다. 그래도 <로스트 메모리즈>는 적어도 <툼 레이더>가 보여준 만큼은 미스터리와 시간의 문제를 갖고 놀 줄 알았다. 그러나 우리가 욕하는 헐리우드식 애국주의와 도식적인 액션만을 선보일 뿐이다. 우리영화의 노림수는 유사헐리우드 전략이 되어선 안된다.

<로스트 메모리즈>가 아무리 컴퓨터그래픽 기술이 진일보했다해도, 장동건 연기가 무르익었다해도, 역사적 문제를 가지고 발상의 전환을 시도했다해도, 그럴듯한 이야기로 관객을 설득시키지 못했다면 이는 분명 실패한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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