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정글쥬스> 우리가 바란 양아치의 모습은 아니었다


글: 이종열
2002년 03월 23일

<정글쥬스>는 인기리에 팔린 조폭쥬스(組暴juice)의 맛을 뒤늦게 느낀 한 제조업자가 나두, 하고 뛰어든 영화다. 그러나 이미 앞선 제조사들이 다양한 상품을 내놓은 후이기에 그는 신상품 출시에 적잖은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보인다. 남은 것은 아무도 안 건드린 '양아치'였고 <정글쥬스>는 탄생됐다.

맛 좋은 재료는 이미 품절인 상태이긴 했지만 양아치라는 재료는 마침 이 시대가 불량식품에 대한 애정을 보내고 있던 때라, 잘만 만들었다면 불티나게 팔렸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정글쥬스>는 양아치적이지만 우리 모두가 염원한 생양아치는 되지 못했다.

소위, 막가는 유희 정신이 기대됐지만 차림의 모습이 보이고 클리쉐도 어떤 정제된 맛을 보인다. 이 영화엔 풍차돌리기 섹스법이나 골프채로 사람 머리를 날리는 선정성 보다는 온갖 약을 잡탕해 만든 정글쥬스를 마신 후, ATM의 돈을 훔치겠다고 달겨드는 무모함이라든가, "저 언니 몸매 참 착하게 생겼다", "저 새낀 참 심하게 낙천적이다"라는 양아치적 솔직함이 넘쳤어야 옳았다.

양아치적 올바름을 보여주지 못한 <정글쥬스>는 차승재(싸이더스) 제작관리의 불안함을 보이는 것 같아 아쉽다. 최근의 <화산고>도 그랬지만 기획력과 실험정신은 살아있지만 그것이 장점으로 살지는 못했다. <유령>과 <태양은 없다> 등은 비록 돈은 많이 벌지는 못했지만 차승재의 꼼꼼함을 엿볼 수 있었다. 매니지먼트 등 사업확장은 좋지만 이전과 같은 제작에서의 철저 관리가 욕심난다. 매번 잘 할 수는 없지만, 나는 차승재를 좋아하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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