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로스트 메모리즈> 조삼모사? 용두사미?
글: 강병융
2002년 02월 16일
<2009 로스트 메모리즈>를 보고 나서 떠오른 사자성어 3가지. 좋게 말하면 조삼모사 나쁘게 말하면 용두사미 혹은 자가당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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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영화는 스케일 있는 출발에 발목을 잡힌다. 일단 일본이 한국을 지배한다는 설정은 과잉되었지만, 상당히 흥미를 준다. 하지만 이 설정 덕(?)을 톡톡히 본다. 일제 시대부터 뒤틀린 새역사는 결말에 가서 정리가 되지 않는다. 결국 중간의 과정들은 보여주기가 아닌 설명하기로 처리된다. 갑자기 등장하는 인물들이 뒤틀린 역사를 장대사로 처리한다. 엉망이 된 역사를 바로 잡기 위해 당첨된 주인공은 어리버리 과거로 떠나게 된다. 그 과정에서 관객들은 지루한 일본 대사를 들어야 하고, 주인공은 자신의 정체성도 제대로 확립하지 못한 채 어설픈 독립군(후에이센진)이 되어버린다. 결국 이 영화의 가장 큰 포인트 때문에 가장 큰 하자를 얻게 된다.
이러한 문제는 플롯 상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비주얼의 문제에서도 감독은 같은 실수를 범한다. 전반부에 강력한 비주얼은 후반으로 갈수록 점점 힘을 잃어간다. 감독의 치진 표정이 역력하다. 특히 초반에 보여주었던 액션씬에 비해, 절정부에 나오는 액션씬은 많이 힘에 부쳐 보인다.
결국 이 <2009 로스트 메모리즈>라는 영화는 이 영화만의 강점인 역사 뒤집기 플롯과 거액의 제작비로 얻어낸 박진감 있는 영상을 잘 살리지 못하고 있다. 아니 적절한 때에 살리지 못하고 있다. 좋게 말하면 조삼모사이고 나쁘게 말하면 용두사미이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장동건이라는 배우가 정말 외모에서 연기력으로 자신의 배우 정체성을 찾아간다는 확신을 갖게 한다. 이는 정말 즐거운 일이다. 또한 이시명라는 패기 있는 그리고 가능성 있는 감독을 만나게 한다. 또한 우리나라 SF 영화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그것 만으로도 용두사미를 용서할 수 있지 않을까?
덧말,
하나. 초반부에 나오는 일본이 지배한 2009년은 상당히 미래적인데, 후반부에 나오는 우리나라가 지배한 2009년 지금과 전혀 다르지 않다. 왜일까?
둘. 후에이센진 아지트에서의 총격씬이 있을 때, 왜 오열하는 장동건을 보고 JBI 요원들은 방관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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