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당신의 할머니 이름을 아십니까?
글: 이종열
2002년 04월 0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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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과 할머니의 일시적 동거를 통한 교감을 담담하게 그려낸 <집으로...> 역시 살아있음의 할머니가 아름다운 영화다. 그(김을분 할머니)가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아도 아무리 서툰 연기를 보여주어도 이미 할머니 존재 자체는 훌륭한 연기가 된다. 이 영화는 이것만으로도 성공이다. 3년여 공백기 동안 이정향 감독은 참 엉뚱한 데 가 있었구나.
총알이 난무하는 충무로의 한 켠에서 이런 영화가 만들어지고 일반인들에게 보여진다는 것이 고맙다. 흥행력 없는 요소인 할머니와 아이가 주인공이고, 게다가 피도 섹스도 없는 영화라니. 이정향 감독은 대체 무슨 생각에서 이런 영화를 만든 것일까. 그의 마음이 부디 편했으면 좋겠다.
집 떠난 사람들 중의 하나인 나는 고향이 없다. 신도시로 인해 마을은 흔적조차 찾아볼 수가 없고 몰래 소변보던 동산의 소나무도 기억 속에서만 그려볼 뿐이다. 그러나 나는 <집으로…>로 인해 위안을 얻는다. 거기엔 1980년대 일산(대화)의 봄의 기운, 집에 대한 기억이 고스란히 입혀있다. 이 정도의 영화라면 가끔씩 꺼내보는 비디오를 통해라도 감성이 메말라져가는 일은 없겠다.
하지만 조금 불만도 있다. <집으로…>는 인공의 맛이 체 가시지 않았다. 이 영화는 소소한 것을 있는 그대로 드러나도록 하는 연출을 시도했으나 가공의 맛을 다 씻어내지는 못한 것 같다. 의도성이 엿보인다는 것은 자칫하면 더 큰 역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또 영화는 자잘한 에피소드에 대한 깊이감이 덜하다. 아무래도 이러한 맛은 연륜에서 나오는 것일텐데, 감독이 젊으니 어찌할 수 없는 노릇이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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